올드시티(old city)와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 그리고 조지아 오페라
10시가 넘어서 숙소를 나서는데 뭔가 허전하다.
예레반에서 한동안 조식이 나오는 숙소에 있었던지라 아침을 안 먹고 길을 나서니 허전한 게다. 길을 내려오는데 숙소 근처에 작은 샌드위치집이 보인다. 현지인들이 사먹고 있다. 샌드위치 하나 사서 입에 물고 내려온다. 빳빳한 바게트 빵에 햄과 야채를 넣어서 만든 전형적인 샌드위치인데 맛은 나쁘지 않다.
일단 유심을 사기로 한다.
어제 물어보니 가격이 나쁘지 않다. 숙소 직원이 알려준 브랜드인 Geocell에 들어가서 2기가 7라리에 샀다. 1라리가 원화로 450원 정도 하니까 3천원 조금 넘는 돈이다. 이것은 데이타 비용만 포함하는데 여기에 통신을 원하면 5라리 정도 돈을 더 내면 된다. 전화할 일이 거의 없어서 통신은 따로 추가하지 않는다. 정보통신비는 현재까지 한국보다 비싼 곳을 보질 못했다.
조지아 오페라 공연 티켓 사기
아직 조지아와 트빌리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어제 오자마자 숙소 직원의 도움을 받아 트빌리시 오페라 & 발레 극장(Opera and Ballet Theatre of Tbilisi)의 공연을 확인했다. 여긴 예레반보다 공연이 더 적은데 마침 이번 주말에 조지안 전통 오페라 공연이 있었다.
유심을 사고 바로 오페라 & 발레 극장으로 간다. 역시나 이곳도 11시에 티켓박스가 문을 연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기다리는데 11시가 넘어도 문 열 생각을 안 한다. 15분쯤 지나서야 문을 연다. 일착으로 들어가서 오늘 저녁 공연티켓을 샀다. 티켓 가격은 20라리에서 200라리. 티켓 판매하시는 분이 2층 맨 앞 열을 추천해 주신다. 가격은 35라리. 기본적으로 예레반보다는 3배가량 비싸다.
유심도 장착하고 공연티켓도 사니 뿌듯해진다.
트빌리시 올드타운(Old Town)
티빌리시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고 그냥 오늘은 어제 걸어온 올드시티나 걷다가 케이블카 타고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를 다녀오기로 한다. 나리칼라 요새에서 바라보는 티빌리시의 전경이 압권이라고 하니 맨 처음 목적지로 과히 나쁘지 않다.
티빌리시의 올드시티는 크다고 해야 할지 작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올드시티인지도 불분명하다. 딱히 올드시티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제 걸었던 올드시티 중심거리를 걷다가 사이사이 골목도 들어가 본다. 한 골목은 레스토랑 거리다. 식당의 메뉴판을 들여다보는데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다.
바쿠의 올드시티와 같은 그런 조용하고 평온한 거리는 아니다. 거의 상업화된 거리. 여행사나 레스토랑에서 나온 호객꾼들도 많고. 하지만 그 만큼 다양하고 흥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좀 있다면 음악이나 들으면서 이 골목 저 골목 정처없이 걸어본다면 무척 좋을 것 같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러다 좋은 카페나 식당이 있다면 들어가 보기도 하고.
올드시티 초입의 한 환전소에서 아르메니아 돈과 아제르바이잔 돈을 모두 바꿀 수 있었다.
환율 표시 간판에 아제르바이잔 돈도 있어서 들어갔는데 아제르바이잔 돈은 물론이고 아르메니아 돈도 가능하단다. 생각했던 것보다 환율도 나쁘지 않다. 몇 군데 환전소에서 거절을 당했던 터라 한국까지 가져가야 하나 싶었는데 한곳에서 모두 끝낸다.
나리칼라 요새
(Narikala Fortress)
올드시티 초입의 광장으로 가서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강변의 공원으로 가면 나리칼라 요새 가는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온다. 케이블카 가격은 비싸지 않다. 2.5라리. 일반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난 교통카드가 없어서 그곳에서 카드도 사고 충전도 아예 했다.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던 동전을 모두 사용해서.
외국에 다니다보면 동전이 많이 생긴다.
가격을 잘 모르기도 하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그냥 적당한 지폐를 내밀다 보면 어느새 주머니에는 동전이 하나 가득이다. 적당한 동전은 필요하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에. 하지만 트빌리시나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처럼 카드를 사용하면 그것도 별 필요가 없어진다.
주머니에 동전이 하나 가득이면 무겁기도 하지만 걸을 때 짤랑짤랑 소리가 나서 좀 거북스러워진다. 동전지갑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이상하게 잘 사용을 안 하게 된다. 동전을 없앨 땐 길거리 카페를 주로 이용한다. 길에서 파는 커피는 그리 비싸지 않으니 적당히 동전을 맞추어 커피 한 잔을 사면 상당량의 동전을 소진할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서 들고 여유롭게 거리를 걷는 것도 어느 정도 그곳에 익숙해져서 일상을 느낄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 막 도착해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거나 가야할 곳이 많을 때에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바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만큼 주머니 안의 동전도 사정없이 늘어간다. 그러니 주머니에 적당한 동전의 개수를 유지할 수 있느냐도 어느 정도 현지 적응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충 물가를 알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케이블카를 타고 강을 건너 구시가를 지나간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트빌리시의 풍경이 좋다. 풍경 좀 구경하면서 사진 몇 장 찍으니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케이블카 내린 곳에서 트빌리시 올드타운이 발 아래 보인다.
풍경이 좋다.
뒤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내려가 보니 바터니컬 가든(National Botanical Garden of Tbilisi)이다.
입장료는 4라리. 바터니컬 가든은 좀 썰렁하다. 위로 올라가면 폭포도 있고, 그냥 도심 속의 작은 자연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도심 속의 산책을 좀 했다.
버터니컬 가든을 나와서 계단을 통해 내려가려 하니 중간에 요새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요새에 올라가는 길이 보이질 않아서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쉬운 대로 바터니컬 가든을 걸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 알 수가 없다. 이미 많이 걸어서 다리는 아프지만 요새를 올라간다. 많이 허물어진 요새가 나온다. 그 안에 성당도 있다.
요새에서 바라보는 트빌리시의 풍경이 압권이다.
앞서 케이블카에서 내렸던 곳과 보이는 것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허물어진 성벽 위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것이라 그런지 뭔가 더 운치가 있고, 느끼는 감흥도 깊다. 역사의 허무함 같은 것도 느껴지고.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갔었던 Erebuni 요새에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허물어진 성벽 위에 앉아 아래에 펼쳐져 있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모를 회한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상상이 나래를 편다.
예레반의 그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시간을 좀 가지고 커피나 맥주 하나 들고 와서 시간을 좀 보냈으면 싶다.
멀리 조지아의 어머니상도 보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조금 올라가면 어머니상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곳에서는 뒷모습만 볼 수 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빵과 맥주 한 병 사들고 숙소로 돌아간다.
저녁에 오페라를 봐야 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좀 쉬고 샤워도 하고 갈 생각이다.
조지아 전통 오페라, ‘케토와 코테(Keto and Kote)’
오후 6시 반쯤 숙소를 나선다.
오페라 & 발레 극장이 숙소에서 가까워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오늘 볼 오페라는 조지아 출신의 대표적 작곡가인 Victor Dolidze가 만든 ‘케토와 코테(Keto and Kote)’라는 조지아 전통오페라다. 희극 오페라라고 하는데 몰락한 왕자인 케토와 부유한 상인의 딸인 코테와의 사랑을 그린 오페라라고 한다.
조지아 오페라 & 발레 극장은 예레반의 오페라 하우스와 규모는 비슷해 보인다. 다만 실내 구조가 좀 달랐는데 예레반의 오페라 하우스는 1층 좌석이 넓은 반면 이곳은 1층 좌석이 좁고 대신 4~5층 구조로 되어서 층의 좌석이 많았다.
내 좌석은 3층 맨 앞 열. 위에서 내려다보면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느껴지는 곳이다. 맨 앞 열이라 눈에 가리는 것이 없어서 좋다. 높은 곳에서 보니 극장 안의 모습이 훤히 보여서 극장 구경하기는 좋은데 좀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몰입감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공연은 정말 좋았다.
미리 오페라 줄거리를 인터넷에서 찾아 읽고 갔기 때문에 내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더욱이 조지아 오페라라 조지아어로 공연을 하기 때문인지 무대 상단의 전광판에 영어 자막이 나와서 가끔씩 자막을 보면서 오페라를 즐길 수 있었다.
전통 오페라인지라 조지아의 전통 의상과 배경들을 통해서 조지아 문화도 느낄 수도 있어서 더욱 좋았다. 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예레반에서 본 아르메니아 전통 발레처럼 조지아의 전통춤 역시 즐길 수 있었다. 오페라 구경도 하고, 조지아의 전통 음악과 춤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공연이다.
2시간의 공연을 마치고 오페라 극장을 나서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뭐랄까 클래식 공연도 공연이지만 조지아 문화의 정수를 봤다는 기분이랄까.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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