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大理)에 비는 내리고...
처음으로 다리에서 하루 종일 비오는 모습을 본다.
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다. 어제는 간간히 내리더만 오늘은 쉼 없이 내린다.
이번 여행에서는 비를 자주 본다. 우기의 동남아를 그렇게 다녀도 제대로 오는 비를 거의 보질 못했는데 만추(晩秋)와 겨울의 중국에 와서 비오는 모습을 자주 본다.
비가 많이 내리니 숙소에서 개기는 일 외에는 달리 할 게 없다.
나는 비를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것이지 싫어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좀 애매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비 맞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비 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좋아한다.
전망 좋은 곳에서 한 잔의 차나 커피와 함께 비 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 편해진다.
빗소리는 음악 소리다.
여기에 책 한 권 더하면 더할 나위 없다.
한국에서도 집 아파트 베란다에 해먹을 설치했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해먹에 누워서 비나 눈 내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비 오는 날이면 한 잔의 술도 생각난다.
여기에 파전이라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 지난번 7일장에서 먹었던 뜨끈한 만둣국도 생각난다.
다리에 비가 내리는데 아쉬움이 크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에 전망이 없어서다. 옥상의 전망은 좋은데 비 피할 지붕이 없다. 지붕만 있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바로 올라가서 비 오는 다리의 풍경을 원 없이 볼 터인데.
낯선 곳에서의 비는 그곳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다른 운치를 준다. 전망 없는 다리의 숙소가 오늘 따라 더욱 아쉬운 이유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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