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과 같은, 꿀꿀한 사라예보(Sarajevo)의 날씨
8백 달러를 날린 여파가 오늘까지 이어진다.
컨디션도 안 좋고, 기운도 안 나고, 비는 계속 내리고. 그냥 방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지낸다. 나가고 싶은 생각이 정말 일도 안 난다.
단순히 8백 달러라는 큰돈을 잃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 귀중품을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대안이 서질 않는다. 매일 복대를 차고 다니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매일 같이 차고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그런다고 안 잃어버린다는 보장도 없다.
앞으로 일정은 더 위험한 곳이 즐비하다. 서유럽, 아프리카, 남미는 그야말로 도둑놈들의 천국이 아닌가! 대낮에도 채가는 놈들이 득실득실하니, 어떻게 보관을 해야 할지 생각할수록 갑갑할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더 많은 소를 잃지 않으려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방에서 뒹굴지만 배는 고프다.
비가 잠시 잠잠한 틈을 타서 마트에 간다. 그런데 공휴일이라고 문을 닫았다. 올드타운까지 내려갔지만 마찬가지. 온 동네가 썰렁하다. 한참을 헤집고 다닌 후에야 올드타운 초입에서 가게 문을 연 구멍가게와 패스트푸드 식당을 겨우 발견한다. 맥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와서 첫 끼이자 마지막 끼를 해결한다.
마음도 심란한데 이놈의 사라예보에서는 한 끼 해결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종일 궂은 날씨에 비가 오락가락하더니만 오후 늦게부터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제, 오늘 사라예보의 날씨가 내 기분을 대변한다.
사라예보의 잘못이 아닌데 애꿎은 사라예보만 탓한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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