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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이야기 17: 가장 출근하기 싫은 날은?...... 우중(雨中) 출근( 20221025)

경계넘기 2022. 12. 9. 05:15

 

 

가장 출근하기 싫은 날은?...... 우중(雨中) 출근

 

 

오늘 아침도 무척이나 쌀쌀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불어오는 찬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든다. 장갑을 낀 손가락도 시리다. 10월에 초겨울 날씨라니. 해마저 짧아져 아침길이 어두운 새벽길 같다. 땀을 내기 위해서 자전거 페달을 더 힘차게 밟는다. 이런 날은 방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니다. 이불 속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즐기고 싶다.

 

노가다가 출근이 반이라면 가장 출근하기 싫은 날은 언제일까?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부동의 1위가 있다.

 

비 오는 날의 출근 즉, 우중(雨中) 출근이다. 5개월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을 거쳤다.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우중 출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풍 치는 날처럼 비가 억수 같이 내리고 바람마저 세차게 부는 날은 정말 최악 중에 최악이다. 새벽에 창밖을 내다보면서 정말 엄청난 고민에 부딪친다. 정말 가야할까? 이 빗속을 뚫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출근할 이유가 있나?

 

우중 출근이 싫은 이유는 옷이 젖기 때문이다.

 

나처럼 자전거 출근자는 버스를 타야한다. 정류장에 가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이미 바지와 신발은 젖는다. 버스에 내려서 현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바지는 젖다 못해 물이 줄줄 흐른다. 자가용을 타고 오는 사람들은 괜찮을까? 당연히 아니다. 주차장에서 작업장까지 오는 길도 만만치 않게 멀어서 걸어오는 사이에 다 젖는다.

 

가장 문제가 안전화다.

 

안전화는 방수다. 하지만 바지를 타고 내려가는 물줄기에는 무력하다. 안전화가 젖으면 기분도 찜찜하지만 더 큰 문제는 쉽게 마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신발 세탁소의 건조기에 말리지 않는 한 다음날 때론 그 다음날까지 축축한 채로 다녀야 한다.

 

비 오는 날은 모든 곳의 줄도 길다.

 

특히 호이스트나 엘리베이터 타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야외에서 줄을 서 있어야 한다. 화장실의 줄도 길고, 식당의 줄도 길다. 현장 인력은 동일한데 왜 비 오는 날은 이렇게 줄이 길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비 오는 날 도로에 차가 더 밀리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밥 먹으러 갈 때도 문제다.

 

빗속에 우산 하나 덜렁 쓰고 한참을 걷는다. 그렇지 않아도 먼 식당가는 길이 더 멀고 험하다. 오전 작업하면서 기껏 말린 바지는 다시 하릴 없이 젖는다. 오후에도 다시 찝찝한 채로 일을 해야 한다. 덕분에 비 오는 날에는 점심을 거르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때우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번 여름에는 유난히 장마가 길었다.

 

여름 한 달 정도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던 것 같다. 유난히 비가 자주 왔다. 여름에는 전날 저녁에 반드시 다음날 일기예보, 특히 출근 시간의 날씨를 확인했다. 비가 오더라도 강수량을 반드시 확인했다. 적은 양이라면 안전화는 젖지 않을 터이니 안심이 되었다. 강풍을 동반한 많은 양의 강수량이 예고되었다면 그때부터 출근을 고민한다.

 

우중 출근은 정말 싫다.

그럼에도 장마가 유난히 길었던 올 여름에 거의 만근을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