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단일 표준시, 베이징 시간
시안(西安)에서부터 대략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해가 짧아지다보니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어나는 나의 생체 시간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중국의 시차에 있다.
중국은 전체를 베이징 시각(UTC+08:00)으로 통일해서 쓴다.
거대한 나라, 중국의 동에서 서쪽 끝까지 5개의 시간대가 지나간다. 대략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선을 0시로 잡은 국제표준시를 기준으로 중국에는 서쪽으로부터 5시간(UTC+05:00), 6시간(UTC+06:00), 7시간(UTC+07:00), 8시간(UTC+08:00), 9시간(UTC+09:00) 빠른 시간대가 지나간다. 동서 최대 4시간의 시간 차이가 나는 나라다.
시차 차이가 최대 4시간이나 나는 나라임에도 중국은 베이징 시각만을 전 국가에 고집스럽게 적용한다. 동서 길이 4,500km의 미국이 기본 4개의 표준시간대에 서머 타임(summer time, 일광 절약 시간)을 적용하면 8개의 표준시간대를 가지고 있고, 동서 길이 2,000km의 멕시코가 서머 타임을 적용했을 시 5개의 표준시간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비춘다면 억지에 가깝다.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베이징 시각으로 움직이면 해가 뜨기도 전에 출근하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퇴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은 지역의 상황에 맞춰 조금씩 늦추거나 일찍 생활한다. 예를 들어 베이징이 8시에 출근이나 등교를 한다면 이 지역은 9시에 한다든지 말이다.
예전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에 갔을 때 일이다. 신장은 중국의 가장 서쪽 변방. 베이징과의 시차 차이가 최대 3시간 가까이 나는 지역이다.
그걸 미처 생각 못하고 아침에 일찍 움직인다고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아침 7시쯤 되는 기차표를 끊었었다. 당연히 공적인 일들은 베이징 표준시를 쓴다. 기차를 타려고 아침 6시쯤 우루무치의 숙소를 나섰는데 여전히 컴컴한 어둠 속에 지나다니는 택시도 없었다. 현지 시간으로는 거의 새벽 4시인 셈. 택시 잡느라 무척 고생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가 5월이었음에도 베이징 시각으로 아침 6시에 우루무치는 한참 짙은 어둠에 잠긴 새벽이었다. 우루무치에서 기차를 10시간 이상 타고 더 서쪽인 카슈가르(Kashgar)로 갔다. 중국의 가장 서쪽 변방. 그곳은 베이징과 3시간 차이가 난다. 현지인들은 베이징 시간은 쓰되 거의 2, 3시간 늦춰서 생활했다.
확실한 시차는 모르지만 시안은 아마 베이징에서 대략 1시간 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내가 시안에서 아침 7시쯤 일어나도 베이징이나 칭다오(靑島)로 치면 아침 6시에 일어난 셈이다. 생각해보니 시안에서는 아침 7시가 넘는 시각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걸 보면서 시안 사람들이 좀 게으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땐 미처 시차를 생각 못했다.
청두(成都)는 시안보다 조금 더 서쪽으로 온다. 이곳에서 내가 아침 8시쯤 일어났다 쳐도 베이징에 있는 것으로 치면 아침 7시쯤이다. 숙소 근처 버거킹의 아침 개점 시간이 8시다. 그걸 보고 이곳 버거킹은 참 늦게도 연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이나 지역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다시 한 번 다진다.
왜 중국은 단일의 표준시를 고집하는 것일까?
중국이 처음부터 베이징 단일 표준시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지금의 단일 표준시는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립 이후부터다. 이전에는 5개의 표준시간대를 쓰기도 했다.
그러면 왜 중국 공산당은 사용하던 5개의 표준시간대를 철폐하고 1개만 사용했을까?
두 가지 정도가 생각난다.
하나는 행정 편의주의. 국가 행정에 편한 대로 단일 표준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민을 위한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대체로 인민의 편의는 안중에 없었으니.
다른 하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의 연장이 아닐까 싶다. 신장이나 티베트 등 중국 변방 소수민족들의 독립이나 분리 움직임을 사전에 막고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 아닐까 싶은 게다.
중국 가장 서쪽 변방을 차지하는 신장이나 티베트 등은 중국 내에서도 분리 운동이 가장 강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베이징 표준시에 비해 시차가 3시간 가까이 나는 지역들이다. 이들 지역에서 고유 시간대를 사용하게 두는 것은 베이징과의 사회적, 문화적 괴리를 방치하여 분리 운동의 사회문화적 배경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후자에 무게를 더 둔다.
이유야 어쨌든 참 획일적인 사회다.
중국말이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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