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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19, 중국 청두 3-3: 자본에 둘러싸인 문화(20181203)

경계넘기 2020. 12. 10. 10:25

 

 

자본에 둘러싸인 문화

 

 

샤마오지에(紗帽街)를 둘러보다 중앙 부근에 담장에 둘러싸인 커다란 옛 건물들을 본다.

 

샤마오지에 자체가 중국의 전통건물 양식으로 지었기에 같은 상가 건물로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보니 웬걸, 사찰이다. 제법 규모를 가진 절이다. 사원 이름이 대자사(大慈寺). 불공을 드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봐서 진짜 절이다.

 

사찰을 둘러싸고 쇼핑 단지를 만들었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원을 둘러싸고 있다. 심지어 쇼핑몰 2층에 있는 카페나 식당에서 사찰 안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사원에서도 쇼핑몰 2층의 카페나 식당 안의 사람들이 보인다. 사찰 안을 볼 수 있는, 운치 있는 자리에 일부러 식당과 카페 존을 만든 것 같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원과 조화롭게 쇼핑 단지를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너무하다고 해야 할까? 무소유의 불교가 소유와 소비의 상징인 고급 쇼핑몰에 싸여 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조계사나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를 둘러싸고 쇼핑 단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라. 심지어 쇼핑 단지의 식당이나 카페에서 절 안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게 과연 괜찮은 걸까? 불교인이 아님에도 뭔가 많이 불편하다.

 

 

중국은 사회주의지만 현재의 중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에 충실하다.

 

 

사람들은 흔히 사회주의의 반대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주의의 반대는 자본주의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 또는 권위주의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자본주의가 사유재산제를 토대로 해서 시장의 자율에 따라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경제 체제라면, 사회주의는 공유제를 토대로 중앙의 계획에 의해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따라서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를 충실히 따른다는 사실은 엄청난 모순이다. 사유제와 시장을 핵심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공유제와 계획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주의는 같이 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더욱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며 자본주의를 대체하려 나오지 않았는가!

 

둘 중 하나는 가짜다.

유사 사회주의이거나 유사 자본주의이거나.

사회주의 중국이 그 어느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적이다.

 

종교마저도 상업적으로 활용한다.

 

종교를 인정하지 않아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특히 불교가 심하다. 뤄양(洛陽)에 있는 소림사(少林寺) 같은 경우는 관광 수입으로 떼돈을 번다. 관광 수입을 더 늘리기 위해 무술 학교를 운영하고 다양한 무술 공연도 한다. 종교가 종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또한 종교인다운 종교인도 없는 중국에서 종교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당연지사일지도 모른다. 이곳의 사원도 다분히 상업화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쇼핑 단지에 둘러싸인 사찰이 이해하기 쉬울 게다.

 

사찰 자체는 풍미가 있다. 높은 빌딩 숲에 둘러싸인 사찰은 마치 서울의 경복궁이나 덕수궁에 와 있는 기분이다. 사찰 안의 노란 단풍과 절의 검은 기와가 잘 어울리는 고풍스런 사찰이다. 

 

 

 

하지만 역시나 많이 상업화되었다.

 

종교가 주는 경건함보다는 쇼핑몰이 주는 가벼움과 부산함이 사찰을 누른다. 안에 버젓이 상품을 파는 매장이 있고, 스님을 캐릭터한 모형들도 절 안 이곳저곳에 있다. 절이든 테마파크인지. 불공을 드리는 신자들이 없었다면 쇼핑 단지에서 분위기를 살리려 일부러 만들어 논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쇼핑 단지와 사찰의 멋진 콜라보레이션이다.

 

 

 

세계사에 3대 불가사의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중국이 사회주의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란다. 화교 상술로 대표되는 중국이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세계사의 아이러니란다. 정말이지, 어케 참았나 싶다. 돈 벌고 싶어서.

사회주의 하면서 종교도 돈벌이로 팔아버린 중국말이다.

 

하지만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충실한 것만큼이나

무소유의 불교가 상업주의에 충실한 것도 너무나 어색하다.

 

어둠이 깔린 춘시루의 야경은 더욱 화려해진다.

 

 

구안교(九眼橋)의 야경

 

 

청두의 야경 중 빼낼 수 없는 곳이 하나 더 있다.

구안교(九眼橋).

 

춘시루에서 걸어서 구안교로 간다. 차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 청두는 주요 볼거리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에 모여 있어서 좋다. 이곳에 오려고 일부러 춘시루에서 저녁까지 기다렸다. 덕분에 춘시루의 야경도 보고. 예스런 다리 하나에 조명을 잘 설치해서 제대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주변 강변에는 라이브 바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다.

 

 

 

구안교를 저녁에 오려는 이유는 저녁 야경이 멋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낮에는 영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옛날 다리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낮에는 주변 강변의 바 거리도 문을 닫아 다른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상당히 야경에 신경을 쓴다.

 

어디를 가든 조명이 아름답게 설치되어 있다. 조명 기술도 발전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형형색색 더욱 화려해진다. 베이징(北京)의 천안문을 가든, 시안(西安) 종루(鐘樓)와 시안성벽을 가든, 청두의 이곳을 오든. 관광지나 유적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빌딩마다 저마다 나름의 조명을 뿌려댄다.

 

 

 

 

중국에서 빛은 정작 필요한 곳에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평상시 지나다니는 거리의 가로등은 상당히 어둡다.

 

시안이 특히 심했지만 칭다오(靑島)든 베이징이든 청두든 대충 어둡다. 대로에서도 웬만큼 가까이 오지 않는 이상 마주 오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꾸미는 데에는 아낌없이 쓰이는 빛이 일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곳에는 무척이나 인색하다. 사회주의라면 먼저 대중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자본주의적이다.

유사 사회주의가 맞다.

 

대개 화려한 조명이 달린 곳일수록 낮에 가면 실망스럽다. 어쩌면 화려한 조명이 사람들의 기대를 너무 높였던지, 아니면 외적 볼거리에 치중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구안교만 해도 16세기 명나라 때 만든 다리라 한다. 다리 자체만 해도 역사적 가치가 있을 터인데 화려한 조명이 그 가치를 가리고, 다리 위 누각에는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숙소로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탄다. 버스를 편하게 타는 것 보니 이미 청도에 적응한 모양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