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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델리 1: 델리로, 진짜 인도다!(20170719)

경계넘기 2017. 11. 22. 11:19

 

2017. 7. 19. . 맑음. "델리로 - 진짜 인도다"

 

레를 떠난다. 시원하고 상쾌한 곳. 고산증의 염려는 있지만.

거의 한 달을 머무르긴 했지만 그래도 떠나긴 싫다. 레가 좋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덥고 습한 곳이 싫은 때문이리라. 원래 계획대로라면 육로로 스리나가르(Srinagar)든 마날리(Manali)든 이동했을 터인데, 스리나가르 사태와 형의 고산증으로 인해서 육로를 포기하면서 더 이상 시원한 곳은 없어졌다.

 

항상 느끼지만 여행에서 계획이란 바뀌라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대충은 예상되는 범위 안에서 변경되곤 하는데 이번에는 테러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루트로 가게 되었다.

 

한 달 간의 라다크의 생활을 접고 일단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 그곳은 라자스탄(Rajastan). 인도 서부의 사막지대. 아무래도 사막이라 덥긴 하더라도 습도는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델리(Delhi)에서 하루를 머무르고, 다람살라(Dharamsala)에서 오는 장 양과 다시 합쳐서 내일 바로 자이살메로(Jaisalmer) 기차를 탈 예정이다.

 

새벽 6. 레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역시 송 선배와 같이 했다. 준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서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산책. 가장 좋아하는 윗마을 코스로 갔다. 이제 가면 정말 언제 오려나. 델리 같은 대도시야 혹 다른 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만 레 같은 곳은 맘먹지 않으면 다시 오기 힘든 곳이다. 사실 레, 그 자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조용한 전원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레는 복잡한 관광도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편하게 산책할 만한 곳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레는 그 주변 지역을 품고 있는 곳이다. 라다크 여행의 전진 기지.

 

아침밥을 항상 먹던 히든 노스(Hidden North) 카페에서 먹었다. 단골이었던 곳. 레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를 곳이다. 처음 이곳을 지날 때부터 눈에 들어왔던 곳. 아침식사가 너무 잘 나온다. 저렴하기도 하고.

 

아침을 먹고 잠시 숙소에서 기다리다가, 열 시에 올뷰(All View) 사장님이 불러주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콜택시라고 400 루피. 신 양에게 올뷰 사장님이 말했단다. 더 달라고 하더라도 꼭 400 루피만 주라고. 그 자상함이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을 만 하다.

 

다시 간 공항은 여전히 작다. 작지만 보안은 나름 철두철미하다. 나름이라고 한 이유는 꽤 복잡한 보안 절차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짐 꼬리표에 도장만 서너 번 찍는 것 같다. 비행기 탑승 직전에도 짐을 검사하는데, 짐을 검사하는 직원이 한국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한다. 짐을 검사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전주, 서울타워, 부산 등등 자신이 방문한 곳을 줄줄이 읊고 있다.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한국에 호의를 갖고 있는 모습이라 감사하다.

 

 

 

 

다시 탄 비행기. 같은 비행기다. 그런데 미리미리 탑승시킨 비행기는 정시보다 한 10분 정도 먼저 출발하고, 델리에 자그마치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올 때 1시간 반이 걸린 곳이다. 그게 정상적인 시간으로 알고 있다. 그곳을 한 시간에 주파했다. 혹시 내리막길이라 그런가! 빨리 달려서 그런 건지, 기상상태가 나쁜 것인지 비행기가 많이 흔들려서 조금 울렁울렁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들.

 

오후 1시 조금 안 돼서 다시 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항 밖으로 나간다. 짐을 찾고 바로 공항에서 델리역으로 연결되는 공항철도에 탑승했다. 우리가 내린 제3터미널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는 공항철도는 매우 편리하고 깨끗했다. 운임도 인당 60루피. 시간도 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더위가 훅하고 밀려온다. 습도도 장난 아니다. 다행히 바로 공항철도로 들어가긴 했지만 역구내도 덥다. 레가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기차에 앉아서 처음 보는 델리 지역을 봤다. 주변지역이라 델리의 진면목을 볼 수는 없겠지만.

 

드디어 델리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진짜 인도의 시작이란다. 인도 준전문가들인 송 선배와 신 양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라고 겁을 준다. ! 이 사람들이 나를 물로 보나!!

 

사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무더위. 인도를 여러 번 다녀온 신 양과 송 선배가 있으니 든든하긴 하지만 델리의 더위는 이들과 무관하다.

 

델리역에 내려서 여행자들의 성지인 빠하르간지(Paharganj)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델리역을 가로지르는 육교를 찾아 건너야 한다. 바로 이 육교를 찾아 건너는 일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이 사이에 수많은 인도 상인들이 날파리떼처럼 접근하기 때문이다. 두 분의 인도전문가들이 앞장서서 쭉쭉 걸어 나가니 확실히 다가오는 인도인들이 덜 하다. 아마도 인도 자체가 초행인 나만 있었다면 어리버리하는 순간에 수많은 날파리들의 먹이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 양과 송 선배가 선두에 서서 쭉쭉 나아가니 이곳을 아는 여행객들이라 생각하는지 한, 두 명 따라오다가 제풀에 떨어진다.

 

육교를 건너서 델리역을 가로질러서 빠하르간즈로 들어섰다. 진정 인도다!!

좁은 도로에 차, 릭샤(Ricksaw), 오토바이, 사람, , 강아지까지. 온갖 것들이 물속의 물고기 떼처럼 서로 엉켜서 도로를 지나다니고 있다. 전진하기가 어려운 곳. 찌는 듯한 더위도 장난이 아니다.

 

 

 

 

 

와우라는 카페에서 잠시 짐을 놓고 휴식을 취했다. 형과 신 양이 방을 찾으러 나갔다. 송 선배와 나는 카페에서 짐을 지키고.

 

조금 지나서 형과 신 양이 돌아 왔다. 방을 구했다는 뜻. 짐을 들고 맞은편 시티은행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들어가서 한 호텔에 들어섰다. 한국의 모텔처럼 생긴 호텔. 방 하나에 천 루피. 다행히 나름 깨끗하고, 특히 에어컨도 잘 나온다. 또 다른 인도전문가인 장 양이 소개한 곳이라 한다.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오후 3시 반쯤 되었을까. 여전히 밖은 덥고 정신없다. 지나가다가 K2라는 한국식당이 눈에 들어와서 들어가 봤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 식당 안은 느낌이 별로 안 좋았다. 메뉴판을 보니 한국식 중식당. 그런데 첫인상과는 달리 맛이 지금까지의 한국식당 중에서 최고다. 그 중에서도 탕수육과 내가 시킨 잡채밥은 한국 여느 중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니 잡채밥은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그 어느 것보다 훌륭하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세금을 따로 받고 있다.

 

송 선배가 차를 산다고 한다. 한국인 카페인 더카페(The Cafe)에 갔다. 인테리어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이 엄청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150 루피. 한국 돈으로도 3천원. 라다크 시골에서 왔더니 더 비싸 보이나 보다. 커피를 시켜 마시며 에어컨 자락에서 이런 저런 델리에서의 잡담을 나눈다.

 

8시 넘어서 어둠이 내린 빠아르간즈 거리로 나왔다. 반대편 지하철역까지 길을 걸었다. 근데 낮보다 더한 복잡함이 밀려온다. 1미터 전진하기도 어렵다. 이게 인도다. 중국보다 훨씬 심하다. 30분 걸었나. 일반 길이라면 5분도 안 되는 거리였을 터인데. 다시 돌아오는 길이 험하다. 이 복잡함 속에서도 차, 릭샤, 사람들은 잘도 다닌다

 

 

 

 

 

 

 

이런 무질서 속의 질서는 베트남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이곳은 베트남보다 더하다. 베트남 하노이(Hanoi) 호안키엠(Hoan Kiem) 호수 근처의 3층 카페에서 아래를 보면서, 무질서하게 다니던 오토바이 떼들이 마치 물속의 물고기 떼처럼 자연스럽게 다니는 것을 보면서 놀랐었는데, 이곳도 그럴까? 확실한 것은 베트남은 유유히 흘렀고, 인도는 뻑뻑 막히고 있다. 그리고 소음. 이거 어쩌나.

 

이게 진정한 인도인가? 같은 인도인데 역시 레와 델리는 완전히 다르다. 두 개의 다른 나라처럼 느껴진다. 우리의 느낌처럼, 어쩌면 라다크 사람들도 서로 별개의 나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네들은 자신들을 인도인이라 하지 않고 라다크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론 인도인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그들은 라다크 사람이라고 하지 인도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마치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소수민족들처럼, 어쩌면 중국의 티베트인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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