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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라자스탄 1: 자이살메르(20170721)

경계넘기 2017. 11. 23. 11:59

 

2017. 7. 21. . 맑음. "자이살메르"

 

이른 아침부터 장 양의 설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어제 피곤하다고 먼저 자더니만 일찍 잠이 깨었나 보다. 중간 베드에 자고 있는 형과 나는 의자를 접자는 말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중간 베드를 접어야 아래층 베드를 의자처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니 황량한 초원이다. 사막 직전의 모습. 중국 신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우루무치에서 카쉬카르 가는 길에 보았던 그 모습이다. 물론 그 길에는 우측으로 천산 산맥의 황량한 산들이 이어졌지만 이곳에는 그 길 왼편으로 보였던, 그저 사막 직전의 황량함만이 이어진다. 그래도 신장의 모습과는 달리 어느 정도 녹색이 보이는 마른 초원의 모습이다. 간간히 농사도 짓고, 양과 염소, 그리고 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이 이어진다. 하지만 산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의 모습은 그곳과 똑 같다. 그래 지평선. 한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지평선이 한 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지평선이든 수평선이든 다 무료하다. 한참을 보고 있자면 심심해진다. 그 똑 같은 모습에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기차는 1140분에 목적지, 자이살메르(Jaisalmer)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일어난 시각이 거의 7시쯤이니 아직도 한참을 달려야 한다. 풍경도 황량함과 밋밋함으로 채워지고, 기차는 어제와 같이 속도를 안낸다. 이제는 모든 역들을 쉬는 것도 모자라서, 엉뚱한 곳에 하염없이 서서 시간을 보낸다. 아마도 단선이라 다른 기차를 보내느라 서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자주다.

 

그래도 기차는 연착 없이 정시에 종착역인 자이살메르역에 도착했다. 역을 내려서니 강한 햇살이 작렬한다. 생각보다 습기도 높은 것 같다. 기차 안에서 보니 그 황량한 벌판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어서 비가 왔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습도가 높을 줄이야.

 

 

 

 

 

 

장 양이 잘 안다는 타이타닉(Titanic) 게스트하우스의 폴로(Polo)라는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말 그대로 한국말도 썩 잘 한다. 차를 타고 바로 게하로 왔다. 오는 도중 보니 이곳이 사막의 도시라는 것이 실감난다. 모든 게 노란 모래빛이다. 아니 황토빛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대부분 벽돌로 지은 것 같은 건물은 모두 노란 황토빛이 도는 색깔이다.

 

햇살도 장난 아니다. 한낮 햇살의 강렬함과 도시의 노란 황토빛은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더 덥게 느끼게 만든다. 누가 그랬다. 이곳이 황금의 도시라고. 그럴 것도 같다. 한낮 태양빛 아래에서 도시는 모두 누런 황금빛을 띠는 것 같다. 그만큼 더워 보이기도 하다.

 

 

 

 

 

 

게하는 원래 이름이 '타이타닉'이라고 하는데 최근 개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바뀐 이름은 호스텔라비에(Hostelavie). 이곳은 한국 여행객들의 아지트라고 한다. 지금은 비수기라 한국인은 우리뿐이다.

 

대부분의 침실이 도미토리로 운영된다. 우리도 열 명이 들어가는 도미토리 방으로 안내 받았다. 여성들은 6명이 들어가는 도미토리 방. 우리가 처음인지 방에는 우리뿐이다. 비수기라 사람이 안 오는 것일까. 지내는 동안 이 방에 아무도 안 오길 기원해 본다. 잘 안 되겠지만.

 

도미토리는 오랜만이다. 배낭여행의 시작은 당연히 도미토리인데, 나이가 들다보니 이게 귀찮아져서 최근 몇 년간의 여행에서는 도미토리를 이용해 본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 방은 남녀혼숙의 도미토리.

 

 

 

 

자이살메르는 사막의 도시인지라 덥긴 더워도 습기는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을까. 습도가 만만치 않다. 게하 주인인 폴로의 말에 의하면 며칠 동안 이곳에 계속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극강의 건조지역인 라다크 레에서도 연일 비가 내리고, 사막지대인 이곳에서도 연일 비가 내렸다니 기후 변화가 자못 심각해진 것 같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그것을 실감나게 체험하고 있다.

 

게하 사장인 폴로라는 분은 입지전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릭샤를 몰다가 지금 이 3층짜리 게스트하우스를 만든 사람이라고. 릭샤를 하다가 처음 단칸방 게하에서 시작했다나. 놀라운 사람이다. 최근 한 한국인과의 트러블로 곤란을 겪었지만 여전히 장사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말도 곧잘 하는 이 친구는 무척이나 낙천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과의 친화력, 유모 등이 아주 넘치는 사람으로 보인다. 지금도 이런데, 예전 더 젊었을 때에는 정말 대단했을 것 같다. 한국인 덕에 돈을 벌고, 또 한국인 덕에 고생도 하고. 뭐든지 다 좋을 수는 없는 법. 그래도 계속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항상 긍정적이고 부지런한 한. 아래 사진에서 모자 쓰고 빨간 셔츠를 입은 친구가 폴로다. 카운터에 있는 하얀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폴로의 아들이라고.

 

 

 

 

대충 짐을 정리하고 바로 식사하러 그곳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갔다. 이곳도 장 양이 잘 아는 곳이다. 현지 인도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인데 이름이 '포티야(Fotiya)'라고 한다. 이 친구도 한국인 상대 식당부터 시작해서 호텔을 운영하는 성공한 친구라고 한다. 젊어 보이는데 훌륭하다. 한국말도 곧잘 하는 친구다. 그런데 가격대비 음식이 맛있지는 않다. 게다가 옥상 식당에는 에어컨은 커녕 그 흔한 선풍기도 없다. 덥다. 더워.

 

갈 때 올 때 식당 사장인 포티야라는 친구가 자기 차로 픽업을 해주었다. 장 양의 파워를 알겠다. 올 때는 와인숍에서 맥주도 좀 사가지고 왔다. 옥상 부엌에 낡은 냉장고가 있어서 넣어 두었다. 냉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냉장고지만 덥혀지진 않겠지.

 

방은 에어컨이 들어와서 시원하다. 옥상 휴게실은 한낮의 햇살이 비취면서 팬 아래에서도 더위가 느껴진다. 습도가 높다 보니 그늘이고 팬이 있음에도 쉽게 열기가 식지 않는다. 에어컨이 나오는 방외에는 있을 곳이 없다.

 

우리 숙소는 자이살메르 성 바로 외곽에 있다. 옥상에서 보면 뒤로 자이살메르 성이 보인다. 성 아래로는 평지에 넓게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3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도 전망이 과히 나쁘지 않다. 날씨만 선선하다면 옥상에 누워 망중한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이라면 정말 좋을 듯. 여기에 폴로 사장님의 넉살과 유머라면, 정말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모일 것 같다.

 

 

 

 

 

 

저녁에는 점심을 먹은 그 식당에서 치킨 2마리와 맥주를 주문해서 여자 방에서 먹었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를 기다려서 온 치킨과 맥주는 우리의 기대를 많이 저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 자이살메르에서의 치맥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주었다. 날씨만 시원하다면 옥상에서 야경을 보면서 치맥을 했을 터인데, 저녁인데도 습도가 높아서 시원하지가 않다.

 

게다가 모기까지 있다. 이런 사막에 모기라니. 한국에서도 조금만 가물어도 모기 개체수가 확 주는데, 어찌 사막에 모기가 있단 말인가? 옥상에서 서너 방 물렸다.

 

날씨가 흐려서 별도 보이지 않는다. 정녕 이곳은 겨울에 와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좋은 건, 한가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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