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라자스탄 6: 자이살메르에서의 술(20170726)

경계넘기 2017. 12. 8. 11:39

 

2017. 7. 26. . 구름 낌. "자이살메르에서의 술"

 

아침에 일어났다. 새벽녘에 별이 조금 보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습도가 장난 아니다. 일어나서 주변 산책을 하다 보니 뒤가 마렵다. 일행이 있는 곳에서 좀 멀리 가서 모래를 좀 파고 그곳에 뒤를 봤다. 사방이 펑 트인 사막 한 가운데, 그 자연에서 일을 보는 해방감. 사막이라 모래를 덮어주면 흔적도 없다. 자연주의.

 

 

 

 

아침은 바나나와 토스트, 그리고 삶은 감자로. 8시가 되니 출발준비를 한다.

 

낙타 탈 사람과 차를 타고 갈 사람을 묻는다. 생각하기엔 여자 한 명 정도 차를 탈 줄 알았는데, 중국 애들 중에 남자 둘, 여자 둘이 차를 타겠단다. 그래서 우리 형제 둘과 중국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 이렇게 4명만 낙타를 타고 갔다. 올 때와는 반대방향으로 이번에는 30분 정도 간 것 같다. 저 앞에 도로가 보이고 폴로의 차가 정확히 막 도착했다. 낙타를 내리자니 조금 아쉽다. 조금 더 탔으면 하는데.

 

 

차에 옮겨 타서 한 시간 조금 안되게 달려서 자이살메르 숙소로 돌아왔다. 체크 아웃을 하고 큰 짐은 숙소에 맡기고 왔었는데, 체크 인하고 다시 도미토리 방에 가니 다행히 우리 침대는 그대로 있다.

 

 

 

폴로의 타이타닉(Titanic) 호텔은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본인 한 명과 서양인 한 명 정도. 우리 형제가 묵은 도미토리 숙소는 이층 침대 다섯 개가 들어서 있었는데 꽤 큰 방이었는데 우리 두 명이 다였다. 그런데 우리가 오고 난 날부터 사람들이 차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다른 방을 쓰던 우리 여자 일행들도 우리 방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거의 열 명이 다 찼다. 북적북적.

 

오자마자 샤워를 하니 시원하다. 시원한 침실에 누워서 피로를 좀 푼다.

 

2시쯤 형과 버스표를 예약하러 나갔다. 다행히 에어컨 버스 출발지가 우리 숙소 바로 앞이라 5분만 걸어가면 있었다. 좌석은 충분했다. 우리가 맨 처음 예약한 듯. 좌석은 7,8. 우리의 다음 예정지인 조드푸르(Jodhpur)까지 300 루피다. 싸다는 생각.

 

표를 예약하니 이제는 정말 자이살메르도 떠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이정 없이 거의 일주일 가까이를 머물다 간다.

 

오후 5시쯤 저녁식사는 신 양과 같이 나갔다. 장 양은 형과 오후 3시쯤 배고프다 해서 일찍 나갔다. 송 선배는 몸이 안 좋아서 좀 쉬겠다고.

 

밀란(Milan)이란 곳을 갔다. 버터 치킨(Butter Chicken)과 탄두리(Tandoori)가 맛있다고 해서 버터 치킨과 탄두리를 각각 반 마리씩 시켰다. 물론 맥주도 한 병.

 

버터 치킨은 그냥 버터를 구운 닭인 줄 알았는데 닭고기 커리다. 탄두리도 가져왔는데 초벌구이 한 것을 화덕에서 데피지 않고 후라이팬에 데핀 것 같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기름이 나온다. 맛있는 집이라고 장 양이 그렇게 말했는데 실망스럽다.

 

신 양은 내가 매번 술을 잘 안 마신다고 투덜댔는데, 오늘 신 양과 원 없이 마시기로 했다. 자이살메르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인도 맥주는 맛이 없다. 가장 좋다는 전국구 맥주인 킹피셔(Kingfisher)도 맛이 없다. 특히 알코올 8% 정도 되는 것은 소주와 맥주를 제대로 섞지 않은 소맥 같다. 끝 맛에 소주 맛이 강하게 나는. 이곳 식당에서는 맥주를 판다. 물론 와인숍의 거의 두 배 가까운 200 루피. 그래도 시원함이 살아 있으니.

 

신 양과 다섯 병의 맥주를 마셨다. 천 루피 채우자고. 그렇게 술타령을 하던 신 양은 4병 째 가 되니 취기가 오는가 보다. 술을 다섯 병정도 시키니 식당 사람들도 우리가 놀라운지 서비스가 좋다. 버터 치킨이 좀 짜다고 신 양이 말하니 얼른 가져다가 덜 짜게 해서 가져온다. 탄두리 셰프, 버터 치킨 셰프, 짜파티 셰프 등도 와서 인사를 한다. 물론 식당에 손님이라곤 우리 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며 신 양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눴다. 뭐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들이지만.

 

밖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비를 뚫고 어떻게 집에 가나 싶은데, 술 얼큰히 취한 신 양이 그 발군의 친화력을 발휘해서, 끝내는 사장님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대단하다.

 

숙소에 와서는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다. 원래도 씩씩한 친구가 술이 취하니 이 침대 저 침대 돌아다니면 난리다. 뭐 귀여운 술주정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인도에서 제대로 술을 마셨다. 다섯 병, 천 루피. 한국 돈으로는 2만원 채 안 되는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처음이다.

 

자이살메르의 마지막 저녁은 탄두리와 버터 치킨을 안주로 원 없이 인도 맥주를 마신 날로 기억된다. 그리고 시원한 비를 맞으며 오토바이 타고 숙소 돌아온 것도. 날씨만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