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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수확 이야기 5: 감 따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20241017)

경계넘기 2025. 2. 4. 09:54

 

 

감 수확 이야기 5: 감 따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오늘도 농장주의 잔소리가 쉬지 않는다.

 

감 주머니에서 감 상자(컨테이너)로 부을 때 감들을 잘 봐 주이소. 꼭지를 짧게 잘 잘랐는지, 배꼽 잘 밀었는지. 그리고 꼭지 자르거나 배꼽 밀 때 감에 흠이 나지 않았는지. 그거 확인해서 감 따시는 이모님들에게 주의 주는 것도 감 나르는 사람이 해야 하는 깁니다.”

 

솎아 따기 하는데 작고 푸른 감 따시는 이모님들에게도 주의 좀 주이소. 그렇게 말을 해도 자꾸 작고 푸른 감이 나오네.....”

 

감 담거나 부을 때도 천천히 하이소. 감 상하지 않게!”

 

나에게 하는 말이긴 하지만 마지막 말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을 따시는 이모님들이 직접적인 대상이다. 감이 든 감 주머니를 감 컨테이너(상자)에 부을 때 감에 흠이나 상처가 났는지 잘 확인하고 흠이나 상처가 난 감을 딴 이모님들에게 주의를 줘야한다는 말이다. 감 주머니를 나른 사람이 그 감을 누가 땄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에 살짝 흠만 나도 상품성이 확 떨어진다.

 

요즘 크고 잘 익은 A급 단감은 한 개에 2~3천 원에 팔린다고 한다. 이런 단감에 살짝 흠(기스)이 생기면 바로 B급 상품, 즉 몇 백 원짜리로 떨어진다고 한다. 살짝 실금 같은 흠만 생겨도 가격을 못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뼈 빠지게 농사지은 농사꾼 죽이는 짓이라고 노래를 불러대는 농장주의 말이 과히 과하지는 않아 보인다.

 

 

꼭지는 짧게 자르고, 배꼽은 살짝 밀고

 

 

자연적으로 생기는 작은 흠이나 상처는 그런대로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따거나 운반할 때 생기는 인위적인 흠이다.

 

그러니 빨리만 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빨리만 따는 것은 농사꾼을 죽이는 일이다. 농장주의 말처럼 우선 감을 안 상하게 따는 방법을 손에 익힌 다음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농장주가 감을 처음 따시는 분들이 오면 입버릇처럼 말한다. “저는 감 많이 따라고 안합니더. 늦더라도 제대로 따 주이소!”

 

감 딸 때 철칙, ‘꼭지를 짧게 자르고, 배꼽은 살짝 밀어야한다

 

감에는 꼭지와 배꼽이 있다. 감이 가지에 매달려 있는 부분을 꼭지라고 하고, 반대쪽에 감꽃이 피었던 자리를 배꼽이라고 한다. 배꼽에는 작고 가는 가시 같은 게 붙어 있다.

 

감을 딸 때 흠이 안 생기게 하려면 꼭지를 짧게 자르고, 배꼽을 잘 밀어야한다. 꼭지와 배꼽을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꼭지 부분을 최대한 짧게 자르지 않거나 배꼽이 그대로 있으면 감을 상자에 붓거나 운반할 때 감의 꼭지와 배꼽이 서로 부딪쳐 흠이나 상처를 내기 때문이란다. 아울러 꼭지를 딸 때와 배꼽을 밀 때도 흠이나 상처가 나기 쉽다. 실제로 이때 더 많이 생긴다.

 

 

 

 

우선 꼭지를 딸 때 가위를 잘 다루어야 한다.

 

감나무 가지에 단단히 붙어 있는 감을 따려고 가위를 넣을 때 가위에 의해 상처나 흠이 생길 수 있다. 사람 키 아래에 있는 감은 별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사람 키 위에 있는 감을 딸 때다. 밑에서 가위가 들어가는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다리를 타고 있는 경우에는 자세마저 잘 안 나와 더욱 힘들다. 이때는 감각으로 가위질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자의 요령과 경험이 필요하다.

 

아울러 감을 따고 나서도 꼭지가 튀어 나오지 않게 마무리를 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꼭지 부분을 최대한 잘라 주어야 한다.

 

배꼽은 손가락 끝으로 살짝 민다.

 

이때 부주의하면 실금이 정말 많이 간다. 배꼽은 쉽게 떨어지기도 하지만 잘 안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때 손가락으로 너무 강하게 밀면 배꼽이 떨어져 밀려가면서 단감 표면에 실금을 낸다. 살짝 밀어서 잘 안 떨어지면 그냥 살짝 눌러서 뾰족한 끝부분을 무디게라도 해줘야 한단다.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나도 가끔 해보지만 배꼽이 잘 안 떨어지는 게 많다. 그렇다고 살짝 힘을 줘버리면 바로 밀려나가면서 감 표면에 기스를 내고 만다. 그나마 감을 보면서 천천히 하면 좀 괜찮은데 이러면 감 하나 따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숙련된 분들은 이 과정을 안 보고 한 동작으로 한다.

 

보통 오른손잡이의 사람이라면 오른손에 가위를 들고 왼손으로 감을 잡는다. 그리고 딴 감을 담을 감 주머니는 왼쪽으로 맨다. 이 자세에서 왼손으로 감을 잡으면서 바로 가위를 꼭지 부분에 넣어 감을 딴다. 그리고 감을 감 주머니에 넣으면서 감을 쥔 왼손 엄지로 꼭지가 짧게 잘렸는지 확인하고, 중지로는 배꼽을 살짝 밀어준다. 이때 감을 보지 않고 감각으로만 한다. 눈은 새로 딸 감을 계속 쫓는다. 이렇게 감 따는 작업이 감각적으로 한 동작으로 이루어지니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초보의 경우는 일일이 눈으로 확인을 하면서 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도 조금 익숙해지면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데 이때 사고를 치게 마련이다. 마음만 급하고 손은 따라오지 못하니 감에 상처를 내기 쉽다.

 

 

 

 

마지막으로 딸 감을 보는 눈도 중요하다.

 

막 딸 경우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렇게 솎아 따기를 할 경우는 따야 할 감과 그냥 두어야 할 감을 구분해서 따야 한다. 크고 누렇게 잘 익은 감을 따야 하는데 작고 덜 익은 푸른 감을 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감은 햇빛을 잘 받는 부분부터 익게 마련인데 햇빛을 잘 받는 부분은 가리는 게 없어 눈에 잘 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눈에 잘 보이는 부분은 노랗게 잘 익었어도 반대편으로는 잘 안 익은 경우가 많다. 아울러 위를 쳐다보면서 계속 따다보면 가끔 크기도 헷갈린다. 농장주가 이모님들! 손으로 잡아서 제대로 안 잡힐 정도로 큰 것만 따이소하면서 계속 다니지만 쇠귀에 경 읽기인 경우가 많다. 나도 수시로 말씀을 드리지만 그때뿐이다.

 

 

 

 

이러니 감 따는 데에도 초보와 경력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난다.

 

어디 감뿐이겠는가! 과수원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가을 수확기에 얼마나 많은 유능한 경력자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게 인색한 우리 농장주는 본격적인 수확기에 좀 고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심을 얻고 있는 사람은 아닌 듯해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