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반(Yerevan) 중심가 산책
예레반(Yerevan) 시가지를 둘러보기로 한다.
어제는 눈 맞으며 정처 없이 걸었다면 오늘은 좀 제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날은 흐리지만 눈은 멎었고 날씨도 그리 춥지 않다. 캐스케이드(Cascade), 고문서 박물관(Matenadaran), Katoghike 성당 그리고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 등을 둘러볼 생각이다. 몇몇은 이미 어제, 그제 돌아다니면서 대충 둘러보기는 했지만 오늘은 찬찬히 둘러보기로.
캐스케이드(Cascade)와 그곳에서 보는 아라랏산과 예레반 시가지
숙소의 위치가 좋다. 걸어서 캐스케이드는 5분 정도의 거리. 도로를 몇 번 건너야 하는 것이 귀찮을 뿐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캐스케이드 가서 운동을 해도 된다.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에 아주 적합하다.
캐스케이드 정면에 캐스케이드와 함께 예레반 중심가를 설계한 알레산더 타마니안(Alexander Tamanyan)의 동상이 있고, 그 뒤로 캐스케이드까지 이어지는 타마니안 거리(Tamanyan Street)가 있다. 타마니안 거리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캐스케이드를 연결한다.
타마니안 거리는 작은 조각 공원 같은 곳이다.
거리 곳곳에 세계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 예술가의 작품도 눈에 뛴다.
콜롬비아가 자랑하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익살스런 작품들도 몇 개 보인다.
캐스케이드는 계단식 폭포를 의미한다.
그 의미 그대로 캐스케이드는 몇 단계의 폭포와 분수가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확히 몇 단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4, 5 단계인 것 같다. 겨울이라 물이 흐리지는 않지만 날이 풀리면 물을 흘려보낼 것이다. 그러면 제대로 멋이 나겠지.
캐스케이드 안쪽은 일종의 박물관이다.
단계별 이동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있다. 고로 캐스케이드는 외부의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내부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다. 맨 위층에 갤러리도 있는데 지금은 공사 중인지 열지를 않았다.
캐스케이드에서 바라 보는 아라랏산(Mt. Ararat)과 예레반 시가지.
캐스케이드에서 가장 감명 깊은 것은 캐스케이드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바로 보이는 아라랏산과 예레반 시가지의 전경이다. 어제, 그제는 날이 흐리고 눈이 와서 이곳에서 아라랏산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비록 흐리지만 완연한 모습이 보였다. 캐스케이드를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때 마다 그 모습이 더 완연히 보였다.
캐스케이드 맨 위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정확히 말하면 공사가 중단 된 상태다. 맨 위에 보면 높은 탑이 있는데 공사장을 우회해서 그곳을 올라갈 수 있다. 탑이 있는 곳은 마치 캐스케이드의 옥상 같은 곳인데 그곳에서 아라랏산이 제대로 보였다. 마침 햇살도 비쳐서 그곳에서 한 동안 아라랏산을 바라보았다.
이곳과 예레반 도시를 설계한 알렉산더 타마니안(Alexander Tamanyan)이 예레반 어디서든지 아라랏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하더니만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가깝게 보이는 아라랏산이 실제는 터키 영토 안에 있어서 쉽게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 아파진다.
고문서 박물관(Matenadaran)
캐스케이드 중간쯤에 작은 길이 있는데 구글맵이 고문서 박물관 가는 길을 그쪽으로 알려준다.
전형적인 달동네 골목길이다. 도시의 랜드마크인 캐스케이드와 고문서 박물관 사이에 그런 길이 있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만 오히려 더 정겹다. 하지만 이곳도 철거 작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캐스케이드에서 작은 골목길을 따라 15분쯤 가니 고문서 박물관이 나온다. 달동네 길로 와서 그런지 좀 생뚱맞은 건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은 고문서들을 보관하는 곳인데 성경 등의 필사본들을 많이 보존하고 있다.
고문서를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나름 흥미롭다.
인쇄를 할 수 없었던 그 옛날 성경 등을 모두 손으로 써서 만들었는데 말이나 글로 읽을 때에는 그러려니 하며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직접 눈으로 보니 놀라왔다. 두께도 당연히 두껍지만 손으로 직접 썼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가지런했다. 마치 인쇄한 것처럼. 그리고 삽화 등도 직접 그려서 집어넣는데 그 그림들도 재미있다. 다만,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어서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Katoghike 성당
고문서 박물관을 나와서 시내 중심으로 조금 걸어가면 Katoghike 성당이 나온다.
아르메니아에서 처음 보는 성당이다. 이 성당은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3세기 만들어진 부속 예배당과 그 옆에 최근에 새로 세워진 성당이 있다. 확실히 두 개의 건물은 세월의 격차를 느끼게 해준다.
여기 와서 알았는데 절과 비슷하게 성당에서도 초를 사서 예배당 안에서 불을 붙인 다음에 무슨 판 같은 곳에 꽂은 다음 기도를 드린다. 13세기에 지어졌다는 그 부속 예배당은 예배를 보는 곳이 아니라 초를 사서 꽂은 다음 기도를 드리는 기도실 같았다. 새로 지은 건물이 예배당 같은 데 안이 좀 황량하다.
이 성당, 특히 13세기에 지어진 성당이 의미가 있는 것이 예레반의 성당들 중에서 1679년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성당이라고 한다. 실제로 벽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총탄 자국 같은 것도 눈에 보인다.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
성당에서 조금 내려오면 바로 공화국 광장이다.
예레반에 도착한 첫날에도 배낭을 지고 걸어갔던 곳이다. 오늘이 세 번째이긴 한데 밝은 날 둘러봤다는 의미 외에는 딱히 없다. 공화국 광장 북쪽에 있는 건물이 역사박물관 건물인데 그 앞에 넓은 분수대가 있다. 이곳에서 저녁마다 분수 쇼를 한다고는 하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분수 자체를 틀지 않고 있다.
방사형의 시내 중심은 대충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도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다. 새로운 곳에 올 때마다 맞닥뜨리는 문제가 나에게 맞는 식당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편하게 밥 먹을 곳을 좀 찾다가 귀찮아서 눈에 보이는 햄버거 가게로 들어가서 햄버거로 식사를 때웠다. 가장 만만하다.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다.
지금까지 보면 아르메니아(Armenia)의 물가가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물가보다 비싼 것 같다. 많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 보다 좀 더 잘 산다는 것을 감안하면 좀 의아스러운 일이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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