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축(Selcuk) 가는 길
간만에 조식을 먹으니 좋다.
간단한 아침이지만 빵을 많이 먹으니 든든하다.
파묵칼레(Pamukkale)에서 셀축(Selcuk)으로 이동한다.
10시에 느지막이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를 나선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좋더니만 걷는 길에 빗방울이 잠깐 떨어진다. 혹시 쏟아질까 싶어 발걸음을 재게 한다. 오늘 데니즐리(Denizli)에서 셀축 가는 길은 기차를 이용할 생각이다. 기차가 가격도 싸지만 시간적 여건도 좋다. 데니즐리에서 셀축 가는 버스는 주로 오후 출발한다. 반면에 기차는 오후 12시 45분 기차가 있어서 시간적으로도 훨씬 유용하다. 터키 와서 처음으로 기차를 타보는 것이기도 하고.
파묵칼레의 돌무쉬 타는 곳에 기다리니 바로 차가 온다.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었는데 지나가던 버스 기사가 나를 보더니 어디 가냐고 묻는다. 데니즐리라고 했더니 타란다. 기사가 묻지 않았다면 놓칠 뻔 했다. 좌석이 많이 남아서 기사가 호객한 것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만석이라 서서 간다.
넉넉히 길을 나서니 여유 만만이다.
기차역은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 바로 맞은편으로 가까워서 좋다. 요금은 17.5리라. 버스로도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니 기본적으로 버스 요금도 50리라 이상일 터다. 그에 비하면 정말 어이 없이 싸다.
이렇게 싼데 누가 버스를 이용하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입석이 어마어마하다.
좌석 구조는 일반 기차와 같지만 지정 좌석은 없다. 전철이라고 보면 된다. 데니즐리가 출발역이라 자리가 있었지 조금만 지나면 대부분이 서서 간다. 그것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기차는 좋다. 객실의 시설도 거의 우리네 KTX와 비슷한데 오히려 앞, 뒤 간격은 더 넓다. 주말이라 데니즐리 역부터 사람이 많다. 되도록 순방향 좌석에 앉으려 하다 보니 사람이 많아서 대신 창가 쪽은 포기해야 했다.
서는 역이 많은데 점점 서서 가는 사람이 늘어난다. 셀축 도착 한 시간 전쯤인가 해서 어르신들이 많이 타신다.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내가 자리를 양보하니 내 옆 창가에 앉아 있던 젊은 친구도 자리를 양보한다. 하지만 그게 다다. 코카서스 3국에서도, 터키에서도 젊은 친구들이 노인들께 자리를 많이 양보하던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 어르신들이 많이 서서 가시는데 젊은이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르신들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나 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기도 하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시기도 한다. 같이 서 있던 한 젊은 친구는 만원에 자리가 비좁아 불편하게 서 있는 나를 위해 자신의 공간을 나눠준다. 셀축역에서 내릴 때다. 만원 객실에서 큰 배낭을 메고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야 했는데 어르신들이 너나없이 내 대신 길을 좀 비켜주라고 말을 해주신다. 덕분에 사람들도 가득 찬 기차에서 쉽게 내렸다. 주저 없이 어른께 자리를 양보한 여행객이 기특했나 보다.
12시 45분 기차를 타서 오후 4시쯤에 셀축에 도착했으니 3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셀축은 작은 도시라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생각해 두었던 숙소를 가는 중에 다른 호스텔이 보인다. 들어가 물어보니 환경이나 조건이 더 좋다. 하루 53리라에 조식이 포함이다. 도미토리 방이 지하긴 하지만 습하진 않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동네 구경하러 나간다.
먼저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확인한다. 터미널도 숙소에서 바로 5분 거리. 도시가 작으면 이게 좋다. 웬만하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필요한 모든 곳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가 차나칼레(Canakkale)라는 곳인데 셀축에서 바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 30분에 가는 한 대뿐이란다. 대신 여기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대도시 이즈미르(Izmir)로 가서 거기서 차나칼레 가는 버스를 타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거의 매 시간 버스가 있단다. 여기서 이즈미르 가는 버스도 거의 매 시간 있다는 말도 곁들인다.
다음 목적지 교통편을 확인했으니 이젠 동네 한 바퀴를 한다.
도시가 정말 작아서 대충 중심가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면 충분해 보인다. 걷다가 한 식당에서 식사도 한다. 셀축의 에페스(Efes) 유적을 보러 왔으니 에페스 맥주도 한 병 하고.
대충 둘러보니 시내에서 가볼 만한 곳은 아야술룩 언덕(Ayasoluk Hill) 위에 웅장하게 서 있는 성이다. 숙소 근처라 숙소 가는 길에 올라갔는데 한창 보수 공사를 하는지 입장이 안 된다. 옆에 있는 요한 교회도 입장이 안 된다.
개구멍이 있는지 성 한쪽 담장 위에 두 터키 처자가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굳이 외국인 여행자가 개구멍을 찾아 가는 것도 그래서 그냥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셀축 도시를 굽어 볼 수 있는 명당자리임은 틀림없다.
내려오는 갈에 한 터키 아저씨가 성 요한 교회를 보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지금 보수 공사 중이라 입장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니 15리라만 주면 자기가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겠단다. 됐다고 한다. 나중에 성 요한 교회 앞을 지나는데 그 아저씨와 다른 아저씨가 입구에 서서 마치 유적지 안내원인 양 관광객을 샛길로 안내하고 돈을 받고 있다. 관광객들은 영문도 모르고 개구멍으로 올라갔다가 나오면서 돈을 뜯기는 것 같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셀축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는 작은 도시다.
근처에 에페스라는 터키 최대의 고대 도시 유적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내에 있는 셀축성과 성요한 교회를 들어갈 수 있다면 나름 도시 자체도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하지만 작고 번거롭지 않은 도시라 그냥 산책하듯이 걸어 다니며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은 도시를 좋아하는 점도 한몫하는 것이겠지만.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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