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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2, 터키 파묵칼레 1-2: 폐어가 된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20190425)

경계넘기 2020. 8. 26. 18:35

 

 

폐어가 된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목화의 성을 구경하면 나면 그리스와 로마의 유적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 파묵칼레는 원래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가 있던 곳이다. 히에라폴리스는 그리스 페르가몬의 왕 에우메네스 2(Eumens )가 기원전 2세기에 만든 도시로 히에라폴리스성스러운 도시의 의미다.

 

로마 시대와 비잔틴 시대에 가장 번성했다고 한다. 가장 번성할 때는 10만 명 정도가 살았다고 하니 거대한 도시 국가였다. 이후 12세기에 셀주크 제국(Seljuk Empire)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지금의 이름인 파묵칼레로 바뀌었다. 도시는 1354년에 있었던 거대한 지진으로 사라지고 19세기 말에야 독일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지금의 모습이 들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목화의 성, 파묵칼레는 산의 경사진 한 면에 형성되어 있다. 그 경사면을 올라서면 위로 넓은 평지가 펼쳐지는데,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는 바로 그 평지에 건설된 도시다. 현재는 들풀과 들꽃 사이로 도시의 잔해들만 곳곳에 남아 있는데 주로 로마 시대의 건축물이다. 거의 허물어져 잔해만 남아 있지만 그 웅장함과 정교함은 놀랍다.

 

 

 

로마 시대에는 도시의 성벽 밖에 공동묘지를 두었다.

 

이를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라고 한다. 히에라폴리스에도 네크로폴리스 유적이 넓게 남아 있다. 터키에서 가장 네크로폴리스라고 한다. 히에라폴리스에 커다란 네크로폴리스가 있는 이유는 이곳 파묵칼레의 온천이 병의 치유에 좋다고 해서 많이 환자들이 몰려 왔기 때문이란다.

 

 

 

대부분이 석관묘들인데 오랜 시간과 강한 지진에도 많이 남아 있다.

 

석관들을 보면 돌을 통째로 파서 시체를 안치할 수 있도록 했다. 덮개만은 돌로 따라 만들었는데, 대부분은 집의 지붕 모양을 하고 있다. 석관 자체를 하나의 집처럼 만든 모양이다.

 

 

 

석관의 사방은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화려한 것도 있고 단출한 것도 있다. 화려한 것들은 이곳보다 안탈리아 박물관(Antalya Museum)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대리석 옆면에 신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새겨 놓았는데 관 자체가 하나의 뛰어난 예술품이다.

 

석관을 안치하는 무덤도 정자나 집처럼 만들었다. 규모가 엄청난 것들도 많다. 아치형, 2층형 등 여러 가지 모양과 구조가 있는데 무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들도 많다. 아마 귀족이거나 부호의 무덤이었을 것이다.

 

 

 

우리네 봉분 같은 것들이 보인다.

 

석관묘들 사이로 흙을 둥글게 쌓아 만들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진짜 봉분이다. 기원전 1~2세기 만들어진 봉분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왕릉과 많이 흡사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흙으로 덮은 봉분 양식에서 이후 석관 양식으로 바뀐 것 같다.

 

 

 

성 안으로 들어오면 지금도 성으로 들어오는 문과 그 문으로 연결되는 도로 양 편에는 무척이나 웅장했을 건물 잔해들이 있다. 이곳에는 사원, 도서관, 경기장, 목욕탕, 공공화장실 등의 건물이 있다.

 

 

 

특이한 점은 입구 바로 왼쪽에 대중화장실 건물이 있다는 것이다.

 

로마 시대의 도시들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목욕탕인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도시로 들어오는 입구에 거대한 대중화장실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면 웅장한 기둥들이 줄줄이 서 있는데 당시 화장실에는 칸막이가 없었다고 한다.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원형 극장이다.

 

이 클라이막스를 마지막으로 보려고 석회봉 경사면을 따라 유적지 맨 뒤로 가서는 거슬러 오면서 구경하고 있다. 원형 극장이 입구에 가깝게 있기 때문이다.

 

 

 

서편 하늘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유적지를 둘러보고 원형 극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가 한참 넘은 시각. 석양이 서서히 서편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이다. 원형 극장은 파묵칼레의 경사면 맨 위에 있다. 파묵칼레의 석회봉에서도 조금 더 올라와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원형 극장 맨 윗좌석에서 바라보면 파묵칼레 아래의 평지가 한 눈에 보인다. 원형 극장 맞은편 정면에서 살짝 왼쪽으로 비껴난 방향에서 해가 지기 시작한다. 파묵칼레 평원에 지는 일몰의 풍광이 장관이다.

 

 

원형 극장에 앉아서.

 

원형 극장에서 보는 평원과 일몰의 풍경도 훌륭하지만 그것을 더욱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원형 극장의 자체의 웅장함과 섬세함이다. 2단으로 만들어진 원형 극장은 페티예에서 본 원형 극장과는 모든 면에서 격을 달리한다. 경사면에 돌을 쌓아 만든 원형 극장은 놀라움 그 자체다. 좌석의 경사도가 커서 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반원형의 좌석을 모두 거대한 돌을 깔아 만들었고, 귀족들이 앉았다는 1단의 좌석에는 많은 조각상들도 있었다고 한다.

 

 

 

 

15,000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규모도 놀랍지만 그 섬세한 건축술에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무대는 특히 정교하고 아름답다. 무대 뒷배경은 마치 건물 외관처럼 만들어져 있고 사이사이 조각상들도 있다. 무대에서 사람이 말을 하면 마이크가 없는데도 끝에까지 들렸다고 하니 그 과학적 지식에도 놀란다. 2세기에 만들어진 건물이다. 거의 2천 년 전의 원형 극장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도 경이로움으로 남는다.

 

 

 

 

원형극장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시원한 맥주을 마신다.

 

서편 하늘을 물들이던 해가 그 힘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동안 원형 극장 맨 가운데 맨 윗좌석에 앉아서 한참이나 원형 극장과 그 뒤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이곳에서 고대인들은 연극과 공연 등의 문화 예술을 즐겼다. 아울러 원형 극장은 정치 집회의 장소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 앞 무대에 서서 정치적 연설과 선동을 했을 것이다. 제한적인 민주주의였다 하더라도 도시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현대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책으로만 봤던 원형 극장 그리고 고대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이야기. 지금 그 현장의 한 가운데에 에페스(Efes)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다.

 

 

 

파묵칼레는 자연과 인간의 경이로움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당일치기로 급하게 보지 말고 꼭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찬찬히 구경하길 바란다. 나중에 터키 최대의 고대 유적지라는 셀축(selcuk)의 에페스(Efes)에 갔는데 그곳의 원형 극장보다 파묵칼레의 원형 극장이 더 멋있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