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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터키(Turky, 튀르키예)

D+161, 터키 페티예 5: 지중해가 보이는 바닷가 카페에서(20190424)

경계넘기 2020. 8. 25. 11:59

 

 

 지중해가 보이는 바닷가 카페에서

 

 

글이 많이 밀렸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어느새 어마어마하게 밀려 있다. 꾸준함의 무서움을 실감한다. 밀린 글 작업을 하기로 한다. 페티예(Fethiye) 이후로는 하루, 이틀 사이로 계속 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글 작업할 시간이 더욱 없을 것 같다.

 

마리나를 거쳐서 예전에 저녁을 먹었던 바다가 보이는 한 로컬 식당에 왔다. 카페 겸 식당은 좌석의 대부분이 야외에 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앞으로 지중해 파란 바다와 마리나에 정박해 있는 하얀 요트들이 보인다

 

 

 

점심을 하기는 이른 시간이다.

커피를 한 잔 시키고, 노트북을 꺼낸다.

날씨도 선선하고 햇살 좋은 날. 아침 햇살을 받아 바다는 더욱 파랗고 요트는 더욱 하얗다.

 

터키식 커피를 시켰다.

 

근데 이게 좀 그렇다. 터키에 왔으니 터키식 커피를 자주 마셔주려 하지만 양도 적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3분의 1은 커피 가루가 차지한다. 터키식 커피는 잔부터 작다. 에스프레소 잔보다 조금 더 클까. 또한 커피 가루가 녹지 않고 가라앉는다. 마치 미숫가루처럼 말이다. 잔도 작은데 그나마도 3분의 1이 가루이니 몇 모금 마시면 없어지고 만다. 일반 커피보다 싸다고 시켰다간 낭패 보기 일쑤다.

 

 

 

금세 커피를 마시고 다시 터키 홍차인 차이(cay)를 한 잔 시킨다.

 

차이를 내는 잔은 모양마저 항상 일정하다. 터키의 국화가 튤립인데 그 튤립을 닮은 잔이다. 차이는 이 잔에다만 마신다. 하지만 차이 잔도 무척이나 작아서 서너 모금 마시면 이내 없어져 버린다. 가끔 더블 차이를 파는 곳이 있는데 더블 차이를 시켜야 일반적인 찻잔에 차이를 내어 준다.

 

11시가 넘으니 배가 슬슬 고파진다.

 

아침도 안 먹은 상태라 아점을 먹기로 한다. 이 식당이 맛도 그리 나쁘지 않은데 가격이 무척 착하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그렇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곳이다.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인줄 알고 시켰는데 치킨까스다. 가격은 겨우 14리라. 세 시간 정도 앉아서 커피 한 잔, 차이 한 잔, 그리고 치킨까스를 시켜 먹었는데 가격은 합쳐서 21리라다. 터키 커피가 5리라, 차이가 2리라, 치킨까스가 14리라. 지금 환율로 1리라가 200원 정도 하니 42백 원이다.

 

 

 

경치 좋고, 가격도 착한 곳을 발견했지만 난 내일 떠나야 한다.

 

새로운 곳에 익숙해지고, 좋은 식당, 좋은 카페 하나 발견했다 싶으면 떠나야 한다. 여행자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이곳도 , 두 번 더 오면 단골이 될 터이다. 하지만 페티예의 마지막 날이다. 일주일 정도 페티예에 더 머무르면서 이런 일상을 즐기고 싶다. 매일 이곳에 와서 커피 한 잔, 차이 한 잔 또는 맥주 한 병과 함께 바다도 보고, 글도 쓰고 했으면 싶다. 여행자의 작지만 소중한 일상이다. 

 

글을 쓰다 문득 문득 눈을 들어 파란 지중해를 눈에 담는다.

 

이제 다시 내륙으로 들어간다.

안녕 지중해!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