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민타스 석굴무덤(Tomb of Amyntas)과 칼리스 해변(Calis Beach)
아민타스 석굴무덤
Tomb of Amyntas
아민타스 석굴무덤(Tomb of Amyntas)을 간다.
아민타스 석굴무덤은 페티예(Fethiye) 시내에 있다. 오전에 숙소를 나서서15분 정도 걸었나. 조금 언덕길을 올라가나 싶었더니 이내 절벽이 보이고 그 절벽을 파고 들어간 석굴들이 보인다.
아민타스 석굴은 그들 중에서 가장 크고 우람하다.
입장료는 6리라. 다시 조금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아민타스 석굴무덤은 좀 실망스럽다. 입구 쪽에서 보이는 것이 다였기 때문. 뭐랄까 영화 광고를 보고 극장에 갔더니만 광고가 다였다는 느낌. 이럴 바에야 굳이 입장료 내고 올 필요가 없다. 밖에서 충분히 볼 수 있으니까. 말 그대로 석굴 안은 무덤이 안치될 정도의 규모로만 굴이 파여져 있다. 들어갈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 이미 카파도키아에서 엄청난 규모의 동굴교회와 지하도시를 봐온 터라 감흥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무덤의 입구 기둥과 기둥이 받치고 있는 지붕을 자세히 보고 있으니 뭔가 이상하다.
일반 건물들처럼 기둥이고 지붕이고 각기 조각한 돌을 세워 맞춘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전부 판 것이다. 절벽을 통째로 파서 무덤의 계단들과 기둥들, 지붕 등을 조각한 것이다. 한 마디로 하나의 돌을 파서 만든 것. 무덤 넣을 공간만 파서 무덤을 안치한 것이 아니다.
기둥과 지붕 그리고 그곳에 아로새긴 문양의 정교함은 카파도키아의 그것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무덤의 주인인 아민타스는 아나톨리아(Anatolia)의 고대 도시 리키아(Lycia)의 왕이었다고 하는데, 리키아인들의 솜씨를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다. 왜 굳이 석굴을 무덤으로 활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카파도키아나 이곳이나 석굴을 파서 이용하는 것은 이곳 터키 지역의 역사적 특징으로 보인다.
아민타스 석굴에서 보는 전망이 좋다.
제사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다고 아민타스 석굴무덤에서 페티예 시가지와 지중해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그리 높게 올라온 것 같지 않는데도 석굴 앞에 앉으면 가리는 것 하나 없이 붉은 지붕으로 덮인 시가지와 지중해의 파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왕의 무덤을 이곳에 둔 이유를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울산 앞바다에 대왕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신라 문무대왕의 능이다. 동해의 용왕이 되어 왜구를 막겠다며 화장한 재를 이곳에 뿌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아마 아민타스 왕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석굴 앞 계단에 걸터앉는다.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석굴은 항상 그늘이라 커다란 돌계단의 차가운 기운이 온 몸에 전해진다. 돌계단 혹은 돌기단 조차도 무덤과 함께 모두 하나의 바위다 보니 마치 죽은 아민타스 왕의 기운이 전해지는 기분이다.
칼리스 해변
Calis Beach
아민타스 석굴무덤을 내려와서 이번에는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페티예 북부에는 칼리스 해변(Calis Beach)이 있다. 시 중심에서 대략 6km 정도 거리라 걸어가 보기로 한다. 가는 길이 해안가를 쭉 따라가는 길이라 페티예 북부 해안 길을 둘러 볼 수 있다.
가는 길에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 보여서 가보니 5일장 같은 것이 서 있다. 잠시 구경을 하고 먹거리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점심도 했는데 그리 싸지 않다. 바가지도 씌우려 하고. 점잖게 생긴 영감님이 주문할 때와 계산할 때의 가격을 다르게 부른다. 좀 따지니 가격이 내려간다.
칼리스 해변 가는 길은 많이 실망스럽다. 해안을 따라가는 것은 맞는데 모두 개발된 곳들이라 카페와 레스토랑이 연이어 이어진다. 중간에 공원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돌과 콘크리트로 잘 다듬어 놓은 길이라 자연적인 길을 좋아하는 나에겐 그다지 흥미가 없다.
칼리스 해변은 나쁘지 않다.
꽤 긴 해변은 욀뤼데니즈(Ölüdeniz) 해변과 같이 모래와 손톱 크기의 작은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몽돌이 작아서 누워있으면 푹신하면서도 모래처럼 옷에 달라붙지 않아서 좋다. 몽돌 해변에 누워서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자장가 같다. 파도 소리와 함께 몽돌에서 물이 빠질 때 나는 특유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치 해변이 숨 쉬는 듯한 소리. 지중해 몽돌 해변에 가시면 꼭 그 소리를 들어보길 바란다.
같은 몽돌 해변이라도 몽돌이 크면 그런 소리가 나질 않는다. 한국의 거제도 몽돌 해변이나 조지아 바투니(Batumi)의 흑해 몽돌 해변에서는 몽돌이 커서 그런지 그런 소리를 듣질 못했다. 이런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해변은 페티예 해변보다는 안탈리아(Antalya)의 콘얄트 해변(Konyaalti Beach)이다. 그곳은 모래 없이 모두 작은 몽돌로만 이루어진 해변이라 그런지 소리가 무척이나 잘 난다. 해변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전부터 조금 이상하다 했더니 오늘이 터키의 어린이날이다.
예쁜 옷을 입거나 페이스 페인팅을 한 어린이들로 거리가 넘쳐난다. 광장에서는 공연도 하고. 터키인들도 흥이 많은 것 같다.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춘다.
숙소 가는 길에 파묵칼레(Pamukkale) 가는 버스표를 끊으려 한다.
중심가에 버스 회사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두어 군데 둘러보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버스 편이 많지 않다. 주류 버스 회사들은 직접 파묵칼레로 가지 않고 파묵칼레 근교의 큰 도시인 데니즐리(Denizli)라는 곳만 간다. 그곳에서 돌무쉬(미니버스)로 갈아타고 파묵칼레로 가야 한단다.
문제는 야간에 출발하는 버스 편만 있다.
저녁 9시나 9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들인데 데니즐리에 저녁 12시 조금 넘어 도착한단다. 데니즐리를 경유해서 보다 먼 도시로 가는 버스인 모양이다. 문제는 그 시간에 떨어져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다행히 메이저 버스 회사인 파묵칼레에서 오전 버스가 있단다. 다만 파묵칼레가 아니라 Anadolu라는 마이너 버스 회사다. 파묵칼레 역시 저녁에만 버스를 운영한다고. 같이 운용하는 회사이니 걱정하지 말란다. 대형버스에 3열 버스라고 하니 버스 회사는 상관없다.
직접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도 있다고 한다.
파묵칼레 사무실 아저씨가 알려준 것인데 터미널에서 사야 한단다. 블로그에 의하면 로컬 버스로 버스가 작고 4열이라고 한다. 터미널까지 가서 사야 하는 관계로 그냥 파묵칼레 버스 사무실에서 끊었다.
버스는 내일 오전 10시 45분이다. 데니즐리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빨라도 오후 2시에나 도착한다. 그곳에서 다시 돌무쉬로 갈아타고 파묵칼레로 들어가야 하니 시간이 빠듯할 수도 있다. 비수기에 움직이니 이런 점이 불편하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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