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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01, 중국 칭다오 1-2: 무진기행(霧津紀行), 안개 속의 중국 칭다오 (20181115)

경계넘기 2020. 11. 1. 10:17

 

 

무진기행(霧津紀行), 

안개 속의 중국 칭다오(青岛, Qingdao)

 

 

비행기에 탑승하니 새집 냄새가 강하게 난다.

 

막 비행을 시작한 새 비행기다. 곳곳에서 날 것의 냄새를 풍긴다. 머리가 아플 정도다. 비행기도 새집증후군이 심하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안다. 중국 시간으로 오전 9시에 칭다오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1시간 반의 짧은 거리다.

 

칭다오(青岛, Qingdao) 하늘이 뿌옇다.

 

미세먼지가 많은 것인지. 대부분의 중국 도시들이 미세먼지와 황사로 고생하지만, 칭다오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겨울 기온도 서울보다 따뜻하고.

 

 

 

무진기행(霧津紀行). 김승옥의 소설이 생각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번잡한 서울을 떠나 자신의 고향이자 안개로 유명한 무진(霧津)이라는 작은 항구도시를 찾아간다. 잠시 동안의 여행이지만 여기서 그는 잊었던 자신을 발견한다. 몽환적인 무진은 이상 그리고 각박한 서울은 현실이다. 물론 여기서 무진은 작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이다.

 

안개가 자욱한 칭다오는 나를 무진기행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이제 저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나의 여행은 시작한다.

짙은 안개처럼 내 여행의 여정도 알 수 없지만,

소설처럼 잊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칭다오가 이번 여행의 첫 여정이 된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에서 서쪽으로 가장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계획이나 목적은 없지만 그나마 한 가지가 있다면 방향이다. 서쪽으로 간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서쪽, 칭다오에서부터 서쪽으로 가다보면 세상의 끝이 나오려나.

 

짧은 여행의 목마름.

길은 이어지고 너머의 길이 궁금했지만,

스스로 만든 경계의 길목에서 항상 아쉬움의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제 나의 경계는 사라졌다.

 

이번 여행에서는 최대한 육로로 간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비행기나 배를 타더라도.

 

하지만 어디서 갈림길이 나오고,

그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고,

선택한 너머의 길에 무엇이 있고,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른다.

 

당장 칭다오 이후의 여정도 없다.

모든 것은 안개 속이다.

지금 칭다오처럼.

 

 

중국을 감싸는 또 하나의 안개

 

 

마지막으로 중국에 왔던 적이 2년 전인데 그때와도 또 입국이 달라졌다.

 

통제가 더 심해졌다. 입국 수속 때 예전에는 없던 지문날인을 하도록 한다. 열 손가락 모두 지문날인을 한다.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중국 공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확 잡치게 한다. 시설이나 규모 등 공항의 하드웨어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친절이나 배려 등 공항의 소프트웨어는 그만큼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대중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일까?

 

입국 수속을 마치고 수화물 찾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짐 정리를 한다. 여권과 신용카드를 확인하고, 복대에 담아서 몸에 착용한다. 이제부터 여권과 신용카드는 나의 생명과 같다.

 

내 배낭이 벌써 나와 돌고 있다.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유심 파는 곳이 두 곳 있다.

중국연통이 큰 회사라 그곳에서 유심을 샀다.

한 달 100기에 150위안(CNY).

 

마침 중산루(中山路)로 가는 공항버스가 온다.

 

버스에서 인터넷을 하다 미치는 줄 알았다.

인터넷이 거의 2G 수준이다.

하나도 되는 것이 없다.

아무래도 잘못 산 것 같다.

공항에서는 비록 가격은 비싸게 받아도 상품 가지고 장난을 치지는 않는데.

 

버스는 한 시간 정도 달려서 중산루에 내려준다.

성당, 즉 천주교당(天主教堂) 바로 아래다.

다행히 안개도 많이 걷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안개가 나와 바깥세상과의 연결을 막고 있는 기분이다.

 

부킹닷컴을 열어서 예약 숙소의 지도를 연결하려하니 인터넷이 거의 말을 듣지 않는다. 부킹닷컴에서 숙소 지도를 열면 구글 지도와 연결되면서 길찾기가 가능해진다. 그것이 먹통이다. 기사로만 접했는데 진짜 구글이 열리지 않는다. 단절된 세상. 진짜 혼자가 된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여행책의 지도를 보면서 숙소를 찾아간다.

 

다행히 버스 내린 곳에서 숙소는 멀지 않다. 지도를 보면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여행을 자주 다녔기에 독도법 훈련은 잘 되어있다.

 

 

 

짐을 대충 챙기고 1층 카페로 내려간다.

칭다오에 왔으니 칭다오 맥주!

맥주 한 잔 마시니 칭다오에 온 것을 실감한다.

단순히 칭다오에 왔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계 여행의 첫발을 디뎠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던가!

칭다오 맥주 한 잔으로 세계 여행의 반을 자축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