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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03, 중국 칭다오 3: 현지인처럼 다니기(20181117)

경계넘기 2020. 11. 2. 20:53

 

 

현지인처럼 다니기

 

 

이른 아침부터 잔교 앞 맥도날드에 간다.

 

바다와 잔교가 보이는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할 생각이다. 칭다오에서의 나의 일상이다. 특별히 이 맥도날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잔교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오전에는 거의 사람이 없기 때문. 조용히 바다를 보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글쓰기에도 참 좋다.

 

가는 길에 아침으로 주먹만 한 왕만두를 샀다.

 

이른 아침 중국의 거리에는 먹거리가 많다. 중국인들이 집에서 아침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에만 여는 음식점들도 많다. 많은 중국인들이 출근이나 등교 길에 아침거리를 사가거나 그곳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중국 서민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는 만두, , 기름에 틔긴 꽈배기 같은 요우티아오(油條), 두유인 또우장(豆醬), 얇은 전병에 계란을 입힌 라오빙(烙饼)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만두와 요우티아오, 라오빙이다.

 

 

 

개인적으로 만두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만두 가격이 비싸진 관계로 중국에 가면 거의 매일 달고 산다.

 

만두는 종류가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물만두는 자오쯔(饺子), 한국에서 고기만두라고 하는 둥근 찐만두는 바오쯔(包子)라고 한다. 바오쯔 중에서도 크기가 큰 왕만두는 만터우(馒头)라고 한다. 바오쯔나 만터우에는 고기, 야채 외에도 다양한 속이 들어간 만두가 많다.

 

중국에서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 아침거리를 파는 곳은 오전 9시만 되도 문을 닫거나 길에서 사라져 버린다. 물론 오후나 저녁에는 나오지 않는다. 때론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싶지만 이들 아침 먹거리를 결코 놓칠 수 없다. 중국에서 밤에 먹거리를 파는 야시장(夜市場)은 대개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이 많다.

 

숙소에서 해변의 맥도날드에 가는 길에 몇몇 아침거리를 파는 곳을 눈여겨 봐 두었다. 그 중에서도 항상 줄이 서 있는 만두 가게. 바로 그곳에서 왕만두 즉 만터우를 샀다. 왕만두 하나가 2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350원 정도. 두 개 정도 먹으면 아침으로 든든할 정도로 크다. 중국의 물가가 많이 비싸졌다지만 서민 음식은 아직도 많이 저렴하다.

 

 

 

거리 음식은 역시 걸어가면서 먹어야 제맛이다.

 

중국에서는 만두나 요우티아오, 라오빙, 유럽이나 터키에서는 되네르 케밥(Döner Kebap)과 조각 피자가 걸어 다니며 먹기에 제격이다. 종이나 비닐봉투에 싸서 먹으면 된다.

 

아침으로 왕만두 2개를 먹은지라 오늘은 커피만 시킨다. 잔교 바다가 보이는 맥도날드에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하고 있는 일이란 바이두(百度, Baidu) 지도앱을 까는 것이다. 바이두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다.

 

중국에 와서 구글 지도를 작동해봤지만 영 말을 듣질 않는다.

 

처음에는 내 유심의 속도 문제인줄 알았지만 역시나 구글 지도도 중국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검색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도까지 그럴 줄이야. 중국의 인터넷 통제야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부쩍 심해지는 것 같다. 페이스북도 연결이 안 되고, 카카오톡도 카톡 메시지의 기본 기능만 된다.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려는 의미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정치적 이유이리라. 정당성이 약한 권력일수록 문화나 통신에 대한 통제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중국 지도앱을 깐다.

 

지도가 없는데 여행을 어떻게 하랴! 내가 미국인이 아닌 이상 굳이 구글 지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바로 중국 지도앱인 바이두 지도앱을 깐다. 그런데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앱이 깔리지가 않았다. 확인해보니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깔리는 것을 방지하는 보호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 설정에 들어가서 잠시 풀었다가 바이두 지도앱을 깔고는 바로 살린다. 바이두 지도앱을 켜니 그렇게 속 썩이던 지도 기능이 살아난다. 더욱이 길찾기 기능도 살아나니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

 

일찍 아침을 했더니 출출해진다.

 

일단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여기서 조금 걸어가면 중국해양대학(中国海洋大学)이 나온다. 대학도 구경하고 그곳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중국해양대학은 재작년에도 방문해서 점심을 해결했었다. 예쁜 주택가 골목길을 조금 걷다보면 중국해양대학이 나온다. 교정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칭다오 대학생들의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구내식당의 인테리어가 더 깔끔해졌다. 점심시간이 다 되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국 음식도 있다. 돌솥비빔밥과 김치찌개 그리고 된장찌개. 반가워서 된장찌개를 시켜봤다. 12위안. 양은 많은데 너무 달다. 그래도 먹을 만은 하다. 대학 구내식당 메뉴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신시가지를 가보기로 한다.

 

칭다오 현지 친구가 소개해 준 싸고 좋은 마사지 숍이 있단다. 신시가지는 구시가지에서 걸어갈 수 없는 거리다. 바이두 지도앱에서 길찾기를 해본다. 대중교통 방법이 나온다. 이곳에서 직접 가는 방법은 없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고 나온다. 지하철도 한번 갈아타야 한다. 버스로 신시가지에 있는 무역센터에 가서 거기서 2호선 지하철을 갈아타고 5·4 광장역에서 다시 3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막 중국에 온 여행객에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는 것은 배낭여행객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일이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하면 된다. 바이두 지도앱이 알려준 대로 먼저 버스를 탄다. 중국의 버스비는 정말 저렴하다. 1위안에서 3위안까지 다양한데 주로 1위안이거나 2위안이다. 1위안이 170원 정도 하니 얼마나 싼지 충분히 알 것이다. 그렇다고 버스가 나쁘냐.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한국의 버스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 버스를 이용하려 한다면 1위안을 좀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1위안 동전 하나나 지폐 한 장으로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 버스 요금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전의 이야기다. 당시 베이징(北京)의 교통난은 매우 심각했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 직전에 베이징의 자가용 운행을 줄이려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싼 버스비를 더 내린 것이다. 버스비를 싸게 해서 자가용족을 버스로 돌리려는 생각이었다. 아마 내 기억에 2위안이었던 버스비를 1위안으로 내린 것 같다.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 줄이려는 자가용은 줄지 않고 엉뚱하게 자전거가 줄고 말았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1위안, 2위안이 아까워서 버스를 타고 다닐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엉뚱하게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덕분에 베이징의 명물이었던 자전거 물결이 올림픽을 전후해서 거의 사라졌다. 그 아이디어를 낸 친구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 것이다. 아마 숙청을 당했을지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버스비는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사회주의 중국의 노력인 것 같지만 버스비만 싸다. 생색내기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간다.

 

중국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곳도 마찬가지. 공항처럼 짐은 반드시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시켜야 하고 몸도 금속탐지기로 검색을 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지하철을 탈 때는 출퇴근의 러시아워를 피해야 한다. 검색을 하느라 지하철 입구에 긴 줄이 생기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러시아워 때마다 야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긴 줄이 생긴다. 한산 할 때는 단순한 불편 정도지만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만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는 그 검색이 더욱 엄격해서 지하철 출입구마다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로 엄청 긴 줄이 생기곤 했다. 특히 베이징의 경우 바로 연결되지 않고 역을 나왔다가 환승역으로 다시 들어가서 갈아타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곳의 줄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하철이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다. 역이고 기차고 다 새 거다. 현재 3개 노선이 개통되어 있다. 2호선과 3호선 그리고 11호선. 1호선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11호선까지는 계속 만들 계획인가 보다.

 

칭다오 지하철 차량은 부산 지하철 차량처럼 좁다. 아무래도 인구 규모가 적다보니 차량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은 노선이 부족하고 요금이 버스보다는 비싸서 그런지 지하철이 흡수하는 승객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대부분의 승객은 버스가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지하철의 적자는 불가피해 보인다. 2호선을 타고 5·4 광장역에서 내린다.

 

여기서 다시 3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여러 개 노선을 동시에 만들어서 그런지 갈아타기가 무척 편리하다. 내리는 플랫폼의 바로 맞은편이 갈아타는 지하철의 플랫폼이다. 양쪽으로 되어 있는 플랫폼의 한쪽은 2호선, 다른 한쪽은 3호선이 달리는 구조다. 갈아타기 위해서 한참을 이리저리 걸어야 하는 서울 지하철에 비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편리성을 갖췄다. 한층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바로 갈아탈 수 있는 대만 지하철이 무척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한 수 위다. 한 선 한 선 오랜 시간 차이를 두고 만들어진 서울 지하철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래도 이런 편리함은 어쩔 수 없이 부럽다.

 

 

 

참고로 버스와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면서 간 마사지숍은 친구의 말과는 달리 무지 비쌌다.

 

바로 카톡을 날렸더니 돌아오는 답이 가관이다. 자기가 온라인 구매를 해서 싸게 산 것 같다나. 칭다오 친구지만 지금은 한국에 있다. 요샌 원격으로 개고생을 시킨다. 너무나 허무해서 온 몸의 힘이 빠진다.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다시 바이두로 길찾기를 한다. 숙소 근처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 요금은 1위안. 170.

 

 

 

현지인들처럼 바이두 지도앱과 대중교통을 통해서만 다녔다.

 

슬슬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의 준비 즉, 워밍업 단계다. 버스와 지하철 등 현지 대중교통을 편하게 탈 수 있다면 여행의 가장 중요한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현지 앱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오늘 서민음식과 대중교통을 이용한 결과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사용한 비용이 저녁 비용을 빼고 겨우 36위안에 불과하다. 아침 식사로 4위안, 점심 식사로 12위안, 커피 한 잔 12위안, 물 한 병 3위안, 그리고 교통비로 5위안. 이렇게 해서 36위안. 우리 돈으로 6000원 조금 넘는 돈. 이렇게 여행이 현지화 되면 비용도 그만큼 착해진다. 여행의 경험도 훨씬 풍부해짐은 물론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