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유럽풍 골목길을 걷다
독일의 조차지이었던 관계로 칭다오(靑島)는 유럽풍 냄새가 물씬 나는 도시다.
독일이 이곳을 조차하기 전에는 작은 시골의 어촌에 불과했다고 하니 도시 자체를 독일인이 만든 셈이다. 그러다보니 구시가지 옛 길들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독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칭다오에서 가장 좋은 곳은 역시 유럽의 정취가 나는 길이다.
칭다오 구시가지에 독일 정취가 나는 대표적인 동네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신하오산(信号山) 공원과 샤오위산(小鱼山) 공원 사이 동네, 다른 하나는 유럽인들의 별장이 있었던 팔대관(八大官) 동네다. 그 외에도 중산루(中山路) 북단으로 독일 풍경 거리(德国风情街)가 있다.
독일 풍경 거리는 규모 있는 유럽식 석조 건물들이 대로변에 늘어서 있다. 마치 예전 상업 지역이었던 곳 같은데 거리가 그렇게 길지는 않다. 낮보다는 조명이 들어온 저녁 풍경이 더 좋다.
유럽인들의 별장지답게 팔대관은 거리와 집들이 모두 예쁜 곳이다. 다만 약간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여서 금방 식상해진다. 관광객들도 많다.
D+005, 중국 칭다오 5-2: 칭다오(青岛) 해변 길 따라 팔대관(八大官)으로(20181119)
고민거리라 해결되니 몸이 가볍다. 루쉰 공원(鲁迅公园)에서 제1해수욕장을 거쳐서 팔대관(八大官)을 갈 생각이다. 걷기 좋은 길이다. 루쉰 공원은 해안가 바위길이고, 팔대관은 예전 독일 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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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신하오산 공원과 샤오위산 공원 사이의 마을이다.
두 공원 사이를 대학로(大学路)가 지난다. 중국해양대학(中国海洋大学)이 있어서 대학로라는 이름이 붙었을 게다. 대학로 사이사이 골목이 예쁘다. 구시가지 중심도로인 중산루에 있는 칭다오 웨딩촬영의 성지, 천주교당(天主教堂) 뒤편으로 걷다보면 다 이어지는 곳들이다. 아기자기한 집들과 골목길들이 이어지는데 유럽과 중국의 문화가 섞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걷다보면 천주교 성당, 기독교 교회, 중국해양대학, 그리고 미술관 등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골목 곳곳에서 예쁜 카페들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칭다오의 마지막 날. 한가로이 내가 좋아하는 유럽풍 거리를 걸어보기로 한다. 목적지라면 마을의 끝자락에 있는 샤오위산 전망대 정도. 하지만 목적지는 그냥 목적지에 불과하다. 가는 길 하나하나, 골목 하나하나가 목적이다.
천천히 쉬엄쉬엄 길을 걸으며 칭다오의 마지막을 음미한다.
골목들은 신하오산 공원 아래의 큰길인 대학로와 만난다. 대학로 한편으로 칭다오 미술관이 있고, 그 위로는 중국해양대학이 있다. 대학로 자체도 아름다운 길이다. 아름드리 가로수가 특히나 멋지다.
골목들을 걷다보면 계속 대학로와 만난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횡으로 예쁜 골목들이 연결되어 있다.
골목길 하나하나 들어가 본다.
골목골목 마다 옛 건물이 있고, 박물관도 있고, 예쁜 카페들도 있다. 카페들도 많이들 개성적이고 세련됐다.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카페들이다.
만추의 거리는 낙엽들로 인해 더욱 분위기가 산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에서 쓸쓸함도 느껴지지만 각양각색 낙엽들은 거리를 더욱 운치 있게 한다. 낙엽을 목적으로 심은 나무들이 아니기 때문에 낙엽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카페 골목을 들어가 보니 한 박물관이 있다.
라오서(老舍)라는 유명 작가가 살던 집이다. 1899년에 태어난, 풍자 소설과 단편 소설로 유명한 작가라는데 이곳 칭다오의 산둥대학(山東大學)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살았던 집인가 보다. 1966년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에게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역사의 아쉬움이다. 이 분의 작품을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무작정 걷다가 한 분의 작가를 접한다.
대학로와 만나서 중국해양대학 쪽으로 넘어 간다. 그 전에 칭다오 미술관이 있는데 예전에 가봤던 곳이라 이번에는 그냥 지나친다.
해양대학을 지나 샤오위산 전망대에 오른다. 3층 전망대에서 보면 바다와 함께 칭다오 시가지가 360도로 파노라마 친다. 물론 전망대가 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돈다. 가시거리가 좋지 않다. 바람도 장난 아니다. 추위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한참 동안 멍 때렸는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 칭다오 생맥주가 생각나서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생맥주는 없단다. 다리도 아프고, 날씨도 쌀쌀해서 그냥 칭다오 병맥주로 아쉬움을 달랜다.
칭다오에선 칭다오 생맥주를 마셔주어야 하는데.
낙엽을 너무 많이 봤나!
급 추워지니 급 쓸쓸해진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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