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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22, 중국 청두 6: 문수원(文樹院) 옆 다관(茶館)(20181206)

경계넘기 2020. 12. 16. 10:26

 

문수원(文樹院) 옆 다관(茶館)”

 

 

기차표를 사러 청두(成都)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문수원(文樹院)이라는 사원을 들린다

 

문수원은 청두(成都)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설명에 의하면 7세기 초 수나라 때 지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때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 명나라 때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청나라 때인 1697년에 다시 재건되었기 때문. 그러니 지금 모습은 청나라 때다.

 

 

 

목조 건물이 많은 아시아의 안타까움이다.

 

유럽, 특히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가면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곳곳에서 당당히 그 위용을 자랑한다. 역사가 좀 있다는 유럽의 도시들 치고 기본 수백 년에 이르는 건물들로 이루어진 올드타운이 없는 도시는 없다.

 

잘 모르는 친구들은 그런 모습을 두고 유럽의 역사가 깊다느니 유럽이 문화 유적을 잘 보존하고 아낄 줄 알기 때문에 그렇다느니 하지만 사실은 유럽에는 주로 돌로 만든 석조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튼튼하게 돌로 만든 건물들은 지진이나 나야 완전히 붕괴되지, 웬만한 전쟁이나 화재로는 그저 외관에 변화 정도만 줄 뿐이다.

 

반면에 목조 건물은 시간의 풍화와 역사의 격변에 취야할 수밖에 없다.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만 해도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주요 건물을 제외하면 남아 있는 역사적 건물이 거의 없다. 그마저도 임진왜란 때 거의 소실되어 조선 말기에야 재건된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던 숭례문마저 2008년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어 복원된 것이니 600년 서울의 역사와 함께 한 건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드타운, 즉 구시가지라 해봐야 기껏해야 50년대나 6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니 600년의 역사를 무색하게 한다.

 

외국 여행객들이 한국에 와서 당황하는 것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긴 한데 그런 역사를 보여주는 도시의 흔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국을 일주했다는 한 미국인 대학생을 베트남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그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아파트라고 대답했다.

 

나라 전체로 보면 그나마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건물이 사찰인데, 그 나마도 전쟁의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이곳 청두의 문수원처럼 소실되었다가 대부분 조선 시대에 재건된 것들이다. 덕분에 한국의 사찰들도 그 사원의 기원이 삼국시대든 고려시대든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건물 양식은 조선시대의 것이다.

 

큰 규모의 사원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도시의 번잡함을 잊고 정갈함을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평지에 선 사원이라 그런지 양 옆의 긴 회랑 사이로 사각형으로 짝을 맞춘 마당과 법당들이 규칙적으로 줄지어 있다. 맨 마지막 법당이 가장 크다.

 

 

 

노랗고 푸른 나뭇잎들과 검은 지붕 그리고 갈색의 담장이 편안한 정감을 주고, 기도를 드리는 방문자들의 경건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청두의 문수원이 여타 중국의 사원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사원 주변에 있는 찻집, 즉 다원(茶館)들이다. 유명한 다관인 향원(香園) 외에도 주변에 정감어린 다관들이 있다.

 

청두 자체가 다관으로 유명하단다. 한 여행책에 의하면 청두의 시민들은 하루 일과를 차로 시작해서 차로 마감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의 차 문화는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청두가 최고라 하면 청두 사람들의 차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중국인들이 차를 많이 마시는 이유 중의 하나가 물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경험에도 중국의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많다.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아침에 일어나보면 벽에 하얀 서리 같은 것이 내려앉아 있을 것을 볼 수 있다. 커피보드도 수돗물을 넣고 자주 끓이면 바닥에 하얀 덩어리가 끼어 있는 것을 쉽게 본다. 모두 석회 가루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에서는 물을 반드시 끓여 먹는데 그냥 끓이기 뭐하니 우리네 보리차처럼 차를 우려내어 마신다. 중국에서는 식수가 곧 차고 차가 곧 식수다.

 

이와 관련한 중국인들의 독특한 생활 문화가 하나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항상 차를 담은 물통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당연히 보온병이다. 호텔이나 여관에서도 숙박을 하면 어김없이 커다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다 준다.

 

예전에만 해도 중국 여행 중에 한국인과 중국인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물통이다. 한국인들은 배낭 한쪽에 주로 생수통을 담아 가지고 다니는 반면에 중국인들은 꼭 물통을 가지고 다닌다.

 

요즘은 한국도 텀블러 등이 유행하면서 물병이나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고, 중국에서도도 생수 문화가 확산되어서 생수통을 들고 다니는 친구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차와 관련된 생활 문화가 하나 더 있다. 항상 따뜻한 차를 마시다 보니 중국인들이 찬 음료를 잘 마시지 못한다.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찬 것을 마시면 쉽게 배탈이 난다고 한다. 맥주도 상온의 맥주를 주로 마셨다. 10여년 전만해도 웬만한 가게에서는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를 찾기 어려웠고, 식당에서도 찬 맥주가 없어서 한국인의 경우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달라는 부탁 먼저 하곤 했다.

 

중국인들의 치아가 비교적 누런 이유도 차를 많이 마셔서 착색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의 경우는 여기에 담배까지 많이 피웠으니 누렇다 못해 검었다.

 

요새는 차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커피도 많이 대중화된 모양이다. 차 재배지로 유명한 윈난성(雲南省)에서도 요즘은 커피도 많이 생산한다고 하니 말이다.

 

 

 

일반적인 다관 말고도 차를 마시며 공연을 볼 수 있는 다관도 콴자이샹즈(宽窄巷子)나 진리구지에(錦里古街)와 같은 옛 거리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공연 시간과 맞지 않아서 보진 못했다.

 

 

 

다관 말고도 청두 거리에서는 차나 다기(茶器)를 파는 가게들도 쉽게 만나다. 다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혹할 정도로 예쁘고 독특한 다기들이 많다. 다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청두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칭다오(靑島)에서는 칭다오 맥주를 청두에서는 다관에서 차를 마셔보시길.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