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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23, 중국 청두 7-2: 무후사(武侯祠) 옆 진리(錦里) 거리(20181207)

경계넘기 2020. 12. 18. 10:34

 

 

무후사(武侯祠) 옆 진리(錦里) 거리

 

 

그나저나 중국의 패스트푸드점은 왜 지역마다, 같은 지역에서도 동네마다 가격이 다른지 모르겠다. 칭다오(靑島)에서는 맥도날드의 가격이 들쭉날쭉하더니만 이곳에서는 KFC 커피 가격이 제멋대로다.

 

KFC 커피 가격은 보통 9.5위안이었는데 이곳은 14위안이다. 어제 청두역의 맥도날드에서는 18위안을 달라고 했다. 기차역이야 그렇다 친다지만 학교 근처 KFC는 왜 가격을 높여 부르는지 모르겠다. 칭다오에서도 보통 18위안하던 맥도날드 아침 세트가 잔교 앞의 맥도날드에서는 30위안을 넘어 받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같은 패스트푸드라도 꼭 가격을 확인하고 시킨다.

 

청두는 중국 고전 삼국지의 도시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가 바로 이곳 청두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청두가 성지인 셈이다.

 

 

삼국 시대 (출처: Wikipedia)

 

청두에서도 삼국지의 향연이 가장 깃든 곳이 무후사(武侯祠). 유비와 함께 제갈공명으로 더 알려진 제갈량(諸葛亮)이 묻힌 곳.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후사는 제갈량의 시호인 충무후(忠武侯)에서 비롯한 제갈량의 사당이다. 황제인 유비와 신하인 제갈량이 함께 묻혔는데 제갈량의 사당으로 부르는 것으로 봐서는 중국인들이 제갈량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유비보다는 제갈량을 훨씬 더 좋아한다. 유비의 우유부단에 미친다. 

 

무후사도 청두에 왔다면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특히 삼국지를 좋아한다면. 그렇지만 굳이 두 번 이상 갈만한 곳은 아니다. 고로 난 예전에 가봤기 때문에 진리구지에만 구경한다.

 

진리구지에(錦里古街), 우리말로 금리 옛길이다. 그냥 진리거리라 부르자. 무후사 바로 옆에 있다. 명나라 말기의 거리를 재현한 것이라 하는데 삼국지 주역들의 무덤 옆에 왜 명나라 거리를 조성했는지는 모르겠다.

 

 

 

쓰촨 대학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먹구름이 하도 짙게 껴서 시간이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어둠침침하고 스산한 날씨를 뚫고 왔지만 역시나 실망스럽다.

 

요즘 중국의 이런 옛 거리는 완전히 상업화되어서 옛 양식의 건물들에 상점, 기념품점, 식당, 바들로만 가득한 테마파크 같다. 사람들만 바글바글 거리고.

 

 

 

윈난성(雲南省)의 리장(丽江)이 이런 식이다. 윈난의 리장(丽江) 고성(古城)은 콴자이샹즈나 진리구지에를 확대한 곳이다. 고성 안 전체가 상점, 식당, 바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곳일수록 역시 조명이 화려해서 야경이 더 멋있는 법. 처음에 와! 한 번 하고는 시끄럽고 정신없어서 금방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다. 관광지라 물가 또한 엄청 비싸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에 가야한다. 일단 개발이 되면 전부 상업화되어서 예스런 정취나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비슷비슷한 상품들과 음식들, 그리고 호객하는 점원들로 거리는 꽉 차 있다. 발 디디딜 틈이 없이 돌아다니는 관광객들과.

 

요즘에는 진리거리보다 콴자이샹즈(宽窄巷子)가 더 뜬다고 하더니만 규모나 볼거리가 콴자이샹즈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어차피 둘 다 상업화되긴 마찬가지다.

 

콴자이샹즈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먹거리다. 이곳은 쓰촨의 먹거리가 다 모인 듯하다. 먹거리를 찾는다면 진리거리가 콴자이샹즈보다 더 나을 게다.

 

 

 

그냥 한 번 둘러봤다는 데에 만족하며 숙소로 발길을 돌린다.

 

구글맵 등의 지도맵이 있어서 여행의 판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어디서나 길찾기만 확인하면 대중교통 수단이 훤히 나온다. 여기에서 숙소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정류장을 가다보니 멀리 버스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얼른 달려가니 막 문을 닫고 출발하려던 버스가 다시 문을 열고 기다려준다. 그런데 잔돈이 없다. 이럴 때를 위해 항상 1위안짜리들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다 써버렸나 보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버스는 떠나 버린다.

 

중국에서 버스를 타려면 반드시 잔돈을 준비해야 한다. 잔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잔돈을 바꾸려하니 주변에 가게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한쪽 골목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모퉁이에 가게가 있다. 콜라 한 병 들고 10위안 지폐를 드리니 7위안을 주신다. 2위안의 잔돈이 생겼다.

 

이제 청두에서도 대충 버스를 타고 다닐 만 하다. 지도앱이 없어도 청두 시내의 주요 지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버스 노선을 보면 대충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중심지로만 들어가면 길을 알기 때문에 어디든 내려도 걸어서 길을 찾을 수 있다.

 

길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
(我不是藥神)

 

 

숙소에서 저녁 12시에 올해 초 중국에서 개봉해 흥행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까지 몰고 온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을 본다. 진짜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여기서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란 영화는 한 사람이 인도에서 싼 값의 백혈병 복제약을 들여와 파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중국에서 수입 허가가 정식으로 난 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다. 중국 환자들은 스위스 정품약을 4만 위안에 먹고 있었다. 4만 위안이면 우리 돈으로 6백만 원을 훌쩍 넘는 돈이다. 평생 먹어야 하는 이 약을 제대로 사먹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약 한번 제대로 못 먹고 죽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주인공은 돈벌이로 이를 들여와 3천 위안인가 2천 위안에 팔았다. 그래도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약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하지만 점차 주인공들은 환자들의 아픈 사연들을 알게 되면서 원가인 5백 위안에 약을 팔기 시작한다. 그러나 허가를 받지 않은 약이기에 결국 주인공들은 체포되고 5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이 영화는 중국의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어서 영화적 감동뿐만 아니라 중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실제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점진적으로 복제약의 시판을 허가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이런 영화가 상영될 수 있었다니 놀랍다. 어쩌면 이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지 미처 몰랐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이런 문제가 주로 서구의 다국적 제약사들에 관한 것이라 허가했는지도 지른다.

 

그저께 지양원(姜文)의 영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너무 난해해서 도저히 잠을 이기지 못해서 중간에 나왔었는데 이 영화는 줄거리도 심심하지 않아서 끝까지 잘 볼 수 있었다.

 

중국 영화관에서는 입장료가 비싸서 정작 영화 한 편 못 봤는데 숙소에서 많은 영화를 보게 될지는 생각도 못했다. 화피(畵皮)부터 이번 영화까지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마치 개인 영화관에서 보듯이 봤다. 이 영화도 혼자 봤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새벽 2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