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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24, 중국 청두 8: 청두(成都)와 쓰촨성(四川省)에서 가볼 만한 곳들(20181208)

경계넘기 2021. 1. 12. 09:46

 

청두(成都)와 쓰촨성(四川省)에서 가볼 만한 곳들

 

 

쓰촨성(四川省)의 성도인 청두(成都)의 여행지는 청두와 쓰촨성으로 나뉘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청두 자체도 가볼만한 곳이 없진 않지만 역시 청두는 쓰촨성 여행의 성지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이 무궁무진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많이 생략했지만 예전에 가봤던 곳들을 포함해서 몇 군데 소개해볼까 한다.

 

 

청두 시내

 

무후사(武侯祠)와 진리(锦里) 거리

 

청두에서는 우선 유비와 제갈량의 무덤과 사당이 있는 무후사(武侯祠)를 꼽을 수 있다. 청두는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로 무후사는 삼국지의 성지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후사를 거닐면서 역사와 소설을 장식한 그들 영웅호걸들을 그려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삼국지는 읽을 때마다 의미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무후사를 거닐어보고 다시 삼국지를 읽어본다면 더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더욱 생생한 느낌은 덤이고.

 

무후사를 나오면서 바로 옆의 진리(锦里) 거리도 가보길 바란다. 명나라 말기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거리다. 특히 쓰촨성의 다양한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니 무후사를 둘러보고 출출한 배를 달래기도 좋다.

 

 

 

 

두보초당(杜甫草堂)

 

다음은 역시 두보초당(杜甫草堂). 이백(李白, 이태백)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두보(杜甫)를 기린 곳이다. 초당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두보가 이곳에 초가를 짓고 4년 정도 지내면서 240여 수의 시를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이 되었지만.

 

같은 시기에 살았던, 그래서 한때 만나기도 했던 두 시인 이백과 두보는 매우 상반된 특성을 가진 시인들이다. 시를 짓는 방식에 있어서 이백이 일필휘지의 천재 형 시인이라면 두보는 퇴고(推敲)를 거듭하는 노력 형 시인에 가깝다. 이백이 술 한 잔 거치다 필(feel) 받으면 즉흥적으로 시 한 수가 나오는 반면 두보는 지은 시를 수백 번 다듬어 시 한 편을 완성했다. 물론 두 시인 모두 일반 범인들과 비교하면 천재들이다.

 

시의 성격도 다르다. 이백이 자연과 풍류를 즐기는 도교풍의 시를 주로 짓는다면 두보는 사회 비판과 교훈을 담은 유교풍의 시가 많다. 따라서 이백이 낭만적이라면 두보는 현실적이다.

 

어쩌면 시의 주제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시 짓는 방식이 달랐을 수도 있다. 자연과 풍류를 즐기다보면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반면, 사회 비판적이고 교훈적 시를 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회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고민이 선행해야 하기 때문 아닐까.

 

두보초당은 녹색의 정원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두보의 시를 생각하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아울러 두보초당을 가기 전에 정우성 주연의 한중 합작 영화, ‘호우시절(好雨時節)’을 보고 가면 더 좋지 않을까. 이곳이 호우시절의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강진의 다산초당(茶山草堂)을 가보신 분이라면 정감이 더 가지 않을까도 싶다. 책상 좋다고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쓰촨(동티베트) 지역

 

하지만 역시 청두는 쓰촨(四川), 특히 동()티베트 여행의 전초기지다. 청두에서 차로 1시간 남짓 서쪽으로 평지를 달리면 고대 수리시설로 유명한 두장옌(都江堰)시가 나오고 그 뒤로 바로 급경사의 길이 나타난다.

 

동티베트 고원 지대의 길이다. 꼬불꼬불 경사 길을 한참 느릿느릿 올라가면 눈앞에 고원의 산악지대가 위용을 드러낸다. 이제 길은 높은 산맥들 사이의 깊은 협곡을 따라 간다. 평원에 있는 청두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티베트(Tibet)는 전통적으로 다음의 세 지역으로 구분한다. 위창(U-Tsang, 중국어로 웨이짱(卫藏)), 암도(Amdo, 중국어로 안둬(安多)), (Kham, 중국어로 캉바(康巴))가 그것이다. 라싸(Lasa)를 중심으로 하는 위창이 지금의 티베트(Tibet, 중국어로 시짱(西藏))로 서(西)티베트라고 부르고, 암도와 캄을 통칭해 동티베트라 부른다. 암도는 대부분 칭하이성(青海省)에 속해 있고, 쓰촨성에 포함된 곳이 바로 캄이다.

 

캄은 쓰촨성에 속해 있지만 티베인이 살고 티베트의 문화가 서린 곳이다.

 

 

캄의 북부: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 그리고 쑹판(松潘)

 

비행기로도 갈 수 있고, 버스로 가면 10시간 정도 걸린다. 아무래도 비행기가 편하긴 하겠지만 버스로 가기를 꼭 추천한다. 목적지도 목적지이지만 가는 길이 절경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깎아지른 산맥들과 그 사이의 끝 모를 깊은 협곡, 그 협곡 위에 옹기종기 걸린 티베트인들의 마을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비행기로 갔다 버스로 와도 좋겠다.

 

 

 

주자이거우와 황룽 모두 긴 계곡에 형성된 아름다운 호수지대를 말한다. 그곳의 물길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계곡 자체도 아름답지만 역시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호수들에 어린 오색찬란한 물빛 색깔이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를 넘어 천상(天上)의 세계가 이곳인가 싶다.

 

선녀와 나무꾼을 영화로 만든다면 선녀가 목욕하는 호수 장면은 이곳들에서 촬영하리라. CG 같은 것은 전혀 필요 없고, 그저 드라이아이스 몇 개 물속에 담가 안개를 표현하면 그만이다.

 

다만 그곳이 천계(天界)이지 인간계(人間界)일리 없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곳이 인간계인 이상 왜 굳이 선녀가 천계의 호수가 아니라 인간계의 호수까지 내려와서 목욕을 하느냐는, 원작에서는 설명하지 못한 그 의문은 확실히 사라진다.

 

주자이거우는 해발 2,000m에서 3,400m에 이르는 계곡에 펼쳐진다. 공원 내의 셔틀을 타고 올라가면 3,200m의 호수에 내려준다. 그곳에서 천천히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구경하면 된다. 4월 초순에 갔을 때만 해도 3,200m에서는 눈꽃이 폈고, 아래로 내려와서는 벚꽃의 향연을 감상했다. 단 반나절만의 걸음으로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경험도 무척 색다르다.

 

 

주자이거우(九寨溝)
주자이거우(九寨溝)
주자이거우(九寨溝)
주자이거우(九寨溝)

 

주자이거우에서 버스로 황룽을 갈 수 있다. 아쉽게도 내 경우는 4월임에도 황룽 가는 길이 눈에 덮여 들어갈 수 없었다.

 

 

황룽(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황룽(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주자이거우와 황룽 여행의 거점인 쑹판(松潘)에 머물러도 좋다. 주자이거우에 있는 숙소는 대체로 비싸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버스로 주자이거우와 황룽을 갈 수 있다.

 

쑹판은 고성(固城)도 있지만 말 트래킹으로 유명하다. 낮에는 고산 초원과 원시림을 말을 타고 누비고, 저녁에는 텐트를 치고 별을 보며 야영을 한다. 고생스럽긴 하지만 그 경험은 말로 할 수 없다고 청두에서 만난 한 프랑스 친구가 말해주었다. 난 미처 정보가 없어서 경험하지 못했다.

 

주자이거우 가는 길은 내게 아픈 추억으로 남는 길이기도 하다. 주자이거우에 갔던 때가 20084월이었는데 다음 달인 5월에 쓰촨 대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거쳤던 많은 지역이 지진으로 흙더미에 묻혔다. 지나간 수많은 마을의 풍경과 마주했던 숱한 티베트인들의 미소와 눈길이 생생히 남아있는데.

 

 

캄의 중부: 단바(丹巴), 써다(色達)

 

주자이거우와 황룽 가는 길이 쓰촨의 동티베트, 즉 캄의 북부 여행라면 이곳에 가는 길은 캄의 중부 여행이다. 가보지 못한 길이다.

 

 

 

단바(丹巴)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촌 마을로 꼽히는 곳이라 하는데, 푸른 초원의 도화지에 티베트인의 집들이 그림처럼 박혀 있다고 한다. 남진의 노래 님과 함께에 나오는 구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단바(출처: Crionline)
단바(출처: Crionline)

 

써다(色達)는 티베트 불교인 오명불학원(五明佛學院)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명불학원은 일종의 불교 학교 도시다. 1980년 티베트 불교의 고승이 32명의 제자와 함께 이곳에 작은 사원을 지은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이후 주변의 티베트인 수행자들이 모여들면서 1990년대에 들어서는 1만 명의 넘는 도시로 성장했다고. 도시 전체가 사원과 불교 수행자들의 거처로 이루어진 매우 독특한 모습을 가진 도시로 작은 분지의 경사지를 둘러싼 성냥갑만한 건물들이 사원을 중심으로 흩뿌려져 있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다만 써다와 오명불학원은 중국 정부가 외국인의 탐방을 막는 곳이라고 한다. 현지에서 검문소를 피해 가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복불복일 터이니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써다의 오명불학원(출처: trip.com)

 

 

캉딩(康定), 다오청(稻城) 그리고 야딩(亞丁)

 

이곳에 가는 길은 캄의 남부 여행이다. 이번에 가고 싶어서 고민을 했던 곳이다.

 

 

 

이 길의 목적지는 역시 다오청 근처의 야딩(亞丁). 야딩은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나오는 샹그릴라(Shangri-La)의 진짜 무대로 알려진 곳이다. 5,000~6,000m급 설산이 둘러싼 그림 같은 풍경을 가진 곳으로 트래킹이 유명하다.

 

 

야딩(출처: 네모판 포토라이트)
야딩(출처: 네모판 포토라이트)
야딩(출처: 인민망 한국어판)

 

청두에서 야딩 가는 길에 거치는 도시들이 캉딩과 다오청으로 티베트인들의 도시라 한다. 중국의 모습이 아니라 티베트 사람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도시를 둘러싼 풍광도 아름답지만 그 가는 길의 풍경 역시 뛰어나다고.

 

이곳들을 걸쳐 윈난성(雲南省)의 북부로 들어갈 수 있다. 샹글리라로 개명된 중뎬(中甸, Zhongdian)이나 리장(麗江)으로 들어간다.

 

 

어메이산(峨眉山)과 러산 대불(樂山大佛)

 

동티베트가 아닌 쓰촨 지역으로 청두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어메이산은 해발 3,099m 이르는데 산 자체도 아름답지만 불교 사원이 많아 중국 4대 불교 명산으로 통한다.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아미산이 바로 이곳이다.

 

근처의 러산 대불은 세계 최대의 석각 불상으로 높이만 71m에 이른다. 절벽을 깎아 만든 불상은 바로 앞을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말로만 들으면 규모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불상 근처에서는 한 눈에 불상이 들어오지 않아서 불상을 한 눈에 보려면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서 봐야 한다.

 

바닥에서 머리 근처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며 볼 수 있는데 71m을 걸어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다. 71m면 거의 아파트 30층에 육박하는 높이니 아니 그럴까.

 

 

 

청두는 쓰촨 동티베트 여행의 거점임을 꼭 잊지 말자. 청두를 여행한다면 청도 주변과 동티베트도 여정에 담았으면 한다. 티베트를 가지 않더라도 동티베트만으로도 티베트의 자연과 문화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