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成都)에서 윈난성(雲南省) 다리(大理) 가는 길 2
기차 안에서 새벽을 맞는다. 한, 두 시간 정도 잤을까. 그것도 새벽 4시 이후에는 완전히 포기했다. 엉덩이가 아프면 일어서 있다가 다리가 아프면 앉기를 반복하면서 드디어 14시간의 일반석(硬座, 잉쭈어) 기차여행이 막바지를 향해간다. 온몸은 마치 무언가에 두드려 맞은 것 같이 찌뿌둥하다. 그래도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나마 목적지에 다와 가면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좌석에 여유가 생겼다.
아침 7시 50분 기차가 판즈화(攀枝花) 역에 도착한다. 거의 정시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어제 오후 5시 55분에 출발했으니 14시간에서 딱 5분 부족하다.
창밖 풍경을 좋아해서 낮 기차를 타고 싶었지만 그러면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도착한다. 기차역에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싶지만 중국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기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출구를 통해서 역 밖으로 나오는데 중국에서 역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승차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새벽에 떨어지면 마땅히 있을 곳이 없다. 대도시의 역이라면 근처에 24시간 하는 패스트푸드점이라도 있겠지만 판즈화 같은 작은 도시에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내 옆에 앉았던 중국인 처자는 3, 4시간 전에 시창(西昌)이라는 곳에서 내렸다. 덕분에 조금 편해지긴 했다. 맞은편 앉았던 군인 처자는 바로 전 역에서 내렸다. 대각선으로 앉았던 아주머니만 나와 함께 판즈화 역에서 내렸다. 내리시면서 나에게 64번 버스를 타면 버스 터미널에 갈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으신다. 감사하다.
중국 4대 철강도시 판즈화(攀枝花)
판즈화도 두 번째다. 하루 정도 쉬어 갈까도 생각했지만 바로 출발하기로 한다. 그렇게 쉬어가다가는 중국 벗어나기도 힘들 것 같아서다.
역 앞에 시내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아주머니가 알려준 64번 버스는 없는 것 같아서 일단 화장실을 다녀온다. 다녀와서 보니 64번이 와 있다. 극성스럽게 호객하는 택시를 뿌리치고 바로 올라탄다. 한국도 지방 소도시의 버스 요금이 오히려 비싼데 여기도 그런 것 같다. 4위안을 달라고 한다. 버스는 곧 출발한다. 기차에서 내린지 한 20여 분 지났나.
기차에서 주변에 앉았던 분들이 내가 판즈화에 간다고 했더니 판즈화를 보고 깡청이라고 했다. 중국의 4대 깡청 중의 하나란다.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깡청(鋼城, 강성)은 큰 제철소가 있는 도시를 의미했다. 즉 판즈화에 거대한 제철소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의 포항과 같은 도시다. 중국의 4대 깡청을 말해 주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아니 제대로 다 알아듣지 못했다.
판즈화는 꽃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름과 달리 포항처럼 광공업과 공업을 위해 만들어진 계획도시다. 철광석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금속 광물들이 매장되어 있는 곳으로 광공업 도시이자 공업도시로 1965년에 만들어졌다. 특히 티타늄이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판즈화시의 외곽으로 나가다 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장들이 늘어서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거대한 굴뚝들을 보면 다양한 광물의 제련소로 보인다.
판즈화는 진사강(金沙江)과 야룽강(雁礱江)이 합류하는 곳에 있다. 도시는 강 협곡을 따라 양편으로 길게 나 있어서 마치 두 도시가 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며 보니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강 한편의 탄광에서 광물을 실어 반대편 제련소로 실어 나르고 있다.
판즈화는 쓰촨성과 윈난성이 만나는 접경에 있는 쓰촨성의 도시. 청두에서 남서쪽으로 한참을 내려오기 때문에 날씨는 무척이나 온화하다. 꽃의 이름을 단 도시답게 길 가에 빨간 꽃들이 만발한다. 그 꽃이 판즈화인지는 모르겠다. 판즈화는 우리말로는 반지화라 하는데 도통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한국에는 없는 꽃인가도 싶다.
강을 따라 길게 형성된 도시라 여행자에게 불편한 점이 하나 있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강을 따라 서로 도시 반대쪽에 있다.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서 터미널까지 긴 도시를 관통해서 가다보니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버스는 서울의 강변도로처럼 강변을 쭉 따라 간다. 처음에는 도로가 한가해서 금방 도착하려니 했는데 시내 중심가로 들어서니 엄청 밀린다. 강변을 따라 주 도로가 나 있고, 거기서 사잇길이 갈라져 나가는 구조다. 도로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몰리다 보니 왕복 4차선에 불과한 도로는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도로의 1차선은 버스들로 가득해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중심가를 통과하는 데만 30여 분을 잡아먹은 것 같다.
작은 줄 알았던 도시는 버스를 타면서 보니 제법 크다. 강을 사이로 양편으로 제법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도 제법 있다.
차가 막힐 만도 하다. 강변을 따라 경사지에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웬만하면 강이 보이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 공업도시치곤 제법 풍경이 좋아서 이곳에서 묵어가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반면에 경사지가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걸어 다니는 것도 좀 불편할 것 같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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