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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27, 중국 다리 2: 고성(古城) 아침 산책 그리고 라이브 바(live bar)(20181211)

경계넘기 2021. 1. 13. 11:51

 

고성(古城) 산책 그리고 라이브(live bar)

 

이곳 친구들은 더 늦게 일어난다. 9시가 넘었는데 방 안에는 일어난 친구가 없다.

 

9시 반쯤 조용히 숙소를 나와서 고성(古城) 산책을 한다. 중국에 와서 간만에 하는 아침 산책이다. 9시 반이면 뭐가 아침 산책이냐고 하겠지만 중국은 전국을 베이징 표준시로 통일해서 사용한다. 이곳이 베이징에서 한참 서쪽에 있다는 것을 계산한다면 2시간 가까운 시차 차이가 난다. 제대로 이곳 시각으로 한다면 대략 7시 반 정도 되지 않았을까.

 

고성은 역시 아침 산책이 제 맛이다. 낮에는 관광객들로 너무 붐비고, 저녁에는 조명에 가려서 제대로 된 고성의 운치를 맛볼 수 없다. 이른 아침이라 고성 안은 조용하고, 여기에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창산의 싱그러움이 더하니 산책하기 그지없이 좋다. 

 

 

서문에서 이어지는 중심거리를 좀 내려가니 작은 시장이 보인다. 시장도 구경하고 시장 입구에 있는 만두 가게에서 끔직한 만두 두어 개를 사서 아침으로 먹는다. 중국은 거리음식이 싸고 맛있어서 좋다. 만두 좋아하는 나에겐 더욱.

 

재래시장은 언제나 날 것의 생생함과 생동감이 있어서 좋다. 꾸며진 멋이 아니어서 더욱 친근하다.

 

 

 

예전에 묵었던 곳을 찾아보는데 근처에서 더 이상 숙소를 찾을 수 없다. 근방이라도 갈 수 있었던 것은 숙소 근처에 중고등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성 안의 기본 모습은 그대로 이지만 가게들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 저렴한 식당들과 숙소들이 있던 자리들은 고급스런 카페와 바, 상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눈요기 거리는 더 많아졌지만 배낭여행지의 아지트였던 옛 다리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여기도 리장(丽江)처럼 철저한 상업화의 물이 들고 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아침 산책이라 그냥 주요 거리만 둘러본다.

확실히 많이 화려해졌다.

소박했던 다리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고성 안의 라이브 바(live bar)

 

저녁 먹고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같은 방 한국인 여행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중국인 룸메이트들과 라이브 바에 있다고 오란다. 중국에 와서 제대로 된 바나 술집 한 번 간 적이 없었던 터라 간다고 한다.

 

고성 안 메인거리에 있는 라이브 바에는 한국인 여행객과 두 명의 중국인 룸메이트 2명이 테이블 위에 한 박스 정도의 맥주를 쌓아 놓고 있다. 관광지 라이브 바가 다 그렇듯 홀 안의 손님들은 모두 여행객들이다. 다만 대부분 중국인 여행객들이다. 예전 같으면 각국의 여행객들이 모여 있을 터인데.

 

시간마다 라이브 가수가 바뀌면서 노래를 부른다. 가수들은 모두 여자였는데 나름 노래도 잘 부르고 개성도 있다. 간만에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니 나쁘지 않다. 중국 젊은이들의 문화도 느껴볼 수 있고.

 

 

 

우리 방에는 두 명의 중국인 룸메이트가 있다. 둘 다 20대 중반의 친구들인데 한 명은 청두(成都)에서 다른 한 친구는 저장성(浙江省) 출신에 지금은 상하이(上海)에 있는 친구다. 청두에서 온 친구는 배우처럼 잘 생겼는데 음악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도 요청하고 노래가 끝난 가수들에게 가서 말도 건네고 같이 사진도 찍는다. 꼬시려고 하기보다는 음악 좋아하는 사람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반면에 상하이에서 온 친구는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인 친구에 의하면 여자 헌팅에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 지금 바에 괜찮은 여자들이 없어서 무료해하는 것이란다.

 

두 중국인 친구의 성격은 정 반대다. 두 녀석도 원래 아는 사이는 아니고 각자 홀로 여행을 왔다가 숙소에서 만났다고 한다.

 

요즘 친구들의 패션도 많이 세련되어져서 한국인들과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두 친구들만 해도 청두 친구는 캐주얼 복을 세련되게 입었고, 상하이 친구는 여행 중이면서도 롱코트를 고집스럽게 입고 다니는 나름 멋쟁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파다.

 

첨밀밀(甛蜜蜜)을 노래가 나온다. 청두 친구가 노래를 요청했나 보다. 아까 나에게 좋아하는 중국 노래가 뭐냐고 묻기에 생각나는 것이 첨밀밀이라 그걸 말했었다. 가수가 나를 보면서 노래를 하는 것을 보니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노래라고 말을 했나 보다.

 

중국 다리 고성의 한 라이브 바에서 라이브로 부르는 첨밀밀을 듣고 있으니 묘한 운치가 인다.

 

 

 

술값은 배낭여행자가 부담하기에는 좀 비싸다. 넷이서 n분의 1을 해서도 165위안을 냈으니 결코 싸다 할 수 없다.

 

중국인 친구들은 좀 사는 편인 것 같다. 이 정도도 가격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모두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다. 청두 친구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 차에 여행을 하고 있다 하고, 상하이 친구는 돈은 많은 것 같은데 뭐를 하는 친구인지는 모르겠다.

 

바를 나와서 2차로 양꼬치에 술 한 잔 더 한다. 베이징(北京)이나 동부의 대도시에서는 대기 오염 문제로 요즘은 노상에서 양꼬치를 굽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데 여기는 노상에서 양꼬치를 굽는다.

 

맥주로 2차를 하고 숙소에 돌아오니 새벽 2. 간만에 중국 친구들과 술도 실컷 마시고, 중국 가요도 실컷 들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