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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28, 중국 다리 3: 얼하이(洱海) 호수 풍경(20181212)

경계넘기 2021. 1. 14. 07:08

 

얼하이(洱海) 호수 풍경

 

 

어제 같은 방 청두(成都) 중국 친구가 전기 오토바이를 빌려서 얼하이(洱海) 호수를 한 바퀴 돈다고 했다. 혼자 한다기에 같이 하자고 했다.

 

얼하이의 하이는 바다 해(). 15세기부터 얼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하니 이곳에 살았던 옛 사람들은 이곳을 바다처럼 넓다고 생각했나 보다. 동서의 길이는 10~16km에 불과하지만 남북 길이가 50km에 둘레가 거의 150km에 이른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호수의 해발 높이는 1940m. 고지대에 위치한 호수다. 미얀마의 유명한 산정호수인 인레(Inle) 호수의 높이가 875m에 불과하니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다.

 

얼하이 호수의 서쪽, 그러니까 창산(苍山) 밑자락에서 호숫가까지는 꽤 넓은 평지를 형성하고 있어서 이곳에 다리 고성과 마을들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호수 남쪽 마을을 샤관(下關), 북쪽 마을을 샹관(上關)이라고 하고 그 가운데에 다리 고성이 있다. 지금 다리시의 중심은 샤관에 있고, 다리 고성은 유적과 관광지로 보호하고 있다. 얼하이 호수의 동쪽은 비탈진 산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솽랑(双廊)이라는 마을을 제외하면 이러다할 마을이 없다.

 

 

 

오토바이 렌털 숍에 가서 하루 70위안에 전기 오토바이를 빌린다. 실제 타보니 진동도 거의 없고 잘 나간다. 다만 최고 속도가 50Km에 불과해서 일반 오토바이의 속도감을 느낄 수는 없다. 그래도 두 개의 전지로 200km 이상은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하니 놀랍다. 중국의 전기 자동차 산업 성장이 눈에 보이는 대목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전기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닌다. 전기 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 거기에 전기 자동차까지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우리보다 확실히 일상화되어 있다. 새로운 산업이 일단 일상화되고 보편화되면 성장은 시간문제다.

 

반면에 우리는 아직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이동 수단에 익숙하지 않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자동차든 아직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지 않다.

 

다리 고성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시계 방향으로 호수를 도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다리고성에서 북쪽으로 한 동안은 호숫길이 아니라 호수에서 좀 떨어진 일반도로를 달린다. 그러다 보니 좀 위험하다.

 

나중에 중국 친구에게 호수를 끼고 도는 길이 없냐고 물으니 숍 주인이 이 구간은 지금 공사 중이어서 다닐 수가 없다고 했단다. 나의 리스닝이 딸려서 제대로 못 들었나 보다. 1시간 정도를 달려서 호수 서쪽변이 거의 끝나갈 무렵 호숫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오른쪽으로 바로 호수를 바로 끼고 달리고, 일반도로도 아니어서 차도 많지 않다.

 

 

 

다리의 겨울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해가 나오면 따뜻하지만 해만 들어가면 쌀쌀해진다. 오늘은 구름이 많이 낀 날씨다 보니 해가 드러나면 따뜻하지만 해가 구름에 가리면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는 한기까지 느껴진다. 옷의 지퍼를 목까지 올리고 렌털 숍에서 준 두툼한 장갑을 꼈음에도 달릴 때에는 무척이나 춥다.

 

호수의 서쪽 변은 별로지만 마을이 거의 없는 동쪽 변으로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이 들어나기 시작한다. 도로가로 자전거도로도 있어서 자전거로 호수를 도는 사람들도 많다. 자전거로 호수 한 바퀴 도는데 이틀 걸린다고 한다.

 

 

 

아름다움 호수 동쪽 변을 달리다 보니 곳곳에서 웨딩 사진을 찍는 예비부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제법 사진이 잘 나올 만한 곳이 곳곳에 있지만 친구와 같이 다니다 보니 내 맘대로 오토바이를 세워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좀 아쉽다.

 

 

 

호수 동쪽 변은 우리의 청평 호수를 연상케 한다. 마을이 없는 대신 곳곳의 경치 좋은 자리에는 영락없이 펜션과 호텔이 들어서고 있고 제법 예쁜 카페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중국인 자체의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중국도 곳곳에 이런 관광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의 여행은 주로 단체관광이었다. 그래서 관광지에는 단체 관광객을 받을 수 있는 규모 있는 호텔이나 여관 그리고 식당들이 많았다.

 

개별 관광객들은 주로 외국인이었다. 특히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에는 외국인들이 주였고, 중국 배낭여행자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만나는 중국 배낭여행객들도 대만이나 홍콩 친구들이었다. 그때 다리가 배낭여행자의 아지트였다.

 

최근에는 그 판도가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보인다. 단체관광도 여전하지만 젊은이들은 주로 개별 관광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개별 여행객들이 찾는 펜션과 같은 숙소와 카페들이 호수 주변에 많다.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도 주된 손님들이 중국인이다. 중국 젊은이들에게도 배낭여행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는 말일 게다.

 

그 변화가 지난 10여년 만에 일어났다. 거대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바뀌었다. 중국에 올 때마다 항상 놀란다. 이번도 마찬가지고. 이제 웬만한 소비 문화나 행태는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다. 물론 여전히 빈곤 수준에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동쪽 변을 한참 달리니 다리에 주로 살고 있는 백족(白族)의 마을인 솽랑(双廊)이 나온다. 솽랑도 꽤 규모가 있는 곳인데 이미 리장(丽江)처럼 완전히 상업적으로 개발되었다. 호숫가로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예뻐서 한 번 정도는 걸을 만 하다. 오토바이로 대충 훑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솽랑을 벗어나서도 한 동안 아름다운 호숫길이 이어졌지만, 30분 정도 달렸을까 호숫가 도로는 일반도로와 겹쳐지기 시작하면서 샤관의 도심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퇴근 시간과 겹쳐서 그런지 작은 도시 같았던 다리 시내도 자동차들로 밀리고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달리려다 보니 경험이 없는 나는 제 속도를 내기 어렵다. 중국 친구는 많이 달려본 듯 이리 저리 비집고 잘 달린다.

 

시내에서는 내가 그 친구를 놓치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그럴 때면 친구가 나를 위해 기다려주곤 한다. 시내에서는 어차피 그 친구도 길을 잘 모른다. 맵을 보면서 겨우겨우 찾아가다 보니 엉뚱한 곳에서 유턴이나 좌, 우회전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섬뜩할 때도 있다.

 

 

 

샤관 쪽에 가까워질수록 바람도 세게 불어서 더욱 추워졌다. 이미 해도 많이 기울어지고.

 

알고 보니 다리를 상징하는 말이 풍화설월(風花雪月)’이란다. 물 많고, 바람 많고, 여자 많은 삼다도(三多島)의 제주처럼 다리는 샤관의 바람(), 샹관의 꽃(), 창산의 눈(), 그리고 얼하이에 비치는 달()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풍화설월이다. 풍화설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 맥주도 있다. 그 말을 제대로 실감시켜 주듯이 샤관 쪽으로 갈수록 정말 바람이 거세서 모자를 꽉 조였음에도 손으로 잡고 달려야 할 정도다.

 

겨울에 얼라이 호수를 오토바이로 돌려면 옷을 꼭 든든히 입어야 한다.

 

 

 

샤관의 시내 도로가 너무 막혀서 30분 정도의 거리를 거의 한 시간 이상 달려서야 겨우 고성에 도착한다. 원래 숙소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던 터라 렌털 숍에 오토바이를 돌려주기 전에 먼저 약속한 식당으로 간다.

 

그 자리에는 숙소 사장과 그의 부모님들도 나와 계신다. 한국인 친구가 모시고 왔다. 덕분에 여러 중국 친구들과 기분 좋은 저녁자리를 갖는다. 나와서 같이 식사를 하니 숙소 사람들이 모두 가족 같다.

 

 

 

개인적으로 얼라이 호수는 너무 많이 개발되어서 그런지 다소 식상한 모습을 보인다. 동쪽 변이 그나마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 역시도 이미 많이 개발되어서 자연의 모습을 보긴 어렵다. 다소 밋밋하다고 할까. 미얀마의 인레 호수나 쓰촨과 윈난의 경계지역에 있는 루구호(瀘沽湖)에 비할 수는 없다.

 

자연의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눈 덮인 창산과 고성을 안고 있는 얼하이 호수는 분명 다른 멋을 준다. 자연과 역사가 같이 있다고 할까.

 

 

 

식사를 하고 중국인 친구와 오토바이를 반납하러 간다.

 

돌아오는 길에 그 친구가 어제 간 라이브 바를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어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더니만. 별로 생각은 없지만 같이 호수를 돈 의리가 있지 혼자 보낼 수는 없다.

 

둘 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술 생각은 별로 없어 맥주 한 병이나 차를 시키려고 하니 맥주는 세트로만 가능하고, 그나마 가장 싼 칵테일 한 잔이 98위안이다. 엄청 비싸다.

 

어제처럼 여럿이 와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먹지 않으니 오히려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어제는 술 마시러 왔다면 오늘은 음악을 들으러 왔다. 무심히 지나쳤던 가수들에게도 관심이 더 간다.

 

 

 

청두 친구 음악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친구 대신 노래까지 부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원래 버스킹 친구보다 호응이 더 좋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