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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라다크 레 26: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그 가운데(20170716)

경계넘기 2017. 11. 20. 10:51

2017. 7. 16. . 맑음.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그 가운데"

 

어제 카슈미르(Kashmir) 스리나가르(Srinagar)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델리 행 비행기를 예약한 결정적 원인은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생한 소요다. 인터넷이 잘 되는 날이라 기사를 검색해 보니, 710일 이슬람 분리주의자로 추정되는 무장괴한이 힌두성지를 방문한 힌두인 버스에 무차별 사격을 가해, 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정확한 장소는 스리나가르가 아니고 카슈미르 남부 지역이라고 하지만, 스리나가르를 중심으로 카슈미르 지역에서 무슬림과 힌두인 사이에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스리나가르는 잠무 & 캬슈미르((Jammu & Kashmir) ()의 여름 주도(州都). 겨울에는 주도가 남쪽의 잠무(Jammu)로 옮긴다고 한다. 아무래도 겨울에는 교통이 불편해서 행정도시로서의 역할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스리나가르는 내가 있는 이곳, 라다크 레에서 버스로 16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가는 길이 힘들긴 해도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른 아침에 구시가지를 돌아봤다. 시가지에는 모스크들이 있고, 많은 무슬림 상인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변함없는 평온함이 감돈다. 어쩌면 겉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곳은 힌두인들이 중심이 아니라 티베트 불교를 믿는 티베트인들이 중심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불교와 이슬람, 그리 큰 충돌이 없는 종교들이다. 아니, 힌두가 중심인 인도에서 불교든 이슬람이든 모두 소수종교로서 차별을 받는 동병상련의 처지라고 할 수도 있다.

 

이곳이 내전의 갈등만 있는 곳은 아니다. 첨예한 국가 간 갈등도 존재하는 곳.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분쟁이 항상 잔존하는 곳이다. 아마도 이곳의 분리운동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절대적인 지원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무 & 캬슈미르 지역의 국경선은 명확한 국경이 아니라 실효 지배의 애매한 군사분계선으로 설정되어 있다. 서부와 동북부 국경은 파키스탄과, 그리고 북동부는 중국과 애매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있다. 마치 한반도에서 한국과 북한의 그것처럼, 항상 국경분쟁의 불씨가 잠재되어 있다.

 

최근 기사에 중국이 이곳,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잠무 & 카슈미르 지역에 영토적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을 매개로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인도는 발끈했지만. 여하튼 스리나가르를 중심으로 한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이 맞물리는 지역이 되고 있다.

 

나는 지금 내전 양상의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국제정치의 한 복판, 즉 국제사회의 화약고에서 살짝 벗어난 지역에 있는 셈이다.

 

그럼 이곳 라다크 지역은 안전한 곳인가?

 

레에 오자마자 바로 간 곳이 누브라 밸리(Nubra Valley)의 투르툭(Turtuk)이라는 마을이었다.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닿고 있는 북쪽 맨 극단의 마을이다. 그런데 그 마을은 일반적인 라다크 지역과 인종도 종교도 달랐다. 그 마을은 대부분의 주민이 무슬림이었고, 티베트계 라다크인들이 아니라 중앙아시아계의 사람들이었다. 원래 파키스탄의 영토로 있다가 제3차 파키스탄 전쟁에서 1974년 인도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빼앗은 곳이라 한다. 인도 라다크보다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 더 가까운 마을이다. 투르툭 마을에서 북쪽으로 바로 보이는 설산 너머가 파키스탄이라고 한다.

 

누브라 밸리의 투르툭 마을은 이곳 라다크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갈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며칠 전에는 판공 초(Pangong Tso)를 다녀왔다. 인도 라다크 지역의 가장 큰 관광지역 중의 하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판공 초의 대부분 지역이 사실 중국 영토에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하루를 보낸 메락(Merak) 마을이 인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인도 영토의 거의 최전선에 있는 마을이다. 어쩌면 내가 메락 마을 서쪽으로 바라본 고산 너머는 중국 영토일지도 모른다.

 

 

 

 

 

중국 역시도 언제든 자신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라다크 지역인 셈이다. 라다크는 역사적으로 티베트다.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티베트가 현재의 티베트라면 라다크는 인도가 실효 지배하는 티베트인 것이다. 국경 갈등이 잠재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중국이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갈등에 개입하려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를 이용해서 잠무 & 카슈미르 지역에 개입함으로써 이곳 라다크 지역에 대한 자신의 영토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최근 기사를 보니 1962년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이후 최근 가장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인도 동북부 아삼(Assam) 지역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한 달간 대치 중이라는 것이다. 부탄 영토로 인식되던 지역에 중국이 자신의 영토를 주장하면서 도로를 개설하려고 했고, 이에 반발한 부탄이 상호안보조약이 체결된 인도에 개입을 요청하면서, 현재 인도군과 중국군이 대치하게 된 것이다.

 

이곳 역시도 국경선이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곳이라 한다. 이전부터 인도와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었는데, 급기야 최근 중국이 일을 벌이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군병력이 대치 중이라면 어느 한 쪽의 실수, 혹은 작은 도발에도 대규모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런 위기적 상황의 연장선 상에 있는 곳이 바로 여기 라다크 지역이다. 불명확한 국경선과 실효 지배,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 삼국의 영유권 주장, 그리고 거대 병력의 집결지. 어찌 보면 라다크는 아삼지역보다 더 큰 위기요인을 가지고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이곳에 산개된 군병력만 봐도 아삼지역과 비교할 수 없어 보인다. 사실 라다크 지역은 대부분 군사지역이다.

 

 

 

 

 

 

 

 

만일 아삼지역에서 교전일 일어난다면 이곳에서도 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러면 레는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셈이다.

 

나는 지금 인도, 파키스탄, 중국 간의 갈등, 그리고 이슬람과 힌두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사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다행히 지금 레는 평온하다.

 

저녁에 이곳 하얀 히말라야 사장이 운영하는 레체라는 식당에 갔다. 양고기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레스토랑은 분위기가 좋았다. 예상한대로 가격은 420 루피, 세금 10%는 따로 붙는다. 비싸다. 그런데 가격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양이다. 코스 요리에나 나올 법한 주먹만한 스테이크. 그 주먹만한 것도 다 스테이크가 아니라 바닥은 감자요리로 받침을 한 얇은 고기 서너 점의 스테이크다. 맛과 멋은 조금 있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

 

미얀마에서 만났던 분이 가보라고 한 곳인데 돈 아깝다. 배낭 여행자에겐 아주 사치스러운 곳. 아무래도 저녁으로 뭔가를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저녁을 먹었는데도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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