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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48, 라오스 루앙프라방 5-3: 여행 속의 경제학, '공유지의 비극'과 햇살 머금은 메콩강(Mekong River) (20190101)

경계넘기 2021. 4. 21. 07:51

 

여행 속의 경제학, 공유지의 비극과 햇살 머금은 메콩강(Mekong River)

 

오후에 들어서니 햇살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루앙프라방에 들어와 처음 보는 햇살인 듯하다.

우기인가 싶었다.

 

메콩강(Mekong River)의 나의 아지트로 간다.

라오 맥주 한 병과 함께 메콩강을 멍하니 바라본다.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햇살에야 비로소 메콩강이 제 색깔을 드러낸다. 탁한 황톳빛. 우기에 수량이 늘어나 물살이 거세지면 검붉은 빛마저 감돈다.

 

 

 

메콩강의 빛깔은 황하와 비슷하다.

 

황하는 중국 깐수성(甘肅省)과 산시성(陝西省)에 걸쳐 있는 거대한 황토고원 지대를 거치면서 탁해진다. 그럼 메콩강은 왜 이렇게 탁한 빛깔을 띠는 것일까? 티베트에서 발원한 메콩강 역시 여기에 이르기 전에 황토지대를 거치는 것일까?

 

햇살에 살아난 메콩강의 탁한 물빛을 생각하다 보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느새 그 물빛만큼 탁한 국제 하천 메콩강의 현실로 이어진다.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경제학에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개념이 있다. 주인이 없거나 공공이 소유하는 공유 자원은 개인들의 이기적인 남용으로 결국 황폐화되거나 고갈되어버린다는 이론이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 생물학자 하딘(G. J. Hardin)은 주인 없는 목초지를 예로 든다. 주인 없는 목초지를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마다 경쟁적으로 양을 풀면서 종국에 목초지를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 공유 자원에 나타나는 이러한 사회적 비효율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한다.

 

 

 

 

국제 하천 메콩강 역시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는 사례다.

 

 

메콩강은 4km가 넘는 길이에 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국을 흐르는 대표적인 국제 하천이다. 중국과 미얀마, 미얀마와 라오스, 라오스와 태국 등의 국경을 이루기도 한다. 동남아의 젖줄 메콩강은 이들 국가들에게 생명수와 같은 강이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자국 안에서 메콩강의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메콩강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과 경쟁이 첨예화되고 있다.

 

최근 메콩강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가 수력 발전을 위한 댐 건설이다. 수력 발전과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각국들이 경쟁적으로 댐을 건설하면서 하류의 메콩강 수위가 현저히 낮아져 가뭄이 가중되고, 환경 파괴, 생태계 교란, 어족자원 감소 등의 악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최상류에 있는 중국이 먼저 7~8개의 댐을 건설하면서 메콩강 개발에 포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라오스와 캄보디아도 메콩강 댐 건설에 경쟁적으로 달려들면서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최빈국에 이렇다 할 산업 역량조차 없는 이들 국가들은 메콩강 수력 발전을 통해 남은 전기를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의 주변국에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라오스는 2019년 말에 메콩강 본류에 최초로 건설한 댐을 본격 가동한다.
아울러 메콩강 본류에 더 많은 댐을 건설할 예정이다.

 

 

라오스는 이미 메콩강 지류에 수력 발전소 40여 개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메콩강에 건설 중인 사야부리 댐(Xayaburi Dam)이 2019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야부리 댐은 라오스가 메콩강 본류에 건설한 최초의 댐이다. 사야부리 댐은 지금 내 앞을 흐르고 있는 메콩강이 100km 남쪽으로 흐르면 이르는 곳이다.

 

 

사야부리 댐

 

라오스는 메콩강 본류에 더 많은 댐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들 댐들이 수력 발전과 농공업 용수를 위해 담수를 늘리면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치명적인 물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대부분 동남아 유역 국가들이 농업과 공업 용수의 상당 부분을 메콩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산자원의 고갈과 환경 파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는 메콩강을 둘러싸고 새로운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메콩강의 공동 개발을 위한 유역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중국이 촉발시킨 메콩강 공유지의 비극은 날로 심각해질 뿐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햇살 머금은 메콩강의 물빛이 더욱 탁해 보이듯 유역 국가들의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메콩강의 비극 역시 더욱 심해질지 모른다.

 

공유 하천 메콩강의 미래가 탁하다.

 

 

메콩강 유역 댐 현황(출처: 중앙일보)

 


 

여행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공유지의 비극을 만난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한다.

 

공유지의 비극이 무척 특별한 개념처럼 생각하겠지만 함께 누려할 소중한 가치를 개인의 이기심으로 남용하거나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루앙프라방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이는 루앙프라방이 라오스의 문화유산이기도 하지만 인류 모두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즉 루앙프라방은 인류의 공유 자산이다.

 

루앙프라방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해서 또는 언제 오겠냐싶어 이왕 온 것 본전을 뽑겠다는 심정으로 이곳의 문화유적과 자연을 함부로 다루거나 훼손하는 행위 등은 엄밀히 말하면 모두 공유지의 비극이다.

 

 

 

사실 주변의 모든 자연과 문화가 공유 자산이다.

내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잠시 내가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공공의 자산일수록 소중히 다루고 아끼는 것.
그게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작은 걸음이자 여행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항상 여행자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어려 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