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빵 시가지 산책. 가볼만한 곳들.
람빵(Lampang)은 태국 북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도시의 규모는 치앙마이(Chiang Mai)와 치앙라이(Chiang Rai)의 중간쯤 되어 보인다. 태국의 고대 왕국인 란나 왕국(Lanna Kingdom)의 도시로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 치여서 그렇게 부각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람빵은 뭔지 모르게 푸근하고 편안한, 그래서 쉬어 가기 좋은 도시다.
일반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도시는 아니다. 오히려 심심하고 밋밋한 도시다. 하지만 장기 여행자 입장에서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는 것은 번잡하지 않은, 그래서 조용히 쉬면서 현지의 일상을 즐기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 물가도 저렴하니 금상첨화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 뿐이지 도시 이곳저곳에 태국 현지인들의 다양한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생활 문화와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기대를 놓고 산책하듯 걷다 보면 람빵은 마치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로 다가온다.
람빵은 시 가운데를 왕강(Wang River)이 흐른다.
왕강을 중심으로 강북은 주택지고, 강남에 시가지가 있다.
시가지는 도시의 상징인 시계탑을 중심으로 동서로 펼쳐진다.
시계탑은 넓직한 오거리 로터리의 가운데에 있다.
시계탑의 동쪽이 람빵의 중심인 구시가지.
구시가지 안으로 사원, 호텔, 백화점, 쇼핑센터, 재래시장, 전통거리 등이 있다. 대부분의 볼거리가 구시가지 안에 있다. 백화점, 쇼핑센터 등은 구시가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촌티나는 구식이고 그나마도 문 닫기 일보 직전이다.
시계탑의 서쪽이 신시가지다.
시계탑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번화한 상업거리를 형성한다. 중간에 제법 큰 규모의 재래시장도 있다. 하지만 신시가지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그런 모습은 아니다. 구시가지가 한국의 70, 80년대라면 신시가지는 90년대의 모습이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큰 차이라면 밤의 풍경이다.
저녁에 구시가지는 컴컴해지지만 신시가지는 그래도 번화하다.
구시가지 상업 중심
구시가지는 크지 않지만 근대와 현대가 동시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사원이나 유적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의 건물이나 거리 그 자체에 근대와 현대가 자연스럽게 묻어 있다.
시계탑에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면 양편으로 호텔들과 사원들이 나온다. 15~20분 정도 더 걸어 들어가면 왼편, 즉 북쪽으로 상업거리가 나온다. 그곳이 구시가지의 상업 중심이다. 쇼핑센터와 백화점 등이 있긴 한데 거의 한국의 70, 80년대 수준이다. 그나마도 4년 전에 왔을 때에는 영업이 좀 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거의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걷다보면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다. 거리의 길 카페에서 달달한 냉커피 한 잔 사들고 걷는다면 더욱 좋다. 중간 중간 세월에 얼룩진 건물들을 보다보면 이제는 추억이 된 옛 번화가의 향수도 느껴진다.
구시가지 재래시장
이곳을 지나면 제법 큰 시장 건물이 나온다. 건물 안으로는 주로 잡화점들이 있고, 건물 주변으로 과일, 야채 등의 신선 제품들과 다양한 먹거리 등을 판매한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면 먹자거리가 펼쳐진다. 낮에도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많이 파니 이곳에서 점심을 해도 좋고 아니면 이것저것 먹거리를 맛보며 시장 구경을 하면 좋다.
도심 가운데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보면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의 시장들이 얼마나 비싼지를 알게 된다. 시내에 숙소가 있다면 이곳에서 아침, 저녁으로 장을 보면 된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이 선다.
시장 옆으로 잔디 깔린 광장이 나온다.
도시의 행정 중심으로 광장 주변으로 시청, 박물관 등이 있지만 그다지 볼거리는 없다.
Kad Kong Ta 거리
시장 건물에서 한 블록 정도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북쪽 즉 강변 쪽으로 올라가면 다리가 보이는 지점에서 왼쪽 즉 서쪽으로 거리가 나온다. 이곳이 전통거리다. 이름은 Kad Kong Ta Street.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Walking Street)로 옛 건물들이 많이 모여 있고 주말에는 큰 야시장이 열린다.
거리 양편으로 세월의 흔적이 짙은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듣자하니 대략 백년의 역사를 가진 태국식, 서양식, 미얀마식, 중국식 건물들이 혼재해 있다고 한다. 걷다보면 조금씩 다른 양식의 옛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태국식과 버마식 건물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서양식과 중국식 건물들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다.
건물들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람빵의 근대 역사가 흘러간다.
주요 건물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으니 찬찬히 읽으면서 걸으면 좋다. 거리가 길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통거리가 끝나는 무렵에 강변 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제법 큰 사원이 나온다.
이름은 Wat Koh Walukaram. 강변에 들어선 꽤 규모 있는 사원으로 왕강 변에서 보이는 신비롭고 멋진 건물이 이 사원 건물이다. 사원 안에 들어서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목조 법당부터 다양한 모습의 사원 건물을 볼 수 있다. 너무 다양해서 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전통거리에는 사이사이 카페들도 있어서 쉬어 갈 수 있다.
사원 골목을 바로 지나면 예쁜 정원을 가진 전통 태국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이 람빵 아트센터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전시장도 나오고 예쁜 카페도 나오니 전시장도 구경하고 이곳에서 차 한 잔 마시면 더욱 좋을 게다.
강북의 반 싸오 낙(Ban Sao Nak)과 주변 거리
Kad Kong Ta 거리를 다 구경했다면 앞서 길 초입의 다리를 건너가 보자.
왕강을 건너서 동편으로 15~20분 정도 걸어가면 ‘반 싸오 낙(Ban Sao Nak)’이라는 건물이 있다. 태국의 고대 왕국인 란나(Lanna)와 미얀마 건축 양식이 혼합된 전통 가옥이다. 1895년에 지어진 건물로 116개의 티크 나무 기둥으로 받쳐져 있다. 지금은 가구, 골동품, 공예품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입장료를 내고 반 싸오낙에 들어가 봐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곳을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그 주변에 있다. 반 싸오낙을 둘러싼 마을과 거리가 마치 서울의 북촌이나 서촌 같다. 골목 자체도 예쁘지만 아름답게 관리된 정원을 가진 전통 가옥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여행객들로 장사진을 치는 치앙마이나 치앙라이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분위기다. 집들 규모로 봐서는 아무래도 좀 사는 동네다.
이곳은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산책 삼아 걸으면 더 좋을 게다.
신시가지 재래시장
저녁에는 시계탑의 서쪽 도로를 따라 신시가지를 걸어보자.
구시가지는 저녁이 되면 무서울 만큼 한산해지지만 신시가지는 저녁에도 북적인다.
시계탑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큰 재래시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매일 야시장도 열리니 저녁에는 이곳에서 먹거리를 즐겨도 좋다. 주말에는 구시가지의 Kad Kong Ta 거리에서 야시장이 열리니 그곳을 가야 한다.
라이브 바(Live bar) 거리
시장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큰 사거리 주변으로 젊은이들이 즐기는 라이브 바(live bar)들이 모여 있다. 주로 생음악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 바가 많은 이유는 근처에 제법 큰 대학인 람빵기술대학(Lampang Technical College)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적인 쇼핑몰과 대형 마트들
세련되고 현대적인 쇼핑 문화는 시계탑 남쪽으로 두어 블록 내려가서 고속도로를 끼고 나오는 큰 쇼핑몰인 센트럴 프라자(Central Plaza)와 테스코(Tesco)와 빅씨(Big C) 같은 대형 마트에서 즐길 수 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센트럴 프라자는 우리나라의 웬만한 쇼핑몰 못지않게 세련되게 잘 갖춰져 있다. 쇼핑몰 안에 마트, 백화점, 레스토랑, 멀티플렉스 극장 등이 있다.
그럼, 슬기로운 람빵 생활이 되시길.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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