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과 장보기
아침에 왕강(Wang River) 주변을 산책한다.
숙소 바로 옆이 강이다.
람빵(Lampagn)은 왕강이 동서로 흐리면서 도시를 남북으로 나눈다. 도시는 왕강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다. 왕강 남쪽이 시가지고, 북쪽은 주로 주택지다.
라오스 루앙프라방(Louang phrabang)에서도 숙소가 메콩강과 가까워서 아침에 강변 산책과 운동을 즐겼다. 왕강의 규모가 메콩강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황토빛깔의 강물색은 똑 같다.
다리가 있어서 바로 반대편 쪽 강변길을 산책한다.
숙소가 있는 곳은 왕강 남쪽의 시가지. 강 건너는 주로 주택가다. 주택가의 골목길이 고즈넉하고 좋다. 강변으로 정원이 예쁜 집들도 있다. 사거리 한쪽 구석 양변을 둘러싸는 상가 건물도 독특하다.
세상 구경 하고픈 강아지들이 문틈으로 주둥이를 내민다.......
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사실 이놈들은 지나가는 나를 잡아먹을 듯이 짖어대면서 나오려 발버둥치고 있는 중이다. 주둥이를 한 대씩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녀석들. 어찌나 시끄럽게 짖어대는지 고즈넉한 골목길을 삽시간에 카오스로 만든다.
더운 지역의 개들이 그렇듯이 동남아의 개들도 대개는 온순하고 늘어지는 개들이 많은데 간혹 이들처럼 성깔 부리는 놈들도 적지 않다. 간혹 골목길에서 이런 떠돌이 개들을 만나면 참 대안이 안 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뒤돌아 뛰다가 정말 물릴 뻔한 적도 있다. 등을 보이면 여지없이 달려든다. 최대한 개들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뒷걸음질로 빠져 나와야 한다.
산책하면서 보니 강변에 닭 조형물이 유난히 많다.
유심히 보니 다리에도 하다못해 하수구 뚜껑에도 닭 모양이 새겨져 있다. 도시의 상징이 닭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람빵이 닭 무늬 자기로 유명하단다. 접시, 그릇 등의 닭 무늬 자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200여 개나 있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시의 상징이 되었단다.
강변길을 따라 동쪽으로 한 20분쯤 걸으면 또 다른 다리 옆으로 재래시장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더 올라가면 고급 주택가가 나온다. 예전에 그곳을 걸을 때 예쁜 집들을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중간 중간 태국의 전통가옥들도 나와서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은 아침 산책이니 시장에서 아침거리를 사는 것으로 만족한다.
동남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아침을 잘 만들어먹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아침 시장에도 야시장처럼 먹거리가 풍성하다. 튀긴 닭다리 하나, 생선 한 조각, 새우튀김 그리고 밥을 조금 산다. 말이 닭다리지 우리나라 일반 치킨집의 병아리 같은 닭이 아니다. 닭다리인지 칠면조 다리인지 혼란스럽다. 생선 한 조각도 큼지막하다. 이렇게 해서 70밧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일명 몽키 바나나인 세뇨리타 바나나(Senorita Banana)도 한 뭉치 산다. 몽키 바나나는 크기가 엄지손가락만한 미니 바나나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캐번디시 바나나보다 더 달다. 원숭이가 좋아한다고 해서 몽키 바나나라고 부른다. 원숭이가 찾아 먹을 정도니 맛은 능히 알만하다. 크기는 작지만 껍질이 얇아서 가성비도 나쁘지 않다. 필리핀에서 좀 살다온 분이 필리핀 현지에서는 주로 몽키 바나나를 먹는단다. 우리가 주로 먹는 캐번디시는 수출용으로 농약을 많이 쳐서 잘 먹지 않는다고.
큼직한 몽키 바나나 한 뭉치가 15밧이다. 앞서 산 것까지 85밧 들었다. 우리 돈 3천원에 두 손이 무겁다. 이렇게 현지인들과 어울려 장을 보며 두 손 가득 아침거리를 사드니 여행자가 아니라 동네 주민 같다. 람빵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은 이유다.
람빵은 걷는 곳곳마다 재래시장이 있어서 참 좋다. 구시가지에도, 다리 건너에도, 그리고 신시가지에도 곳곳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언제든 먹거리를 살 수 있다. 어디든 정처 없이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들고 들어온다.
외국인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곳이 아니라 가격도 무척이나 저렴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에서 와 보고서야 치앙마이(Chiang Mai), 치앙라이(Chiang Rai), 빠이(Pai) 등이 무척 비싸다는 사실을 알았다. 치앙마이나 치앙라이 시가지의 시장에서 몽키 바나나 한 뭉치를 사려면 50밧 이상은 주어야 한다.
외국인이 거의 없다 보니 호텔이든 식당이든 영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금 묵고 있는 숙소의 직원들도 영어를 거의 못한다. 뭐 하나 묻거나 부탁하려면 서로들 엄청나게 고생을 한다. 시장에서도 가격은 계산기에 찍어 보여주거나 손가락으로 알려 준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맘이 편하다. 외국인이 없다 보니 작은 시장은 두어 번 가면 다들 알아본다.
시내 중심의 은행에서도 마찬가지. 사설 환전소는 보이지 않아서 은행에서 환전을 해야 한다. 예전에 은행에 환전하러 갔었는데 영어가 안 되서 서로 손짓발짓을 해가며 환전을 했다. 환전하는 절차가 꽤 복잡했다. 백 달러 한 장을 환전하는데 여권 달라 해서 복사하고 또 이것저것 쓰는 것도 많다. 원래 이렇게 환전하는 것이 정상인 듯한데 치앙마이나 빠이(Pai), 방콕 같이 외국여행객들이 많은 곳에서는 간편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인들도 낯선 경험인지 당황하면서도 웃으며 친절하게 받아 줬다. 오히려 재밉다고 웃고 난리다. 시원한 물도 가져다주었다. 진짜 외국 여행을 하는 맛이 났다. 그렇게 만난 은행 직원들을 거리에서 다시 만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네받곤 했다.
숙소로 돌아올 때는 다리를 건너서 시가지 쪽으로 온다.
람빵 구경은 이렇게 아침, 저녁 먹거리 사러가면서 겸사겸사 하면 된다. 간만에 개인실에 있으니 빨래도 편하게 하고, 방에서 그냥 뭉갠다. 최대한 게을러지기로 한다.
성수기 태국에서는 람빵도 예외가 없다. 연장을 하려하니 2일 후에는 만실이란다. 만만한 가격의 다른 숙소들도 방이 없긴 마찬가지. 어쩔 수 없이 2일 후에는 다시 도미토리로 가야 할 것 같다. 람빵에서도 성수기 난민 신세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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