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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태국(Thailand)

D+062, 태국 람빵 1-2: 태국에서 한 달 살기, 치앙마이 or 람빵 (20190115)

경계넘기 2021. 6. 4. 15:35

 

 

외국에서 한 달 살기, 치앙마이(Chiang Mai) or 람빵(Lampang)

 

 

태국에서 람빵(Lampang)을 좋아한다.

 

대부분들 람빵은 잘 모른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내가 람빵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람팡은 태국 북부에서 치앙마이(Chiang Mai)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치앙마이에서 남동쪽으로 110km 아래에 있다. 그럼에도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여행객들이 거의 없다. 시내 중심가를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몇 명 못 만나는 곳이 람빵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의 꾸임 없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볼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볼거리와 일반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볼거리가 다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현지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묻어나는 곳이다. 재래시장이나 골목길,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핫한 거리도 좋아한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모여 즐기는 곳 말이다. 서울로 치자면 명동이나 이태원이 아니라 강남이나 대학로 등을 말한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같은 곳도 엄청 좋아하고.

 

람빵에는 이런 곳들이 많다.

 

재래시장과 야시장은 곳곳에 있고, 옛 건물들이 모여 있는 전통거리도 있고, 도시 가운데로 왕(Wang)이라는 강도 흐르고. 골목길도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여기에 현대식 쇼핑몰인 센트럴 프라자(Central Praza)도 있고, 대표적인 대형 마트인 빅C도 있다.

 

더욱이 이런 곳들이 대부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자전거도 필요 없다. 멀어봐야 걸어서 30분 거리니까.

 

 

 

요즘 한 달 살기가 유행이다.

 

한 달 살기의 대표적인 도시로 치앙마이가 꼽힌다.

하지만 정작 치앙마이에 있다 보면 무엇을 위한 한 달 살기인가를 되묻게 된다.

 

치앙마이 같은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화된 지역이다. 잘 갖춰진 관광 인프라에 외국인 여행객들을 위한 영어 서비스가 잘 갖춰진 도시다. 치앙마이의 여느 음식점에 들어가도 영어 메뉴판을 볼 수 있고 영어로 간단한 소통이 가능하다. 아울러 예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와이파이가 잘 갖춰진 카페들도 많아서 디지털 유목민들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도시다.

 

하지만 그만큼 태국 현지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는 없다. 태국 현지에서 산다기보다는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모여 있는 국제 관광지에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런 곳에서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객들과 함께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게 목적이라면 굳이 치앙마이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태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태국 현지인들의 삶 속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면 치앙마이가 아니라 람빵 같은 곳으로 가야한다.

 

 

치앙마이에서 2시간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여기는 영어가 통하는 곳이 거의 없다. 시내 중심가의 은행에서도 호텔에서도 보디랭귀지를 해야만 한다. 제대로 외국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도시로서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기에 생활에 큰 불편함도 없는 도시다.

 

그래서 난 람빵을 좋아한다.

 

4년 전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왔었다. 치앙마이에서 빠이(Pai)를 거쳐 태국 중부로 남하를 시작하면서 잠깐 쉬어 가는 차원에서 들린 곳이 람빵이었다. 원래는 이틀 정도만 묵을 생각이었는데 하루, 하루 미루다가 거의 일주일 가까이를 묵었다. 번잡하지 않으면서 뭔지 모르게 사람을 편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도시였다. 떠날 때 무척 아쉬웠다. 치앙마이에서도 빠이에서도 떠날 때 아쉬움이 별로 없었는데 말이다.

 

태국에서 가장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 이곳 람빵이다.

 

 

 

 


 

 

숙소에서 쉬다가 동네 한 바퀴를 한다.

 

구시가지를 걷는다. 3년 전과 바뀐 것이 거의 없다. 마치 엊그제 걸었던 길 같다. 길 카페에서 아이스커피 하나를 사서 물고 다닌다. 믹스 커피에 연유를 듬뿍 넣어 만든 달달한 다방커피다. 아직은 더운 낮이라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덥지만 고즈넉해서 좋다.

 

 

 

한 작은 스테이크 집을 발견했다.

 

고급 스테이크 집은 아니지만 다른 손님들의 음식을 보니 제법 먹음직스럽다. 가격은 더욱 환상이다. 스테이크 가격이 45~60밧 사이다. 고기도 제법 두툼하고 샐러드도 훌륭하다.

 

치킨스테이크에 야채샐러드를 추가해서 싸달라고 한다. 예쁘게 잘 싸 주신다. 가격은 합쳐서 75. 치킨 스테이크가 50, 샐러드가 25밧이다. 양도 푸짐하지만 깔끔하고 정갈하게 나온다. 우리 돈 2500원 남짓의 감사한 가격이다. 매일 올 것 같은, 람빵에서 내 먹거리를 책임질 식당이다. 당근 가게에 들려 맥주도 산다.

 

 

 

도미토리에서 해방된 첫날이다.

 

방에서 영화를 틀어놓고 기분 좋게 혼자만의 만찬을 즐긴다. 귀 아픈 이어폰이 아니라 스피커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문득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길에 물기가 수북하다. 그새 소나기가 내렸나 보다.

 

 

 

하지만 아쉽게도 주말에는 예약이 차서 이틀 밖에 연장이 되질 않는단다. 3일 후에는 방을 옮겨야 한다. 성수기에는 람빵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또 성수기의 여행 난민이 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