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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말레이시아(Malaysia)

D+074, 말레이시아 페낭 2-1: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 로띠 바까르(Roti Bakar) (20190127)

경계넘기 2021. 6. 28. 13:57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breakfast), 로띠 바까르(Roti Bakar)

 

 

아침을 먹으러 나온다.

 

오후에는 보이지 않던 식당들이 많이 보인다. 오후에는 셔터를 내리고 문을 닫았던 식당들이 문을 활짝 열고 영업을 한다. 어제는 동네에 왜 이리 폐점 상가가 많나 했다. 포장마차 같은 거리의 간이식당도 곳곳에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특징 중 하나다.

 

더운 날씨 때문에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다가 선선한 아침과 저녁에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 아침, 저녁으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침이나 저녁에만 문을 여는 곳들도 많다. 베트남에서는 오전에만 영업을 하는 카페들도 자주 봤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가끔 들리곤 했는데 정말 이른 아침에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카페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카페는 주로 오후나 저녁에 가는 우리 습관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지만 다들 환경에 적응하는 삶의 모습이다.

 

말레이시아도 더운 나라이니 당연한 모습이다. 다만 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그건 카페(cafe)라는 간판을 단 식당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물론 커피나 차도 판다. 하지만 단순히 카페라 하기에는 여느 식당만큼의 음식 메뉴를 가지고 있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확실히 카페라기보다는 식당인데 간판에는 분명 카페라고 쓰여 있다. 왜 카페를 식당의 개념으로 사용하는지 자뭇 궁금하다.

 

 

 

어디를 들어가서 아침을 먹을까 둘러보다 역시 카페라는 간판을 단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도 적당히 있고, 사진과 가격이 곁들인 메뉴판도 있어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주문하기가 쉬어 보인다. 가본 적이 있는 나라들은 대충 몇 가지 음식들을 알고 있으니 메뉴판이 없어도 주문이 가능한데, 말레이시아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

 

식당 안에 들어가서 식사 중인 주변의 테이블을 잽싸게 스캔한다. 어떤 음식들을 먹는지 살피는 것이다. 메뉴판이 있더라도 그 맛을 알 수 없으니 일단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것을 시키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뿐만 아니라 먹음직한지 아닌지 아니, 먹을 수 있는지 아닌지 눈으로나마 대충 읽을 수 있다. 먹음직한 음식을 찾았다면 메뉴판의 사진에서 그 음식을 찾아 가격을 확인하고 주문을 한다. 메뉴판에서 찾을 수 없으면 종업원에게 그 음식을 가리키며 같은 것을 달라고 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나 둘러보는데 대부분들 커피에 토스트와 반숙 계란을 먹는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로띠 바까르(Roti Bakar)라는 토스트 세트다. 토스트에 커피는 일반적인 조합인데 거기에 반숙 계란은 생소한 조합이다. 혹 한국의 쌍화차처럼 커피에 반숙을 넣어 마시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토스트와 함께 먹는다.

 

이거 영락없는 말레이시아 브렉퍼스트(breakfast) 같다.

 

 

 

로띠 바카르(Roti Bakar).
숯불에 구운 식빵에 카야잼을 발라서 나오는 토스트.
반숙 계란과 커피와 함께 먹는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이 대표적인 아침 식사 중 하나. 

 

 

 

나중에 찾아보니 로띠 바카르(Roti Bakar)에서 로띠(Roti)란 인도 등의 남아시아에서 먹는 납작한 빵을 의미한단다. 같은 납작 빵이라도 발효를 한 것은 난(naan)이라 하고, 발효를 하지 않은 것이 로띠다. 이 로띠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에서는 모든 납작한 빵을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니 서양의 식빵도 납작한 빵이니 로띠다.

 

로띠 중 대표적인 말레이시아 거리음식으로 로띠 차나이(Roti Canai)가 있다. 계란과 함께 반죽을 해서 기름칠한 프라이팬에서 부침개처럼 얇게 구워낸다. 보통 커리에 많이들 찍어 먹고, 안에 다양한 소를 넣거나 그 위에 연유나 다른 토핑을 뿌려서 먹기도 한단다.

 

 

 

바까르(Bakar)는 굽다의 의미을 갖는단다. 그러니 로띠 바카르란 구운 납작한 빵을 의미한다. 이렇게 설명하니 무척 독특해 보이는데 그냥 식빵을 구운 토스트다. 다만 로티 바까르는 식빵을 숯불에 굽는다고 한다. 이렇게 구운 식빵에 버터와 카야잼을 바른다. 카야잼은 코코넛과 계란으로 만드는 잼이다. 카야잼을 발라서 나온다고 해서 로티 바까르는 카야 토스트의 한 종류란다.

 

 

그림 우측 하단처럼 숯불에 빵을 굽는다

 

카야 토스트는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로 반숙 계란과 커피를 함께 먹는다고 한다. 카야를 바른 토스트에 반숙 계란을 얹어 먹으면 그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묻어 나온다고.

 

말레이시아의 아침을 제대로 찾아냈다.

 

 

 

일단 가격이 훌륭하다. 토스트, 반숙 계란, 커피의 로띠 바까르 세트가 5링킷이다. 우리 돈 1,400원에 이렇게 훌륭한 아침 식사를 맞이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 한 잔 값도 못 된다.

 

커피는 더우니 아이스커피로 부탁했는데 아이스커피가 먼저 나온다. 블랙커피를 좋아하는데 이미 연유를 듬뿍 넣어서 가져온다. 한 모금 마시니 달달함이 입안에 퍼진다. 잘 구워 나온 토스트도 버터와 카야잼을 발라서 달달하다. 우리 입맛에는 토스트가 달달하니 커피는 블랙이었으면 싶다. 여기에 두 개의 반숙 계란이 나오는데 이때만 해도 이 음식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터라 미국식 아침의 말레이시아 변용이라 생각해서 그냥 따로 먹었다.

 

 

 

한국에서는 편의점 샌드위치 가격도 안 되는 돈으로 꽤 괜찮은 아침을 먹는다. 하지만 식사대용으로는 부족해서 바로 볶음국수 하나를 더 시킨다.

 

누가 동남아 국가 아니랄까봐 말레이시아도 음식 양이 너무 적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