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베오그라드(Beograd)에서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Podgorica) 가는 길
세르비아(Serbia)를 떠나 몬테네그로(Montenegro)로 간다.
오전 9시 기차라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기차역 가는 길이 멀다.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로 가는 국제 열차는 도시 외곽의 Topcider역에서 출발한다. 원래는 도시 중심의 베오그라드 기차역에서 출발했으니 지금은 공사로 폐쇄 중이다.
어제 기차표를 사면서 답사를 해두었기에 오늘은 헤매지 않고 기차역에 잘 도착한다. 그래도 기차역 오는 길이 수월하지는 않다. 숙소에서 중앙역까지 걸어와서 중앙역 앞에서 3A 버스 타고 왔다. 오는 길에 샌드위치도 사고, 기차역 앞 구멍가게에서는 가지고 있는 세르비아 돈을 다 털어서 맥주와 물을 샀다. 버스를 탄다면 절대 사지 않을 맥주지만 기차니 상관이 없다. 기차에서 맥주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감상할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
Topcider역은 국제 열차가 출발하기에는 무척 작은 역이다.
웬만한 한국의 시골 간이역보다 작다.
일찍 도착했는데도 기차는 나보다 더 빨리 왔다. 기차가 이미 역에 서 있다. 이곳 Topcider역에서 출발하는 열차 편이 별로 없나 보다. 열차 문이 열려 있어서 올라가 좌석에 배낭을 놓고 다시 나와서 맥주와 샌드위치로 아침을 한다. 사람도 거의 없는 한산한 아침의 역이다.
생각보다 기차는 깔끔하다. 좌석도 편하고.
출발할 시간이 되니 승객들이 좀 오는데 나 같은 여행객 아니면 주로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빨리 가는 버스를 주로 이용하고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기차를 이용하는 것 같다. 승객은 많지 않아서 좌석은 널널하다.
9시 정시에 기차가 출발한다.
베오그라드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기차는 숲속을 달리기 시작한다. 베오그라드 시내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베오그라드 주변에 산들이 많나 보다. 창밖 풍경이 마치 강원도를 달리는 것 같다. 간간이 들판도 나오지만 그리 넓지는 않다. 듣던 대로 풍경이 좋다.
간간이 푸른 숲 사이로 보이는 빨간 지붕의 도시와 마을이 무척 예쁘다.
터키에서부터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붕이 대체로 빨갛다.
시골 풍경은 목가적이다.
발칸 반도의 등줄기 디나르알프스(Dinaric Alps)
점차 깊은 계곡 위로 기차가 달린다.
주위의 산들도 제법 규모를 자랑하며 위용을 자랑한다.
기차가 발칸 반도의 등줄기 디나르알프스(Dinaric Alps)에 들어서는 모양이다.
발칸 반도와 이탈리아 사이의 바다인 아드리아 해(Adriatic Sea)를 따라 발칸 반도를 가로질러 알바니아에 이르는 산맥이 디나르알프스(Dinaric Alps)다. 유럽의 산맥들 중에서도 거칠고 넓은 산맥으로 유명한데 지금 기차가 달리고 있는 세르비아 남동쪽과 몬테네그로가 디나르알프스에서도 가장 험한 곳 중 하나다. 그곳을 기차가 관통하고 있다.
베오그라드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4시쯤 국경에 도착한다.
구글맵에 의하면 베오그라드에서 포드고리차가 대략 459km다. 그런데 7시간을 달려 겨우 국경에 도착했으니 길이 험하긴 험한가 보다. 실제로 베오그라드를 출발해서 국경까지 제대로 된 넓은 평야를 본 적이 없다.
발칸이 대체로 산지가 많은 험한 지형이라고 들었는데 이제야 알겠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베오그라드로 올 때는 기껏해야 구릉 정도 보이는 대체로 너른 평원이었다. 베오그라드가 많은 침략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게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발칸 반도, 그것도 반도의 평원 중심에 있으니 아니 그럴 텐가!
세르비아 쪽의 풍경도 예뻤지만 몬테네그로에 들어서니 더 훌륭하다.
국경을 넘어서부터 기차가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마치 비행기가 공항을 앞두고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모양새다. 깊은 계곡의 정상부에서 서서히 내려가며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계곡 반대편으로 기찻길과 나란히 달리는 도로도 보인다.
계곡 아래에 내려서니 평지가 이어진다.
잠시 평지를 달리던 기차가 곧 포드고리차에 도착한다. 기차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10분. 10시간을 넘어 달렸지만 풍경이 좋아서 지루할 틈은 없었다. 승객마저 많지 않아서 무척 편했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다행히 낮이 길어서 아직은 훤하다.
초행길이니 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기차역을 나서니 바로 왼쪽으로 버스 터미널이 있다. 바쁘더라도 내일 코토르(Kotor) 갈 버스 시간 편은 알아두어야 한다. 터미널 안에 들어서니 모니터에 각 도시로 가는 버스 편이 잘 나와 있다. 코토르 가는 버스는 거의 30분 간격으로 있는 것 같다. 굳이 예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포드고리차는 제법 비가 내린 것 같다. 다행히 역에서 숙소 가는 길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숙소에서는 호스트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1층은 주인집으로 2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쓰는 모양이다.
드디어 이번 여행 16번째 국가 몬테네그로에 도착했다.
침대에 배낭을 내려놓고 바로 나온다.
곧 해가 질 터이니 서둘러 나가서 먹거리와 맥주라도 사와야 한다. 배도 고프지만 새로운 나라에 왔으니 저녁으로 맥주 한 잔 하면서 나만의 조촐한 기념 파티를 해야 하지 않겠나.
숙소로 돌아오니 호스트가 나를 위해서 음식을 좀 남겨주었다. 숙소를 나서면서 먹을거리 살만한 곳이 있냐고 물었었는데 그때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을 눈치 챘나보다. 맛이나 모양이 우리네 감자탕 같다. 맛도 맛이지만 나눠 주는 음식치고는 고기 양이 꽤 많다. 하루 종일 식사다운 식사를 하지 못한 것을 어찌 알았는지.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일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저녁에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제법 거세게 내린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비는 조금 황량하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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