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짱 교회’, 한국인 교회에 가다
한국인 교회에 간다.
어제 냐짱(Nha Trang)에 있는 롯데시네마를 들어가 보니 ‘범죄도시4’를 한다. 언제 베트남에 들어오나 궁금했는데 벌써 들어와 있다. 오전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까하다가 갑자기 한인 교회에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예배 끝나고 가도 되니까.
이곳에 한국인 교회가 있다.
이름은 ‘나짱 교회’다. 지금은 외국어 표기법에 의해 ‘냐짱’이라고 쓰지만 예전에는 ‘나짱’이라고 많이 썼다. 교회 이름을 ‘나짱’이라고 하는 걸 보니 최근에 생긴 교회는 아닌 것 같다. 지난번 부활절에 이곳 혼총(Hon Chong)에 있는 현지 베트남 성당에 갔었다.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느니 그게 좀 아쉬웠다. 천주교 신자도 아니라 예배도 좀 어색하고. 선데이 크리스쳔이라 한국에서도 별로 교회에 가는 일은 없는데 오히려 외국 나오면 이렇게 가끔씩 교회나 성당에 간다.
오전 11시 예배다.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4만 2천동이 나온다. 가깝지는 않은 거리. 교회가 간다고 그나마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깔끔한 것으로 입었다. 한낮의 햇볕을 가린다고 긴팔 셔츠를 입으니 교회 안에서 땀이 절로 난다. 에어컨이 약해서 원래 그러려니 싶었는데 목사님 말씀이 지난주에 여기 변압기에 불이 났단다. 오래된 교회라 전기설비가 무척 낙후되었는데 용량이 초과되다 보니 불이 났단다. 다행히 번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임시 조치만 해 둔 상태라 에어컨을 제한적으로 가동했다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작지만 교인들이 꽤 많다.
외국의 작은 교치치곤 교인들이 꽤 많다. 여기에 여행을 온 관광객들 중에서도 나처럼 찾아오신 분들도 계신다. 오랜만에 우리말로 예배를 드리니 느낌이 또 남다르다. 찬양이라는 것도 따라해 보고.
교회는 현지 교회를 빌려 쓴다.
외국의 한국인 교회는 이런 경우가 많다. 예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시드니에 있을 때 다녔던 교회도 이런 경우였다. 교회 종파에 따라 일요일이 아니라 다른 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있다고 했는데, 그 교회를 빌려서 주일에 한국인 예배를 드렸었다. 여기는 어떤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외국에서 교회는 한인 사회의 중심이다.
외국에서 한국인 교회 가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당연히 종교적 신앙 때문이겠고, 둘째는 한국인 교회가 교민 사회에서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낮선 외국에서 한국인 교회에 가면 현지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때론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셋째는 타향에서 외로움과 향수를 달래기 위함이다. 한국인들과 만나 한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다소간의 외로움을 지울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 네트워크 안에만 갇혀 현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한인 교회에 간 건은 이번이 세 번째다.
되도록 한국인들이 모이는 곳에는 잘 가지 않는데 어쩌다 세 군데 한인 교회를 다녔다. 첫 번째는 앞서서 언급했던 시드니의 한인 교회였다. 워킹홀리데이로 가서 고생을 했는데 이 교회 목사님 덕분에 아르바이트도 구하고 싼 방도 얻을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에 한국에서보다 더 열심히 다녔다. 두 번째는 중국 베이징에 있었던 한인 교회다. 이 교회는 한인 유학생들이 많은 중국의 대학로에 있던 교회였다. 근처에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 런민대학 등이 있다. 당시에는 한중 관계가 좋아서 유학생이 많던 시대라 교회가 꽤 컸었다. 그럼에도 공간을 잠시 빌려서 하는 교회다. 마지막이 지금 베트남 냐짱의 교회 되겠다.
잠시 들린 교회지만 그래서 더 새롭다.
다음 주에도 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알고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음 주에도 다시 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뭐랄까 간만의 한국어 예배의 풍경이 정겹고 좋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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