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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기(해외)/Nha Trang in Vietnam(베트남 냐짱(나트랑))

냐쨩 살이 5: 베트남 영화, “페이스 오프 7: 하나의 소원(Face Off 7: One Wish)” (20240505-2)

경계넘기 2024. 5. 7. 19:01

 

 

베트남 영화, “페이스 오프 7: 하나의 소원(Face Off 7: One Wish)”

 

 

냐짱(Nha Trang)의 롯데시네마에 간다.

 

원래는 한국영화 범죄도시 4’를 보려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는다. 보통 한국영화가 개봉하면 한국영화 상영 타임이 꽤 많았었다. 상영관도 여러 개고. 그런데 베트남에서도 좀 흥행을 했다는 범죄도시 시리즈임에도 상연 시간이 세 타임밖에 없다. 그것도 오전 한 타임에 저녁 두 타임이다. 한국영화 범죄도시가 이곳 베트남 영화관에서 끼워 넣기 팔자가 되었다.

 

 

 

 

‘범죄도시’를 무자비하게 밀어내는 베트남 영화는 무엇인가?

 

 

지금 한국에서 범죄도시 4’가 일으키고 있는 만행(?)처럼 베트남 상영관과 상영시간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냐고? 아니다. 베트남 영화다! 제목이 페이스 오프 7: 하나의 소원(Face Off 7: One Wish)”이다. 베트남 제목은 ‘Lật Mặt 7: Một Điều Ước’이다.

 

 

 

 

궁금해서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관에 도착하니 막 시작하는 편이 있다. 원체 상영을 많이 하니 거의 30분마다 영화가 시작한다. 막 시작하는 영화를 보려고 좌석을 지정하려는데 깜짝 놀랐다. 좌석이 딱 스크린 앞 몇 좌석만 남았다. 베트남에서 영화관 좌석이 만석이라니 이런 경험 처음이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해서 직원에게 다시 물어봤다. 어쩔 수 없이 30분 후에 시작하는 영화를 보기로 한다. 이것마저도 구석자리다. 다행히 맨 앞자리는 아니라 본다.

 

 

 

 

티켓 가격이 비싸다.

 

보통 65천동, 비싸야 8만동 정도 했는데 10만동을 달란다. 주말이라 그런 것인지 흥행 영화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10만동짜리 영화를 보는 것은 여기 베트남에서 처음이다. 냐짱 롯데시네마는 3월에도 친구랑 와서 봤었다. 그때 한국영화 파묘를 봤었는데 표값은 8만동이었다.

 

 

 

 

상영관이 꽉 찬다.

 

베트남인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아직은 많이 익숙하지 않다 싶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에는 엄청 온다는 사실을 오늘 확인한다. 가족 이야기라 그런지 어린이와 어르신을 대동한 가족 관객이 많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도 엄청 많다. 다행히 영어 자막이 있어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감상한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베트남 중부 고원지역에 78세의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할머니는 다섯 자녀를 두고 있다. 현재는 한 딸과 손녀와 같이 살고 있고, 나머지 자녀들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 건강하시던 할머니가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때 마침 같이 살던 손녀가 수술을 받게 되면서 딸이 손녀의 병간호를 하게 된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자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나머지 자녀들이 할머니를 자신의 집에 모셔가 일주일씩 지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이 그려진다. 할머니의 소원은 모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그녀가 말했던 소원은 전체 가족이 함께 모인 가족사진 한 장 찍는 것이었다.

 

마치 예전 김희갑, 황정순 주연의 1968년 한국영화 팔도강산이 생각나는 영화다. 영화 팔도강산도 김희갑, 황정순 부부가 전국에 결혼해 살고 있는 자녀들을 찾아다니며 팔도 유람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 역시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을 그렸다.

 

약간 신파적이긴 하지만 감동적이다.

 

내 바로 옆에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조그마한 여자 아이가 앉았다. 그런데 둘이 영화 보면서 엄청 운다. 주인공인 할머니의 모습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를 너무 많이 닮아서다. 신파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눈물이 계속 난다. 꼬마도 울고 나도 울고. 베트남과 한국의 정서가 어찌나 비슷한지 영어 자막이 아니라도 그 상황과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외국에서 현지 영화 보면서 이렇게 우는 것도 처음이다.

 

 

 

 

페이스 오프(face off) 시리즈는 리하이(Lý Hải) 감독의 작품

 

 

당연히 모르는 인물이었다. 영화 보기 전 폭풍 검색으로 확인한다. 원래 1990년대에는 가수였다고 한다. 2010년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해서 페이스 오프(face off, Lật Mặt)’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베트남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6편의 시리즈 영화가 거둔 박스 오피스가 무려 8,130억 동으로 달러로는 536십만 불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는 앞서의 시리즈들보다 흥행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다. 극장 현장에서 보니 충분히 다시 기록을 갱신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니 돌아오는 길이 좋다.

 

베트남 영화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베트남 시장을 미리 알고 극장과 유통을 선점한 롯데시네마와 CGV의 안목을 확인한다. 영화의 엔팅 크레디트를 보니 이번 영화도 CGV가 배급하는 것 같다. 부디 베트남 시장에서는 중국 시장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틈틈이 더 많은 베트남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원래 그럴 생각이었는데 극장과 거리가 있다 보니 은근히 시간이 나질 않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