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Pattaya)에서 다시 베트남 냐짱(Nha Trang)으로
태국 파타야(Pattaya) 한 달 살기를 마감한다.
역시 파타야는 나와 그다지 맞지 않는 곳이다. 뭐랄까 마치 제주도 중문단지 같은 곳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파타야는 그저 관광객을 위한 곳이다. 그것도 유흥 중심의 그런 관광지다. 일부러 중심인 파타야 해변(Pattaya)을 피해서 외곽의 좀티엔 해변(Jomtien Beach)에서 지냈지만 그곳도 마찬가지다. 호텔과 콘도만 있을 뿐 태국 현지인들의 일상을 느낄 수는 없다. 그래도 한 달 동안 수용장 딸린 콘도에서 잘 쉬다가 떠난다.
돈므항 공항(Don Mueang Airport)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1박 2일 간의 이동이다. 숙소 체크아웃은 7월 2일인데 내 비행기는 다음날 3일 오전 8시 비행기다. 왜 이런 비행기를 타냐고? 싸니까! 공항은 방콕의 돈므앙 공항이다. 택시가 아니고는 파타야에서 돈므항 공항의 오전 8시 비행기를 맞출 수 없다.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럭셔리하게 택시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전날에 미리 출발해서 돈므앙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공항이야 노숙계의 5성 호텔 아닌가. 수안나폼 공항(Suvarnabhumi Airport)에서는 노숙을 두어 번 해봤는데 돈므앙 공항에서는 처음이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파타야에서 돈므앙 공항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다. 올 때는 돈므앙 공항에서 A1 버스를 타고 모치 버스 터미널(Mo Chit 2 Northern Bus Terminal)로 가서, 거기서 파타야 북부 터미널로 오는 버스를 탔었다. 이번에도 돈므앙 공항으로 가는 것은 같은데 다른 방식으로 갈 예정이다. 수안나폼 공항에서는 파타야를 오가는 공항버스가 있다. 이걸 이용할 생각이다. 파타야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수안나폼 공항으로 가서, 수안나폼 공항에서 무료 셔틀을 타고 돈므앙 공항으로 갈 생각이다. 이게 훨씬 편하다. 차편도 많고.
그럼 돈므앙 공항에서 파타야로 올 때는 왜 이렇게 오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수안나폼과 돈므앙 공항을 오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서는 도착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일이나 다음날 비행기 티켓이 있으면 셔틀을 이용할 수 있다. 셔틀 탈 때 티켓을 꽤 꼼꼼하게 확인한다. 파타야 올 때는 수안나폼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이 없었으니 이용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돈므앙 공항에서 다음날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이 있으니 수안나폼에서 셔틀을 이용할 수 있다.
숙소에서 썽태우를 타고 파타야 공항버스 터미널로 간다.
썽태우 가격은 10밧. 공항버스를 타려는 데에는 숙소가 있는 좀티엔 해변에서 파타야 북부 터미널보다 공항버스 터미널이 훨씬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티엔 해변 가는 썽태우가 공항버스 터미널을 지나간다.
어제 터미널에 들려서 표를 미리 샀는데 성수기가 아니라면 굳이 예약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 경우는 너무 일찍 와버려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냥 와서 표를 샀으면 바로 타고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시간을 변경하려면 50밧을 추가로 내야 한단다. 버스표가 143밧인데 변경하려면 50밧을 내라니 그냥 기다린다. 어차피 돈므앙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하니 시간은 남아돈다.
수안나폼 공항에서 셔틀 타고 돈므앙 공항.
오후 3시에 출발한 버스는 2시간도 채 안 되어 수안나폼 공항에 도착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모든 게 더 여유로워진다. 시간이 넉넉하니 천천히 도착해도 되는구만 그 막힌다는 파타야-방콕 구간이 시원하게 뚫렸다. 수안나폼 공항에서는 바로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간다. 셔틀버스는 공항 2층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오른편에 있다. 당일 티켓만 된다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난 다음날 비행기 티켓이다.
수안나폼 공항에서 돈므앙 공항도 막힘없이 간다. 셔틀버스 안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편하게 간다. 버스가 방콕 시내를 관통해서 가는 덕에 방콕 시내를 구경할 수 있다.
항상 느끼지만 태국은 수도인 방콕과 여타 도시들과의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 태국에서 방콕 다음으로 큰 도시가 북부의 치앙마이(Chiang Mai)다. 한국으로 치면 치앙마이가 부산인 셈이다. 하지만 방콕과 치앙마이의 규모 차이는 서울과 부산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서울과 군산 또는 서울과 마산 정도 차이가 난다. 태국의 제2의 도시인 치앙마이가 한국인들에게는 한 달 살기 좋은 작고, 조용한 도시이니 말 다했지 않은가!
돈므앙 공항 최고의 노숙 장소
오후 6시쯤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니 아침 6시쯤 체크인을 한다고 할 때 12시간을 보내야 한다. 배낭이 무겁긴 하지만 일단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노숙하기 좋은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러다 기가 막힌 장소를 발견했다. 역시 다년간의 노숙 경험에서 나오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돈므항 공항의 1층은 입국장, 2층은 출국장이다. 2층 출국장 좌우로 3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식당 몇 개가 나오는데 그곳을 지나쳐 쭉 들어가면 활주로가 바로 보이는 긴 복도가 나오는데 이곳 곳곳에 의자가 있다. 일반 승객들은 모르는지 거의 없고, 오히려 공항 직원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공항이 가장 바쁜 저녁 시간임에도 다들 긴 의자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창밖으로는 활주로가 바로 보인다.
식당에서 저녁을 할까 했는데 사람도 없고, 경치도 좋아서 1층 세븐일레븐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가지고 와서 이곳에서 먹었다. 간혹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대부분 직원들이다. 저녁 먹고 바로 누워서 잠을 청한다. 자다가 보니까 야간 근무하는 직원 몇몇이 아예 돗자리와 이불을 가져와서 바닥에 깔고 자다가 간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체크인을 한다.
조금 소란스러워진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조금 안 되었다. 그런데 복도에 사람들이 자주 오간다. 오전 8시 비행기니 5시면 체크인 창구를 열었을 것 같아서 아예 일어난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 좀 하고 출국장으로 가니 이미 사람들이 많다. 창구에 가니 체크인을 한다. 바로 체크인하고 출국 수속을 받는다. 돈므앙 공항은 작은 공항이라 사람이 조금만 있어도 부산해 보인다.
비행기는 에어아시아다. 냐짱에서 방콕 올 때는 만석이었는데 이번에는 좌석이 남는다. 내 좌석 옆으로 아무도 없다. 남은 태국 밧을 다 털어서 맥주 2캔을 주문한다. 저가 비행기라도 맥주는 꼭 주문해서 마셔준다. 이번 같이 좌석이 널널할 때에는 이 같은 하늘 바(sky bar)가 따로 없다.
다시 냐짱 깜라인 공항(Cam Ranh Airport)이다.
오전 8시 정시에 출발한 에어아시아는 역시 오전 10시 정시에 냐짱의 깜라인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요즘 에어아시아가 예전 같지가 않다. 점점 맘에 든다. 한 달 만에 돌아온 냐짱이다. 비행기 창밖으로 햇살이 강렬하다. 파타야보다 더 더운 것 같다.
깜라인 공항에서 공항버스 타고 냐짱 시내로.
공항 건물을 나서면 바로 앞에 셔틀버스 티켓부스가 보인다. 깜라인 공항은 작은데다가 오가는 항공편도 많지 않아서 바로 찾을 수 있다. 시내까지 6만 5천 동, 우리 돈으로 3천 5백 원 정도한다. 택시나 그랩으로는 최소 35~40만 동 정도 주어야 한다. 깜라인 공항에서 냐짱 시내까지는 공항버스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공항버스가 냐짱 해변 중심가를 지나가면서 내려주니 구글지도를 보다가 자기 호텔 가까이에서 내리면 된다.
시내에서는 그랩 오토바이 타고 숙소로.
공항버스에서 내려서는 바로 그랩을 부른다. 내 숙소는 냐짱의 중심지인 냐짱 해변이 아니라 북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하는 혼총(Hon Chong) 해변이다. 배낭이라 굳이 차를 부를 필요도 없이 오토바이면 충분하다. 중간에 은행을 들려서 돈을 좀 찾는다. 호텔비를 내야한다. 지난번에 묵었던 호텔이라 잘로(Zalo)로 예약을 해 두었다. 방도 같은 방이다. 석 달 가까이 묵었던 방이라 꼭 내 방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창밖으로 파란 바다가 바로 보이고 한낮의 햇살이 기분 좋게 들이친다. 방이 넓지는 않지만 베란다가 있는 넓은 창에 다른 쪽에도 바다와 산이 같이 보이는 창문이 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방에 들이찬 기분 좋은 햇살 속에서 어젯밤 노숙의 노곤함이 밀려온다. 낮잠 자기 딱 좋은 상태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 느낌, 딱 그 기분이다.
낮잠 한숨 때리고 다시 냐짱의 일상을 시작한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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