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냐짱(Nha Trang)에서는 요가를!
요가를 다시 시작한다.
태국 파타야(Pattaya)에서는 콘도의 수영장에서 매일 수영을 했다면, 이곳 베트남 냐짱(Nha Trang)에서는 요가를 한다. 지난번 냐짱에서 지냈던 석 달 동안에도 요가를 꾸준히 했었다. 이곳 혼총(Non Chong) 지역에 요가와 헬스를 같이 하는 헬스장이 있다. 시설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온다.
동남아에서 에어컨 나오는 헬스장이 흔치가 않다. 이곳 혼총에도 몇 군데 헬스장이 더 있지만 다들 에어컨이 없다. 태국 파타야에서도 숙소 주변에서 에어컨이 있는 헬스장을 찾지 못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에어컨 없는 곳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가끔 에어컨 안 나오는 헬스장을 지나갈 때가 있는데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요가와 헬스 패키지가 80만 동이다.
헬스만 하면 한 달에 50만 동이다. 우리 돈으로 대충 2만 5천 원. 요가와 헬스 패키지는 우리 돈으로 4만 원 정도 되겠다. 주 5일 하는 요가 한 달 요금이 70만 동이니 10만 동 더 주고 헬스까지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헬스장 시설도 나쁘지 않다. 건물 자체도 깔끔하지만 기구들도 모두 깔끔하고 다양하다. 이런 곳에서 요가와 헬스를 한 달 4만 원에 할 수 있다니 정말 혜자스럽지 않은가! 아마도 요가 수업비는 인도보다 싸지 않을까 싶다.
요가가 이렇게 힘들 줄 미처 몰랐다.
군대 있을 때 유격 훈련 중 받았던 PT나 사격 훈련 중 받았던 PRI가 생각날 정도다. 더욱이 초짜다 보니 요가 쌤들의 집중 관리를 받는다. 요가는 스트레칭 정도로 생각하고 본격적인 운동은 헬스로 할 생각이었는데, 요가 한 타임하고 나면 한동안은 헬스 할 엄두가 안 났다. PT나 PRI 훈련하고 나면 우리 몸의 근육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듯이 처음 한, 두 주는 온몸의 근육이 다 아팠다. 땀은 또 얼마나 많이 나는지. 헬스장은 에어컨을 트는데 이상하게 요가 연습실은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분명히 에어컨이 있는데 수강생 분들이 틀질 않는다.
파타야 갔다 오느라 한 달 쉬었더니 더 힘든 듯하다. 파타야에서도 요가를 할까 싶어서 요가학원을 좀 알아봤는데 숙소에서 멀 뿐만 아니라 가격도 엄청 비쌌다. 아마도 현지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곳인 듯싶었다. 한 달 쉬었다고 그나마 유연해졌던 근육과 관절이 굳었는지 동작 하나하나마다 힘들다. 땀도 비 오듯 하고.
요가 수업에 나를 가르치는 요가 쌤들이 많다.
이곳 헬스장에서는 대부분의 PT쌤들이 요가도 겸하고 있다. 헬스장 이름 자체가 ‘K GYM & YOGA’다 보니 PT와 요가를 겸하는 강사들을 채용한 것 같다. 지금까지 세 명의 쌤들로부터 요가를 배우고 있는데 다들 엄청 빡세게 시킨다. 초짜가 따라하려니 너무 힘들다. 가끔은 쌤들이 내 옆에 붙어 서서 요가 지도를 한다.
여기에 더해 주변의 다른 요가 수강생 분들까지 내게는 다 조교되시겠다. 감사한 일인데 원체 힘들다 보니 시어미에 시누이 등살 같은 느낌도 든다. 요가 쌤이 다른 분 지도하는 틈에 좀 삐대고 있으면 바로 옆이나 앞에 계신 분들이 자신의 동작을 보여주며 FM대로 하도록 만든다. 때론 요가 쌤이 영어가 조금 되는 수강생에게 내 동작을 잡아주라고 시키기도 한다. 조교가 따로 없다. 정말 한 시간 쉼 없이 FM대로 한다.
내 타임의 초짜는 나 혼자다.
내가 수강을 하는 아침반은 오랫동안 요가를 해온 분들이 많아서 수준이 높은 반이다. 초짜에다 남자는 나뿐이다. 이곳에서 요가 수업을 받던 첫 날의 이야기다. 남자라곤 나 혼자여서 주섬주섬 구석 자리를 찾아 들어가서 요가 수업을 받았다. 그때 내 바로 옆에 있던 처자의 복장이 남들과 달랐다. 뭐랄까 그냥 우리나라 찜질방 복장 같았다. 다른 분들은 모두 레깅스 같은 요가복을 입고 있었다. 복장이 좀 허접하기에 나와 비슷한 초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쉬는 동안에 아래 사진과 같은 동작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이 정도가 우리 반의 기본이다.
이곳에서 나의 호칭은 오빠(Oppa)다!
10여 년 전부터 외국 여행을 하다보면 한국의 드라마가 유행을 하던 곳에서는 ‘오빠’라는 단어를 모르는 현지 여성들이 없었다. ‘오빠’와 ‘아저씨’를 정확히 구분하는 처자들도 많았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바로 오빠 아니면 아저씨 호칭이 따라 붙었다. 이곳에서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호칭이 그냥 오빠다. 강사 쌤도 내가 동작을 맞게 잘하고 있으면 “오빠, 둥죠이(Đúng rồi, 맞아!)”, 쉬엄쉬엄 대충하고 있으려면 저쪽에서 “오빠!”하고 고함을 친다.
덕분에 이래저래 많이 친해졌다. 지금은 베트남의 카카오톡인 잘로(Zalo) 요가방에도 초대받아 있다. 물론 거기서도 호칭은 Oppa다.
요가와 함께 냐짱에서의 아침 일상이 바쁘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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