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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쨩 살이 6: 기후변화와 베트남 커피 (20240506)

경계넘기 2024. 5. 8. 19:42

 

 

기후변화와 베트남 커피

 

 

기후변화로 베트남 커피원두 가격이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며칠 전 한국 신문에 올라온 기사였다. 기사에 의하면 베트남에 덮친 가뭄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커피원두 생산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여기에 커피원두 도매업자들이 추가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물량을 내놓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스페셜티 커피인 아라비카(Arabica)가 국제 원두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세를 방어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기사가 나지만 오히려 베트남 현지 냐짱에 있는 나에게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냐고? 여기는 커피 가격에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타이응우옌에서는 베트남 식 커피 도구로 내려마셔서 커피원두를 사긴 했지만 이곳 냐짱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서 주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곳 카페들에서의 커피 가격에는 변동이 없었다. 괜히 한국에서 난리다 싶었다.

 

 

 

 

오늘 단골로 가는 카페에서 커피 가격을 올렸다.

 

 

며칠 전 가끔 가는 카페에서 커피 가격을 살짝 올렸었다. 그때만 해도 그 카페에서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단골 동네 카페의 여사장님이 커피를 주문하는 나에게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1만 동(dong) 지폐에 추가적으로 2천 동 지폐를 펴보여 주신다. 2천 동 올렸다는 말이다. 여사장님은 커피통을 보여주면서 원두 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보이신다.

 

이곳은 외국인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 전형적인 동네 로컬 카페다. 가격도 베트남 아이스 블랙커피가 1만 동에 불과하다. 우리 돈으로 5백 원. 하루에 두 번씩 들리는 카페다. 아침 산책하러 가면서 텀블러를 가져가서 테이크아웃하고, 아침 요가 운동하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텀블러에 다시 담아오는 곳이다. 이런 곳이 가격을 올렸다. 그것도 천 동도 아니고 2천 동씩이나. 한 번에 20%씩이나 올린 셈이다. 현지인들만 오는 곳이니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바가지도 아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신문 기사가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다.

 

 

 

 

베트남 커피는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Robusta) 품종이다.

 

 

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로 나뉜다. 아라비카 커피는 부드럽고, 풍부한 향과 다양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해발 900~2,000m 고지에서 주로 생산되며 해충과 질병에 취약해서 재배하기가 까다롭다. 풍미는 좋으나 재배가 어려우니 가격이 비싸다. 주로 에스프레소, 드립 커피, 콜드 브루와 같은 고급 커피에 사용한다.

 

반면에 로부스타 커피는 아라비카 커피에 비해 더 강하고 진하며, 더 쓴 맛을 가지고 있다. 카페인 함량도 아라비카에 비해 훨씬 높다. 하지만 아라비카에 비해서 해충과 질병에 강하고 저지대에서도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배가 용이해서 생산성도 높다. 덕분에 저렴한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된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이다.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은 전 세계의 약 18.6%를 차지하는데, 이중 로부스타가 약 89%를 차지한다. 로부스타 품종만으로 말하면 세계1위의 수출국이다. 달랏(Da Lat)을 중심으로 하는 중남부 고원지역이 베트남 커피 주산지다. 달랏은 해발 고도 1,500m의 도시지만 베트남 커피는 주로 800m 이하의 저지대에서 재배된다.

 

 

달랏(Da Lat)

 

 

해충과 질병에 강하고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로부스타가 생산량이 급감했다!

 

 

베트남의 기후변화를 실감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아라비카의 생산량이 줄었다면 모르겠는데, 로부스타의 생산량이 급감해 세계 커피 가격을 올리고 있다니 동남아, 특히 베트남의 기후변화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이 확 난다. 최근 베트남은 매년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고, 지역에 따라 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작년과 올해 엘니뇨에 의한 고온 현상이 커피 재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코이카 봉사활동을 했던 타이응우옌에서는 여름에 정전이 자주 일어났다.

 

정전의 원인도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 때문이었다. 타이응우옌이 있는 베트남 북부 지역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수력 발전에 의지한다고 한다. 심한 가뭄으로 저수량이 떨어지면서 수력 발전이 급감한 게 정전이 자주 발생했던 이유였다. 타이응우옌에 있던 삼성전자 공장이 베트남 정부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요청했다고 하니 당시 전력 사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타이응우옌( Thai Nguyen)

 

 

현재 냐짱에서도 2달 동안 비를 보지 못했다.

 

올해 202436일에 베트남에 들어왔으니 오늘로 만 2개월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를 보지 못했다. 비는커녕 흐린 날도 거의 없었다. 3월 중순쯤인가 새벽 산책길에 밤에 비가 내린 흔적을 살짝 발견했지만 여하튼 비는 보질 못했다. 지금이 아무리 건기라 하더라도 두 달 동안 비 한 번 내리지 않았으니 지금 베트남의 가뭄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냐짱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니 답이 보이질 않는다.

 

한국도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타격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 특히 사과와 같은 과수와 야채의 작황이 기후변화로 피해를 보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사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의미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니 말이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0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은 불가피하다. 다만 그 추세를 완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는 탄소 배출을 매년 늘리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의 식탁을 덮치고 있는 지금에도.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