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여행을 정리한다는 것
간만에 아침 산책을 나간다.
새벽 6시에 눈이 뜨여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아침 산책을 나간다. 그저 올드타운 한 바퀴 돌기. 올드타운이 작아서 한 바퀴 크게 돌아도 겨우 30분이면 끝이다. 한 곳에 장기체류를 할 때에는 자연적 환경이 좀 받혀주면 좋다. 물가도 중요하고 액티브티나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멍도 때리고 산책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도시라면 주변에 공원들이 많아서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다.
여름이라 당연히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나갔는데 어쩜 서늘하다. 서유럽은 지금 때 이른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데 이런 서늘함을 느끼다니. 완전히 피서 온 기분이다. 유럽의 여름에 북상을 한 것은 잘 한 것 같다. 남유럽과 북유럽의 온도 차이가 엄청 나는 것 같다.
날씨만 봐도 리비우에서 쉬었다 가는 것은 탁월한 생각인 것 같다. 물가도 싸고 클래식 공연도 좋고.
오늘부터 폐인 모드에서 일하는 모드로 전환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일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계속 밀린 여행기를 정리하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거의 한 달 전 루마니아에서부터 밀려 있다. 그 말인즉슨 그때부터 바쁘게 이동했다는 의미다. 생각해보면 지난 달 중순 루마니아 브라쇼브(Brașov) 이후 한 도시에서 5일 이상 머문 적이 없다. 최근에는 주요 도시들을 거의 2박 3일만 머물면서 이동했다. 한 도시를 대충 둘러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니 무언가를 정리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꾼다.
막상 글을 쓰려 하니 잘 써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글쓰기도 습관이라고. 많든 적든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급하게 이동하느라 못 썼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한 달 정도 안 하던 글쓰기를 다시 하려니 내적인 저항이 만만치 않다. 덕분에 식사를 제대로 한다. 하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식사도 전폐하고 폐인 모드로 가더니만 하기 싫은 글쓰기를 하려니 식사를 제대로 챙기려 한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공부하기 전에 책상부터 열심히 치우는 격이다.
일기를 쓰듯 여행기를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은 틀림없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깊어지기 마련. 여행에 대한 깊이 역시 깊어진다. 매일 일기를 쓰듯 매일 여행기를 쓰는 일은 여행을 매일 깊게 만드는 일이다.
저녁은 숙소 근처 광장 모서리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생맥주에 피자를 한다.
배낭여행객에게 마냥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리비우가 싸긴 싸다.
거의 중자 피자 하나에 생맥주를 마셨는데 우리 돈 7천 원 정도 하니 말이다. 그것도 가장 중심지에서 말이다. 아마, 이곳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나마도 3분의 1 이상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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