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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우크라이나(Ukraine)

D+221, 우크라이나 리비우 5: 낮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저녁에는 우크라이나 오페라(20190623)

경계넘기 2019. 8. 4. 19:02

 

낮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저녁에는 우크라이나 오페라

 

 

어제에 이어 변함없이 폐인 모드.

 

조지아 바투미(Batumi)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완벽한 폐인 모드는 아니다. 도미토리인 관계로 방과 공용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폐인 모드. 이렇게 며칠이고 있어야 그나마 쉰다는 기분이 든다.

 

같은 방에 묵었던 다른 한국인 여행객의 말에 의하면 한국에서 사고치고 도망 나온 사람인줄 알았단다. 하도 나가지도 않고 숙소에만 있어서. 더욱이 독서나 글쓰기 등의 어떤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나 영화, 즉 옆에서 보면 가만히 노트북만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그냥 폐인처럼 죽 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낮과 저녁에 각각 전혀 상반되는 문화 생활을 하고 있다. 낮에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저녁에는 우크라이나의 클래식 공연을 보고 있다. 동서양의 문화, 그리고 대중문화와 클래식문화를 모두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는 온라인에서 다른 하나는 오프라인에서 그리고 하나는 혼자서 다른 하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장에서.

 

낮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가 저녁에 공연을 보러 오페라하우스로 간다.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 옷을 입고. 더워서 신발은 샌들로.

 

 

 

오늘 보러 간 클래식 공연은 우크라이나 오페라다.

 

현대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작곡가로 꼽힌다는 Yevhen Stankovych‘When the Fern Blooms’이다. 한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곡자인지 이 사람의 한국어 명칭과 작품명이 없어서 이렇게 영어로만 써 놓는다. 현재 우크라이나 대학에서 작곡가 교수로 생존해 있는 분이라고 한다.

 

주로 교향곡과 발레를 작곡한 그가 만든 단 하나의 오페라라고 한다. 포크 오페라(folk opera)라고 쓰여 있는데 정확히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찾아봐도 모르겠다.

 

 

 

내용은 약간 추상적인 것 같다.

 

줄거리를 읽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22시간 공연이었다. 솔직히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보다는 더 재미있었다. 아르메니아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로컬 오페라들은 춤과 노래가 같이 들어가서 약간은 뮤지컬 맛이 난다. 그래서 덜 지루하고 재미있다. 이번에도 무대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춤과 노래가 함께 하는 내용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합창도 많고. 다만 다소 추상적이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오늘은 1층 맨 뒷열의 맨 가장자리에 앉았다.

 

사이드 보다는 차라리 뒤라도 정면이 낫다 싶었는데 싼 표라 그런지 앞에 기둥이 딱 버티고 있다. 하지만 문 바로 옆이라 문틈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에 덜 더운 것 같아 좋았다. 기둥도 살짝 고개를 돌리면 무대 한쪽 끝부분만 가려서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지난번에는 이탈리아 오페라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를 오늘은 우크라이나 오페라를 봤다. 잘 이해는 못하지만 나름의 맛을 느껴보고 있다.

 

리비우에서 난 문화예술의 바다에 빠져 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