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오는 2월의 어느 날, 난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수도 바쿠(Baku)의 한 공동묘지를 걷고 있었다. 바쿠의 랜드마크 건물로 세 개의 불꽃을 형상화한 불꽃 타워(Flame Towers)를 찾아 가는 길이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나지마한 언덕 위에 있는 곳이라 걸어서 갔었다. 공원을 하나 지나서 올라서니 잘 정리된, 꽤 큰 규모의 공동묘지가 나왔다. 도심, 그것도 바쿠 최고의 랜드마크가 있는 곳에 웬 공동묘지인가 싶었다. 비석이 줄지어 서 있는 무덤가로 다가가 보니 비석에는 죽은 이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그가 살았던 연대가 기록되어 있었다. 태어난 시기는 조금씩 달라도 대부분 죽은 연도는 비슷했다. 1990년에서 1992년 사이였다.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서 새어 나온 소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