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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아제르바이잔(Azerbaijan)

D+094, 아제르바이잔 바쿠 4: 바쿠의 불꽃 타워(Flame Towers)(20190216)

경계넘기 2019. 11. 17. 14:49

 

 

바쿠의 불꽃 타워(Flame Towers)

 

 

 

오늘도 아침에 비가 내렸다. 아제르바이잔의 겨울날씨는 이런 것일까? 바쿠에 온 이후로 해를 보지 못했다. 정오를 넘기니 비는 멈추었다. 잔뜩 찌푸린 날씨는 어쩔 수 없지만 비라도 그쳤으니 다행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숙소를 나선다.

 

오늘은 바쿠의 상징적인 건물인 불꽃 타워(Flame Towers)을 가볼 생각이다. 웬만한 시내 중심이나 해변에서 항상 보이는 건물이다. 세 개의 건물이 마치 피어오르는 불꽃을 닮았다. 올드타운의 사이사이 골목길에서도 보인다. 그럴 때마도 마치 현대와 과거의 공존 같다

 

 

 

걸어서 올라가는데 가끔 얇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불꽃 타워는 야트막한 산등성이 위에 있다. 잠시 언덕배기를 올라가는데 건물들 바로 옆으로 이슬람 사원이 보이고 공원도 보인다.

 

 

 

공원 이름은 업랜드 공원(Upland Park).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쿠 시가지와 카스피 해의 모습이 제법 훌륭하다. 아마, 날이 좋았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은데 잿빛 하늘이 바다와 도시의 색깔을 잡아먹고 있다.

 

 

 

업랜드 공원 위로 꽤 큰 규모의 묘지가 있다.

 

묘석에는 죽은 사람의 얼굴이 새겨져 있고 연대가 기록되어 있는데 대부분 1990~92년 사이에 죽었다. 딱 아르메니아와의 전쟁 시기다. 우리의 국립묘지 같은 곳임이 틀림없다. 비석에 새워져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걷고 있으려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걸음을 옮길수록 빗방울은 더욱 굵어진다. 묘지 앞에 놓인 꽃들이 비에 젖는다.

 

비가 내리는 국립묘지. 누구의 잘못을 묻기 전에 여기에 묻힌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이 슬프다. 군인으로 전쟁 중에 죽었기에 대부분이 20대의 젊은이들이다.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사이사이 여성들도 있다.

 

 

 

묘지가 끝나는 바닷가 언덕 위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의 탑이 있다.

아마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불꽃으로 보인다.

 

 

 

혹 묘지 옆에 있는 불꽃 타워도 그런 의미를 가진 것일까?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불꽃. 그래서 이곳에 불꽃 탑도 불꽃 타워도 있나 보다. 그저 화려하고 멋있는 건물로만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경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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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오는 2월의 어느 날, 난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수도 바쿠(Baku)의 한 공동묘지를 걷고 있었다. 바쿠의 랜드마크 건물로 세 개의 불꽃을 형상화한 불꽃 타워(Flame Towers)를 찾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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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곳을 내려온다.

 

숙소 근처의 한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한다. 이번에도 케밥인데 이곳에는 케밥 고기가 밥과 함께 나왔다. 생각해보니 말레이시아 이후 처음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가격은 8마나트. 조금씩 현지에 적응해간다는 것은 조금씩 싼 로컬식당을 발견해간다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숙소에서 여행기를 찾아보다 바쿠의 마트에서 도시락 컵라면을 판다는 글을 봤다. 순간 온몸에서 라면이 댕긴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마트로 달려간다. 정말 있다. 한국의 도시락 라면은 아니고 러시아에서 만든 것 같긴 한데 영어로 ‘Doshirak’이라고 쓰여 있다. 도시락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는 것도 있다. 러시아에서 한국의 도시락 라면이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러시아에서 만들어 수출하는가 보다.

 

 

 

하나에 0.95마나트. 거의 7백원 돈이니 싸지는 않다. 바로 사들고 와서 먹었는데 맛이 한국 라면과 별반 큰 차이가 없다. 간만에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이 정도면 한국 음식을 따로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도시락 라면이 있으니 이곳에서 음식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든든한 무언가를 발견한 기분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