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뇨스(Baños)의 랜드마크는 좀 생뚱맞다. 바뇨스라는 말이 온천을 뜻하는 말로 바뇨스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랜드마크를 꼽으라 하면 대부분 주저 없이 ‘세상의 끝 그네’을 꼽을 것이다.
‘세상의 끝 그네’는 높은 언덕 끝에 있는 그네다. 마치 세상의 끝처럼 보이는 높은 절벽 위에서 그네를 타는 느낌이 난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이 붙은 곳이다. 사진을 찍으면 마치 하늘을 나는 듯이 보이는 멋진 포토 존이다.
산 위에 그네 하나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었으니 무척이나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그 그네가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그네 아래로 펼쳐지는 경치가 있어야 하니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받혀주어야 한다.
바뇨스에 왔으니 이곳은 반드시 가주어야 할 것 같다. 그네도 그네지만 그곳에서 바뇨스의 주변 경관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상 끝 그네’는 간단히 버스 타고 가면 된다. 요금 1달러에 25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세상 끝 그네’ 바로 밑에까지 모셔다 준다.
하지만 난 걸어서 가기로 했다. 간만에 트레킹 기분도 내고, 아름다운 바뇨스의 경관도 구경하면서 말이다. 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쉬엄쉬엄 걸어갔다 오면 될 것 같다.
‘세상의 끝 그네’를 가는 등산로는 바로 바뇨스에서 시작한다. 처음 30분 정도는 가파른 숲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3시간을 계속 걸어 올라가야 하는 것인가 싶을 무렵 능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걸어 올라가면서 보이는 바뇨스 시가지와 시가지를 둘러싼 산의 전경이 훌륭했다. 겨우 10여 분 정도 올라왔을 뿐인데도 펼쳐지는 전망이 훌륭하다 시가지 안에서는 건물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풍광들이 눈앞에 바로 펼쳐지니 힘은 들지만 기운은 절로 난다.
능선에 올라서니 웬걸 찻길이 나온다. 버스가 다닌다던 그 길이다. 능선에도 따로 등산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부터는 그냥 도로를 걷는 것이다.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변의 경관이 나쁘지 않았다. 날씨도 나쁘지 않아서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들이 푸른 산들과 잘 어울린다.
능선의 도로를 따라 조금 걸으니 전망 좋은 카페가 나온다.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햇살이 좋은,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전망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 병을 마셨다.
카페 여사장도 무척이나 친절하고 유쾌하신 분이다. 경치가 훌륭하다고 했더니 자신의 나라, 에콰도르를 방문해 줘서 감사하단다.
앞으로는 깊은 계곡과 푸른 산 그리고 뒤로는 드디어 정상 부근에 하얀 눈이 덮여 있는 산, 퉁구라우아 화산(Volcán Tungurahua)이 보이는 곳이다.
남미 여름 햇살이 뜨겁긴 하지만 고산의 시원한 바람이 햇살의 뜨거움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싱그러운 푸르른 녹음도 더위를 식혀 준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푸른 녹음이 어우러진 그런 곳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절로 흥겨움을 더해 준다.
그네를 향해 가는 길은 퉁구라우아 화산을 바라보며 가는 길이다. 바뇨스는 5,023m의 퉁구라우아 화산의 북쪽 자락에 있다. 시내에서는 마을 앞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퉁구라우아는 이 지역의 상징적인 산. 여전히 화산 활동을 하고 있는 활화산이란다. 2014년에도 대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다고 하니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화산이다. 이런 화산을 끼고 있으니 바뇨스가 온천으로 유명할 수밖에 없다. 바뇨스가 있는 주(州)의 이름도 퉁구라우아다.
활화산이긴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퉁구라우아 화산은 산 정상 부근이 눈에 덮여 있는 평화로운 산 그대로의 모습이다. 저기서 바로 몇 년 전에도 화산 폭발이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가는 길이 차도긴 하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아서 걷기 나쁘지 않았다.
카페에서 그네가 있는 곳까지 5km라고 카페 여사장이 말해 준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의 도로를 걷는 것이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음악을 들으며 걷는 길은 완전히 산책길이다. 바뇨스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산책을 한다.
도로를 2시간 정도 걸으니 바로 ‘세상 끝 그네’가 나왔다. 쉬엄쉬엄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다. ‘세상 끝 그네’는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사진으로 보면 마치 높은 절벽 위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바로 아래는 조금 경사진 비탈일 뿐이다. 하지만 앞을 바라보며 그네를 타면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든다. 몇 번 타다 보면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다.
그네 몇 번 타고 다시 내려오는 길이지만 그네 자체 보다는 가는 길이 좋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다. 내려올 때도 같은 길로 내려왔다. 다른 등산로가 있었지만 이정표가 없어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길도 나쁘지 않다. 내려오는 길이라 더 편해서 신이 난다.
잠시 핸드폰을 보면서 걷다가 길 가의 도랑에 발을 헛디뎌 다리와 팔이 까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이라 하니 큰 것 같지만 다행히 그냥 까지는 정도로만. 작은 액땜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더 편해진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다쳤다. 14개월의 여행 동안 처음으로 다친 것이 이 정도니 이번 여행은 하늘이 지켜주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 정도면 항상 주의를 잊지 말라는 하늘의 교훈이 아닐까 싶다.
하산해서 바로 온천에 갈 생각이었는데 까진 채로 갈 수가 없으니 피해가 없지는 없다. 핸드폰 보면서 걷는 것이 위험하다더니만 제대로 당했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박살나지 않은 것도 다행이면 다행이다.
‘세상의 끝 그네’ 가는 길이 주로 도로를 걷는 길이긴 하지만 상쾌한 길이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바뇨스의 상징인 퉁구라우아 화산을 볼 수 있는 길이어서 더욱 좋았다. 잡다한 액티비티보다는 훨씬 바뇨스라는 곳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포만감이 드는 트레킹이다.
어제 시내를 둘러볼 때에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었는데 이곳을 걸으니 이제야 진짜 바뇨스를 보는 기분이다.
‘세상 끝 그네’는 버스가 아니라 쉬엄쉬엄 걸어가는 것이 좋겠다. 중간에 있는 경치 좋은 카페에서 맥주나 커피도 한 잔 하면서.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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