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로 바뇨스(Baños)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실. 하지만 온천이라는 의미도 있다.
덕분에 쿠엥카(Cuenca) 터미널에서 바뇨스 가는 버스표를 사면서 좀 당황스런 일도 있었다. 쿠엥카 근처에도 온천이 있었던 것. 그래서 바뇨스 가는 버스를 알려 달라고 하니 쿠엥카 근처의 온천 가는 버스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건 호스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쿠엥카에서 바뇨스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으니 물론 있다면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시내버스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지도를 보여주면서 알려주니 자기는 쿠엥카 근교에 있는 온천을 알려달라는 것인 줄 알았단다. 그래서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살 때에도 지도를 보여주면서 확인을 했었다.
이곳이 바뇨스인 이유는 바로 온천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바뇨스의 마을 지도를 보면 곳곳에 온천이 있다. 이는 주변에 화산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뇨스의 정식 명칭은 Baños de Agua Santa다. 그냥 줄여서 바뇨스라고 할 뿐이다.
온천 이외에도 바뇨스는 저렴한 액티비티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짚라인(Zip Line), 래프팅(Rafting), 캐녀닝(Canyoning) 등등. 그리고 ‘세상 끝의 그네’로 알려져 있는 산 위에서 타는 그네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온천이나 그네, 몇 가지 액티비티를 제외하면 바뇨스 자체는 그리 할 것도, 볼 것도 없는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바뇨스는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로 북쪽으로는 파스타사(Pastaza) 강이 흐른다. 분지가 넓은 것은 아니다. 급경사의 산들이 작은 분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마을 자체가 클 수가 없다.
타운(town)도 아니고 그냥 마을(village)라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작기 때문이다. 마을은 한 두어 시간이면 마을 외곽까지 대충 다 구경할 수 있다. 중심지는 그냥 30분이면 충분하다. 중앙 광장(Palomino Flores)을 중심으로 사방 10~15분이면 마을의 끝이 나오니 중심지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은행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밀집해 있고, 시장과 마트도 있다. 숙소가 중앙광장과 가까운 관계로 숙소에서 대충 5분 거리에 이런 것들이 있다.
마을 안에서는 주변을 조망할 곳이 마땅치 않다. 대체로 낮은 건물들이어서 쿠스코의 시에떼(Siete y Siete) 카페와 같이 도시와 주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붕 너머의 풍경만 볼 수 있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치 좋은 곳에 왔다면 그 경치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곳은 산에나 올라가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나 보다.
마을은 작지만 밀집해 있다고 할까! 편하게 음악이나 들으면서 걷기에는 조금 번잡스럽다. 어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느린 삶의 여유를 느낀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곳은 전형적인 관광지다.
골목마다 있는 호텔이나 호스텔 그리고 중심지의 레스토랑들이나 카페들은 대체로 현지인들보다는 외지의 관광객들을 위한 곳이다. 당연히 중심에 넘쳐나는 인파들의 상당수도 세계 각지에서 몰려 온 관광객들임은 물론이다.
나에게 이런 지역은 금방 싫증이 나는 곳이다. 작은 도시라 조용하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번잡한 곳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들과 식당들, 카페들로 가득한, 세계 어디서나 뻔한 그런 관광지의 모습이다.
에콰도르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느끼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곳이다. 제주도로 치면 이곳은 중문단지와 같은 곳.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런 곳이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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