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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에콰도르(Ecuador)

D+395, 에콰도르 쿠엥카 1: 페루(Peru)에서 에콰도르(Ecuador) 쿠엥카(Cuenca)로(20191214)

경계넘기 2019. 12. 26. 11:29

 

새벽 3. 드디어 국경에 도착했다. 어제 오후 5, 페루의 북부 도시 치클라요(Chiclayo)에서 출발한 버스가 이제야 에콰도르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곧 이번 여행의 33번째 국가에 들어선다.

 

버스는 직행한 것이 아니라 페루 해안의 도시들을 거쳐서 돌아왔다. 길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승객을 받기 위해서 해안의 주요 도시들을 거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치클라요에서 거의 텅텅 비어서 출발했던 버스는 몇 개의 도시들을 거치면서 만석으로 국경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짐칸마저 찼는지 나중에 탄 승객들은 자신의 모든 짐을 들고 타야 했다.

 

새벽의 국경 통과가 좋은 점은 한산하다는 것. 역시나 국경에는 우리 버스 밖에는 없다.

 

페루와 에콰도르 출입국관리소도 편리하게 되어 있다. 한 건물 안에, 그것도 마주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각각의 창구가 옆에 붙어 있다. 페루 출국심사를 마치면 바로 옆으로 이동해서 에콰도르 입국심사를 마치면 된다. 짐 검사도 따로 없어서 출입국 심사는 금세 끝났다.

 

국경을 돌파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여권의 파워는 가히 놀랍다. 비자 그까이 것은 거의 신경 쓸 것도 없고 모든 출입국 심사는 현지인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

 

개인적인 출입국 심사 시간은 짧지만 그래도 만석의 이층버스에 탄 사람들과 버스 짐들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새벽 4. 버스가 다시 출발하기 시작하고 조금 있으니 창밖의 시야가 점점 길어진다. 동이 트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잠은 달아났고, 지그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황량한 사막이 이어진 페루의 풍경이 지루하고 단조로웠다면 에콰도르로 들어서서는 수풀이 가득한 산들이 이어지고 있다. 파타고니아에서 칠레, 페루로 이어지는 황량한 산야를 보다가 풍성한 녹색의 향연을 보니 기분이 달라진다. 눈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경치도 좋다.

 

에콰도르의 첫 번째 목적지인 쿠엥카(Cuenca) 시내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버스는 쿠엥카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침 830. 리마(Lima)에서 시작한 23일의 육로 버스 여정이 막 끝나는 순간이다.

 

23일이라 하니 마치 23일 내내 버스를 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버스는 두 번을 탔는데 모두 저녁 버스였고, 치클라요에서 갈아타는 대기 시간이 조금 길었다.

 

리마(Lima)에서 저녁에 버스를 타서 치클라요에 그 다음날 아침에 도착했고, 다시 치클라요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지금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도시 간 이동에 바로 이어지는 버스가 없어서 치클라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 것이 23일 여정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여하튼 버스에서 이틀을 보낸 것이니 쉬운 여정은 아니다. 그래도 치클라요에서 머리를 깎으면서 머리를 감겨 주어서 그나마 개운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치클라요에서 머리를 자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쿠엥카에 대한 첫인상은 남미의 도시 같지 않다는 것. 도시의 초입에서부터 잘 정리되어 있었다. 도로도, 건물도. 중심가는 잘 정리되어 있다 하더라도 주변은 너저분한 것이 남미 대부분 도시들의 특징인데, 이 도시는 주변이나 중심이나 모두 잘 정리되어 있었다.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를 들어서는 느낌이다.

 

남미에서도 못사는 나라 중에 하나인 에콰도르의 도시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시내를 걸었다. 일찍 체크인이 안 된다고 해서 은행에 가서 돈도 찾고, 식사도 할 겸 해서 이리저리 걸어보았다.

 

첫인상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도시와 거리도 잘 정리되어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날씨도 좋아서 햇살이 대리석 건물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살색이라고 해야 하나 주홍빛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색깔의 석도 건물들도 보이고, 하얀 색깔의 석조 건물들도 보여서 다채롭다. 

 

 

 

시장이 보여서 들어갔다. 이곳에 통돼지 바비큐가 유명하다 해서 먹었는데 너무 짜다.

 

 

 

식민지 스페인 풍의 유럽식 건물들이 즐비한 중심가에 시장도 있어서 머무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햇살이 좋을수록 23일의 버스 여정으로 인한 노곤함도 함께 밀려온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저녁이나 먹으러 나왔다. 도시의 야경도 무척이나 좋았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나름의 멋이 있어서 좋은 곳이다.

 

광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따라 가보니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이었다. 다양한 크리스마스 분장을 한 여러 팀들이 춤과 노래를 하면서 거리를 돌아 광장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주로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무척이나 즐겁고 신나는 모습이다. 광장에는 이미 경찰악단들이 캐롤송을 부르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고, 동방박사들로 분장한 경찰 기마대들도 퍼레이드를 거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이곳은 이미 크리스마스가 한창이다. 잠깐 머무는 동안에도 이런 흥겨운 퍼레이드를 보게 되어 감사하다. , 이곳이 페루의 아레키파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아레키파에서도 광장에서 공연을 봤었다.

오자마자 첫날부터 많은 것들을 본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