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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56, 멕시코 산 크리스토발 4: 슬로우 시티, 산 크리스토발을 떠나며(20200213)

경계넘기 2020. 7. 22. 15:50

 

 

슬로우 시티(slow city), 산 크리스토발(San Cristóbal)을 떠나며

 

 

산 크리스토발(San Cristóbal)을 떠나는 날.

 

이번에도 늦은 저녁 버스라 늦잠을 자고 싶은데 빈대들이 날 가만히 두질 않는다. 시설과 평점이 좋은 곳인데, 빈대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새벽녘에 새끼긴 하지만 빈대를 4마리나 잡았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은 숙소에 놔두고 변함없이 골목길을 걷는다.

 

물론 편의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산 크리스토발에서는 세븐일레븐(7-Eleven)보다는 옥쏘(OXXO)가 많다. 아니, 여지까지 세블일레븐은 보질 못했다. 일본계인 세븐일레븐보다는 옥쏘를 이용하는 것이 마음은 편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옥쏘에는 맥주 종류가 무척 적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국민맥주인 코로나도 옥쏘에는 없다.

 

먼저 어제 워킹투어로 갔던 성당을 다시 가보기로 한다.

 

산 크리스토발에는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세 군데 정도 있다. 그 하나가 지금 가려고 하는 소깔로 공원 서편에 있는 성당이다.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거닐다가 길이 끝나는 무렵에 보이는 언덕 위의 작은 노란 성당이다. 이름은 Guadalupe Church. 커다란 계단을 올라가면 성당 위에서 보는 산 크리스토발 시가지의 풍경이 볼 만하다. 성당 뒤쪽으로는 산과 밭들도 보인다.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도 보인다. 운치 있는 곳이라 커피나 맥주 하나 사들고 가서 멍 때리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다. 중심부에서 좀 벗어나 있어서 무척이나 한적하다.

 

 

 

두 번째는 첫날 간 곳인데 소깔로 공원 동편에 자리 잡고 있는 Church of San Cristobalito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이다.

 

성당까지 올라가려면 꽤 높은 여러 단계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을 올라갈수록 보이는 풍경이 좋다. 정상의 성당보다는 계단 3분의 2 지점에서 보는 풍경이 더 좋다. 전통적인 빨간색 기와지붕으로 뒤덮인 도시의 풍경이 무척이나 운치 있다. 도시를 둘러싸고 나지막한 산들이 둘러싸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종의 분지인 셈이다. 저 멀리 산 언덕배기에 알록달록한 달동네도 보이는데 좀 위험한 동네란다.

 

 

 

마지막도 워킹투어로 간 곳인데 마을의 북쪽 언덕배기에 있는 한 카페 옥상이다.

 

미술 작업실을 겸하는 곳이었는데 주택가에 있는 곳이라 연이어 이어지는, 전통적인 빨간 지붕들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찾아가기가 쉽지 않으니 가고 싶다면 무료 워킹투어를 이용하시길...

 

 

 

성당에서 내려와서는 이리저리 미로 같은 골목길을 발길 닿는 데로 걷는다. 그러다 보면 걸었던 길도 만나면서 방향을 잡는다.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아기자기한 벽화나 거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간혹 그곳에서 한국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소깔로 광장 한 테이블에 앉아서 시장에서 산 팝콘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노곤한 다리를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려 버린다.

 

난 항상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는데 보온병에 물을 담아 다닐 때보다는 커피나 맥주를 담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면 바로 가게 앞에서 보온병에 담는다. 그래야 시원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도 남 눈치 볼 것 없이 맥주를 즐길 수 있다. 간혹 커피를 마셨던 테이크아웃 잔에 맥주를 담아 다니는 경우도 많다. 이러면 길에서도 공원에서도 박물관에서도 때론 식당에서도 눈치 안 받고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다들 커피 한 잔 마시는 줄로 알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한국이나 유럽처럼 길이나 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가 자유로운 나라가 있는 반면 청소년 보호나 문화적 이유에서 금지하거나 꺼려하는 나라들이 종종 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특히 유용하다. 아울러 난 항상 여행용 큰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땀을 닦거나 세수를 할 때 많이 쓰지만 공공장소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을 때, 미처 보온병이나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없다면 맥주병이나 캔을 손수건으로 싸서 마신다.

 

산 크리스토발은 멕시코에 있는 배낭여행객의 블랙홀 중의 하나라고 한다.

 

예쁘고, 조용한 작은 도시에 물가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고산지역이라 날씨도 온화하다. 작은 도시라 할거리, 볼거리가 특별히 많은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34일 만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쉽다. 볼거리만 찍고 간다면 하루, 이틀에도 충분한 곳이긴 하다. 하지만 산 크리스토발의 진정한 모습은 슬로우 시티(slow city)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인의 삶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느린 삶, 멍 때리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목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웬일인지 도시가 이상하다. 문을 닫은 상점이나 식당도 많고, 은행에는 현지인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다. 경찰이 질서유지를 할 정도. 무슨 날인 것 같기는 한데...... 늦은 밤 버스라 숙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저녁 930분쯤 터미널을 향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시간이면 보통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은 법인데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버스는 저녁 11시에 터미널을 출발한다. 다음 목적지인 와하까(Oaxaca)는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내일 오전에 도착할 것이다. 멕시코에 와서는 계속 야간버스만 타서 무척이나 아쉽다.

 

이번에도 두 좌석을 차지하고 간다.

차의 진동이 느껴지니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