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크리스토발(San Cristóbal)의 첫인상
버스에서 맞이하는 새벽.
녹음이 이어진다. 평지라 시야는 좋지 않다. 버스는 부지런히 도시마다 선다. 다행히 승객은 많지 않아서 혼자 두 좌석을 차지하고 간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버스가 산길을 굽이굽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평지를 한참 달리는가 싶더니만 다시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버스의 움직임만으로도 산 크리스토발이 고산도시임을 알 수 있다. 고도를 높이자 시야가 넓어지면서 굽이굽이 산줄기가 보인다. 녹음이 짙은 산야다. 아름답다.
오후 1시 45분에 드디어 산 크리스토발에 도착한다.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 시각으로는 오후 2시 45분이다. 멕시코는 지역마다 시간대가 다르다. 남북 길이는 3,000km 그리고 동서의 폭은 넓은 곳이 2,000km에 이르는 나라로 5개의 시간대를 가지고 있다. 플라야와 산 크리스토발은 1시간의 시차를 갖는다. 플라야 시각으로 어제 오후 5시 30분에 출발했으니 정확히 21시간 15분 걸렸다. 간만에 20시간이 넘는 버스 여행이다. 긴 버스여행이지만 옆자리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 불편하지 않게 잘 자면서 왔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숙소로 간다.
숙소는 터미널에서 먼 축에 속하지만 원체 작은 도시라 쉬엄쉬엄 걸어도 20분을 넘기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려 하니 내가 이중 예약을 했다. 어제 핸드폰으로 예약하면서 잘못 조작을 하면서 두 번을 한 것 같다. 덕분에 이틀 치를 냈다. 싼 숙소 골랐는데 제값을 다 내고 말았다. 원래 가려던, 평이 좋은 숙소가 있었는데 오늘 하루만 예약이 찼었다. 일단 이곳에 있다가 맘에 안 들면 그쪽으로 옮기려 했는데 그냥 옮기기로 한다. 이래저래 맘 상했다.
식사도 할 겸 동네 한 바퀴를 하러 나간다.
도시가 작아서 아마도 동네 한 바퀴가 도시 대부분을 둘러보는 것이리라. 정식 명칭은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óbal de las Casas)'다. 줄여서 그냥 '산 크리스토발'이라고 부른다.
산 크리스토발의 첫인상은 좋다.
이곳에 겨우 3박만 하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첫날부터 아쉬울 정도다. 일단 해발 2,100m의 고산에 위치해 있어서 기후가 좋았다. 플라야가 바닷가라 낮에는 덥고 습했다면 이곳은 상쾌하고 시원하다. 고산이라 모기가 없어서 더욱 좋다. 작고 아담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는 곳이다. 특히나 전통가옥들 사이로 난 골목길이 운치 있다. 돌로 포장된 골목길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반들반들하다. 인도가 따로 있는데 상당히 좁아서 마주 오는 사람과 지나치기가 힘들다. 보통 한 편의 사람이 길로 내려가서 걷는다.
멕시코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더니 그럴 만해 보인다.
차분하고 여유 있으면서도 운치가 있는 그런 도시다. 걷기 좋은 도시다.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곳이다. 골목길을 걷다가 숙소 근처의 아담한 식당에서 타코(taco)와 멕시코 샌드위치인 또르따(torta)로 오늘 첫 식사를 했다. 또르따는 버스 타고 오는 길에 한 휴게소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먹기에 나도 사서 먹어 본 것인데 너무 맛있어서 이렇게 이름까지 외웠다.
휴양지인 플라야보다는 물가가 싸지만, 원체 저렴하게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물가가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큰 마트가 있다는 곳을 찾아갔더니 거대한 재래시장이 있다. 마트는 잊어버리고 시장 구경을 했다. 산 크리스토발에는 원주민들이 많이 산다고 하더니만 시장에 와서야 실감한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재래시장을 보니 이곳에서 한 달 정도 머물고 싶어진다.
시장 통 드라마와 영화 CD를 파는 곳에는 한국드라마가 한쪽 벽면을 도배하고 있다. 한류가 이곳 멕시코의 작은 도시에도 인기를 끌고 있나 보다.
재래시장에 와보고야 산 크리스토발에 원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실감을 한다.
시장 입구에서 파는 팝콘을 두 봉지 사서 맥주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아까 마트에서 산 오뚜기 라면을 끓여 먹고 팝콘에 맥주로 산 크리스토발의 첫날을 자축한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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