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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52,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 4: 플라야 델 카르멘을 떠나며 (20200209)

경계넘기 2020. 7. 13. 20:52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을 떠나며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을 떠나는 날이다.

 

멕시코부터의 일정은 촉박하다. 귀국일정까지 확정한 상태라 여유는 없다. 말 그대로 찍고 땡 하는 찍땡 여행이다. 내가 이번 여행을 떠난 후에 어머니는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그러다 최근 다른 병으로 수술을 받으시면서 치매도 심해지셨다. 내가 일정을 재촉하는 이유다. 어제도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갑자기 치매가 심해지신 어머니가 통화기 너머로 되뇌신 "언제와?" 한 마디는 여행자의 마음을 급하게 한다.

 

멕시코에서 머무는 시간은 단 2주일.

 

멕시코에서는 4개의 도시를 돌 생각이다. 플라야 델 카르멘,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óbal de las Casas), 와하까 데 후아레스(Oaxaca de Juárez) 그리고 수도인 멕시코시티(Mexico City). 2주 동안 4개 도시를 돌려면 한 도시에 3, 4일의 시간밖에는 없다.

 

내 여행스타일이라면 하나나 두 개 정도의 도시에 머무는 것이 맞다. 고민도 했다. 그냥 멕시코시티 한 도시에 2주일을 쭉 머물까하고도.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멕시코라는 나라를 한 번 일주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도 최대한 육로로 길을 밟아 보는 것이 아닌가. 비록 중미는 비행기로 제껴 버렸지만 멕시코만이라도 길을 좀 밟아보고 싶었다.

 

짧게 끊어 다닐 수밖에 없으니 머문 지역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다.

 

플라야는 그나마 아쉬움이 덜 남는다. 이곳은 그냥 잘 개발된 바닷가 휴양도시이기 때문이다. 보통 좀 유명하다는 바닷가 휴양도시의 풍경 그대로다. 잘 정리된 해변, 그 뒤로 난 카페와 상점 거리, 수많은 호텔, 리조트 그리고 호스텔. 수많은 관광객들도 북적이고, 식당이나 카페의 물가도 멕시코 여타 도시들보다 비싸다.

 

야자수 그늘이 드리워지고, 파란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조용한 해변을 상상했다면 칸쿤(Cancun)이나 이곳 플라야에 오면 안 된다. 이곳에 왔다면 괜찮은 리조트에 딸린 프라이빗(private) 해변으로 가야 하거나 차를 가지고 외딴 곳으로 가야한다.

 

변함없이 아침 일찍 해변을 걷는다.

 

오늘은 더 일찍 나간다. 물론 편의점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과 함께. 모래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샌들을 벗어 가방에 건다. 음악과 커피와 함께 맨발로 모래와 파도를 느낀다. 이른 아침, 바다에서 부는 소금기 어린 상쾌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여전히 햇살은 따갑지만 이른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 따가움을 날려준다.

 

 

 

카리브 바다(Caribbean Sea)에 몸을 담가보지는 못했지만 커피 향과 맥주 향에 저민 이 바다의 추억은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플라야를 생각하면 이 때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시간이 짧아 플라야 이 도시에만 집중하느라 세노테(cenote) 등의 주변 관광지도 가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플라야 해변에 깊이 젖어들 수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한다.

 

짐을 숙소에 맡긴다. 오후 530분 버스. 그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맥주 한 캔 사들고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물에 들어가지 않는 한 역시 한낮의 해변은 낭만이 없다. 모래사장은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 발 딛을 틈조차 없고, 앉을 그늘은 당연히 없다. 한낮의 바람은 덥고 습하기까지 하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스타벅스로 들어왔다.

 

역시 시간 죽이기에는 스벅만한 곳이 없다. 에어컨 나오지, 인터넷 잘 되지. 시간이 되어 숙소에서 배낭을 찾아 터미널로 갔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서 숙소에서 터미널이 가장 가깝다. 그냥 길 건너 옆 건물이다.

 

오후 530. 버스가 출발한다.

다행히 옆자리에 사람이 없다. 편안히 갈 수 있다.

 

 

 

스치는 풍경은 별거 없다.

평지에 숲이 울창하다 보니 보이는 것이 거의 없다.

땅거미가 서서히 내리 앉는데 보름달이라 창밖이 훤하다.

어머니 생각이 나는 날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