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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50,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 2: 플라야 델 카르멘의 카리브 해(20200207)

경계넘기 2020. 7. 13. 17:25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의 카리브 해

 

 

새벽에 모기인지, 빈대인지에 물려서 일어난다.

 

다시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인가! 모기 걱정을 했던 남미에서는 2천 미터 대, 3천 미터 대 고산지역이 많아서 오히려 모기 걱정이 없었다. 이곳은 카리브 해의 바닷가. 모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침 바다로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비취기 시작하는 카리브 해의 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흐린 날이다. 강한 햇살이 없으니 걷기엔 좋다. 길지 않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펠리컨인가?

부리가 긴, 커다란 새들이 해변 가에서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잠을 자는 녀석도.

 

 

 

작고 좁은 모래사장은 하얗고 부드러워서 가끔 먹구름을 뚫고 햇살이 비치면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바닷물은 생각했던 것만큼은 맑고 푸르지 않았다. 흐린 날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가감하더라도 생각 이상은 아니다. 칸쿤(Cancun)의 카리브 해변이 환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가 컸었는데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가보다. 아니면 칸쿤의 바다와 이곳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의 바다가 다른 것인가?

 

 

 

아침부터 모래사장은 일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편에서는 모래사장을 뒤엎은 수초를 걷어내느라, 다른 한편에서는 파도에 침식되는 모래사장을 복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요즘 이곳 해변에는 수초가 엄청 밀려오나 보다. 모래사장 뒤편으로 개발이 심해지면서 덩달아 모래사장의 침식도 심해지고.

 

 

 

그래도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기분이 정말 좋다.

 

이렇게 해변을 걷는 것이 얼마만인지. 이집트 다합(Dahab) 이후로 바다를 가까이서 즐기는 것은 처음인 듯한데, 다합 해변에는 모래사장이 많지 않았다.

 

해변산책을 마치고 플라야의 쇼핑거리인 5번가(5 Avenida) 길을 걸었다. 5번가는 해변을 따라 길게 나 있는 쇼핑거리. 상점, 카페, 레스토랑, 여행사 들이 모여 있어서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환전도 하고, 편의점 세븐 일레븐에서 커피도 한 잔 사서 마신다.

 

한국에서는 편의점에서 내려 파는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없었는데 그리 나쁘지 않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고. 커피 한 잔 들고 거리를 구경하니 좋다. 5번가의 식당들은 가격이 좀 있어서 뒷길의 한 로컬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했다. 멕시칸 스타일의 조식으로 나초 요리인데 맛이 좋았다,

 

 

 

마트 좀 들려서 숙소로 왔는데 막상 할 일이 없다.

 

사진으로는 꽤 넓어 보이는 수영장이 있어서 수영이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심이 40~50cm 되려나. 물도 너무 더러워서 도무지 물에서 놀 수는 없었다. 바닷가의 최고 단점은 물놀이를 하지 않는다면 할 것이 없다는 것. 해변에 나가서 수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챙겨야 할 것이 많아서 귀찮다. 혼자라 짐 보관의 문제도 있고. 해변 카페에 자리를 잡으면 해결되겠지만 아침 산책길에 살펴보니 가격이 세다. 칸쿤에 비해 저렴하다 하더라도 그래도 휴양지는 휴양지다.

 

칸쿤과 플라야가 있는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Peninsula de Yucatan)는 세노테(Cenotes)라는 호수가 유명하다.

 

세노테는 석회암 지질에 생긴 작은 호수를 말하는데 석회암 지대가 넓게 퍼져 있는 이곳 유카탄 반도에는 수백, 수천의 아름다운 세노테가 있다고 한다. 플라야 근처에도 아름다운 세노테가 많아서 그곳에서 수영이나 다이빙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걸어갈 만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행사를 통해 가거나 콜렉티보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야한다. 플라야에 좀 머문다면 몇 군데 가보겠는데 이곳에 머무는 시간도 겨우 3일에 머무는지라 플라야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귀찮기도 하고. 이곳저곳 정신없이 다니는 찍땡을 거부하고 한두 가지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장기여행자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산 크리스토발 가는 버스를 예약한다.

 

어제 저녁에 도착한 AOD 터미널은 내 숙소에서 꽤 멀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목적지인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스페인어: San Cristóbal de las Casas)’로 가는 버스표를 끊으려고 하니 이곳에는 없고 플라야에 있는 다른 AOD 터미널로 가라고 알려 주었었다. 더 먼 곳인 줄 알았는데 어제 숙소 오는 길에 보니 바로 숙소 옆. 이곳이 원래 터미널이었다. 멕시코는 미리 살수록 버스표가 저렴하다고 한다. 당일로 갈수록 비싸진다고. 멕시코 버스비는 다른 물가에 비해 비쌌다. 미리미리 사두는 것으로.

 

월마트도 구경하고, 근처에서 유심도 산다. 유심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저녁 바다를 보러 다시 해변 가로 향한다.

 

길에서 타코(taco)도 사먹고, 조각피자는 싸서 편의점에서 산 맥주와 함께 해변에서 저녁으로 먹는다. 해가 질 무렵에는 편의점 커피 한 잔 사서 해변 모래사장에 앉았다. 해가 있을 때에는 그늘이 없어서 모래사장에 앉을 수가 없었는데 해가 지니 아무 곳이나 모래사장에 앉을 수 있어서 좋다. 야자수 나무에 기대앉아서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음악과 커피를 즐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렇게 카리브 해를 아침, 저녁으로 맘껏 즐기고 있다. 물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바다는 이른 아침과 해가 지기 시작하는 이때부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한낮에는 태양도 너무 뜨겁고 사람도 많다.

 

 

 

저녁에는 모기약 잔뜩 뿌리고 숙소 수영장 옆 선베드에 누워서 음악을 듣는다. 술 반입이 안 되니 밖에서 맥주를 사서 보온물병에 담아 마신다. 난 어차피 커피나 맥주를 보온병에 잘 담아 마시니 별 불편함이 없다.

 

나름 신선놀음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