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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49,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 1: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멕시코 칸쿤으로 (20200206)

경계넘기 2020. 7. 13. 12:40

 

 

콜롬비아 보고타(Bogota)에서 멕시코 칸쿤(Cancun)으로

 

 

남미를 떠나 멕시코로 가는 날이다.

남미에서의 4개월 반을 끝낸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날씨가 좋다. 화창한 봄날이다. 8시쯤 숙소를 나와서 걸어서 공항까지 바로 가는 트란스밀레니오(trans millenio) 정류장으로 왔다. 트란스밀레니오는 2대의 차량이 연결되어 전용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말한다. 남미 다른 나라들에서는 트롤레버스(Trolebus)라고 부른다.

 

이곳은 이미 답사를 해두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생긴 버릇은 항상 확인하는 것.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 상에 떠돌지만 직접 확인해두지 않으면서 낭패를 볼 수가 있다. 숙소에서 공항 도착하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바로 가는 버스가 있으니 이리 좋지만 너무 일찍 와버렸다. 아직 체크인 창구도 열리지 않았다.

 

 

 

창구 앞 바닥에 앉아서 기다린다.

 

책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여행에 가져온 책은 이미 다 읽고 버렸다. 공항이나 역에서 차를 기다리며 읽은 책 맛이 참 좋은데. 노트북도 충전이 안 되니 글을 쓸 수도 없다. 핸드폰이나 뒤적이며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 들더니 열리지도 않은 창구 앞으로 줄을 서기 시작한다. 나도 질세라 줄을 선다. 어차피 기다리는 것이니 줄을 서서 기다리나 아니나 마찬가지다. 1030분 창구를 열었다. 내 앞에 열 댓 명밖에 없으니 거의 바로 체크인을 했다.

 

출국세(Resident Exit Tax) 환급도 받는다.

 

블로그에서 읽고 잊어버릴까봐 손에 써 놓기까지 했다. 콜롬비아에서는 내국인과 60일 이상 콜롬비아에 체류한 외국인은 출국세를 내야 한다. 다만 출국세를 공항에서 따로 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한 항공권 가격에 일괄적으로 포함시켜 원천징수한다. 내가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이미 출국세까지 냈다는 것이다. 60일 이내 거주한 외국인이라면 항공사 카운터에서 체크인할 때 환급을 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요청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잊어버릴까봐 처음부터 여권을 주면서 아예 출국세 환급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렇게 신경을 썼으면서도 정작 보딩패스만 받고 카운터를 나왔다. 멕시코 들어갈 때 아웃티켓을 요구하는데 보딩패스 받고 아웃티켓 확인하고, 수화물 부치고 하느라 나도 그 친구도 깜박했다. 출국장으로 가다가 출국세 환급을 받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연 듯 났다. 다시 돌아가서 보니 카운터에는 줄이 길다. 좀 미안하지만 바로 체크인 했던 창구 직원에게 가서 출국세 환급을 물었더니 이 친구도 깜짝 놀라며 미안해한다. 잠시 기다려 처리 중인 승객을 마치고 내 출국세 환급을 처리해 주었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출국세 환급 금액은 92천 페소. 30달러 정도 되는 돈이다. 내 돈 내가 받았음에도 공돈이 생긴 느낌이다. 달러로 주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게 어딘가 1층 출국장에 가서 환전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탑승동 안에 있는 환전소가 훨씬 환율을 잘 쳐주었다.

 

수속을 마치고 탑승 게이트로 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비행기를 기다리며 남은 콜롬비아 페소로 커피와 샌드위치 하나 사서 먹었다. 1230분에 탑승을 시작한 비행기는 1350분에야 이륙을 했다. 저가 비행기이긴 하지만 인터젯(Interjet)은 말 그대로 좌석 공간도 넓고, 약간의 스낵도 주었다. 저가 비행기에서는 프리미엄급이다.

 

 

 

4시간 정도 비행해서 드디어 오후 530분에 멕시코 칸쿤 공항에 도착한다.

 

입국 수속을 받으려고 하는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번 여행 기간 중 숱한 공항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겨우는 처음이다. 수속 카운터 마다 줄이 인산인해다. 유명한 휴가지라고 하더니만 북미에서 날라 온 여행객들이 많아 보인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입국 수속과 짐 검사가 끝났다. 환할 때 공항에 내렸는데 입국장 나오니 컴컴하다.

 

마음이 조금 급해진다.

 

난 이곳 칸쿤이 아니라 칸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칸쿤은 그저 공항만 거치는 것. 칸쿤은 리조트 중심의 휴양지. 리조트가 아니면 놀 만한 곳이 거의 없다. 신혼부부나 돈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 우리 같은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플라야 델 카르멘이다. 저렴한 숙소나 호스텔이 많은 곳이다.

 

바로 멕시코의 대표적인 버스회사인 AOD 버스 창구로 간다. 735분 버스를 208페소에 샀다. 콜롬비아에서 나올 때 출국세 환급 받은 돈으로 환전해온 멕시코 페소가 유용하게 쓰인다.

 

 

 

1시간 정도 달려서 플라야 델 카르멘 AOD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숙소는 버스터미널에서 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숙소는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실망스럽다. 수영장이 딸린 곳이어서 신청했는데 수영장은 수심이 낮아서 수영은 어려울 것 같았고, 공용 부엌도 없고, 특히 술 반입이 되지 않는단다. 호스텔 안에서 팔긴 하는데 가격이 엄청 비싸다.

 

짐 풀고 배도 고프고 해서 근처 마트에 가서 먹거리와 맥주를 샀는데 멕시코는 10시 이후에는 술을 살 수 없다고 한다. 멕시코 온 첫날인데 술이 빠질 수는 없어서 숙소에서 50페소나 하는 350ml 코로나 맥주를 마셨다. 편의점에서도 500ml 짜리를 20페소에 살 수 있는데 참 비싸다. 그래도 무사히 멕시코에 도착했으니 코로나 정도는 마셔주어야 하지 않을까!

 

 

 

멕시코의 첫인상은 어떤가?

남미와 다르지 않다. 하긴 인종과 언어, 문화가 많이 비슷하다. 먼 동양에서 온 사람이 구분하기랑 쉽지 않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