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인도 여행 (라다크, 라자스탄, 델리)

라다크 레 11: 쉬자! 푹 쉬자!!(20170701)

경계넘기 2017. 11. 6. 09:09

 

2017. 7.1. . 맑음. "라다크 레 11: 쉬자! 푹 쉬자!"

 

새벽에 눈이 떠졌지만 그냥 계속 잤다. 오늘은 쉬어주어야 한다.

 

누르라 밸리(Nubra Valley)의 여행은 45일이었다. 짧다면 짧다. 그렇지만 잠자리와 이동구간이 만만치 않은 여행이었다. 2,000m 대에서 5,000m 대 고지를 넘나드는.

 

환경이 바뀌면 우리 몸은 긴장을 한다. 잠도 잘 안 오고, 화장실도 잘 안 간다. 여자의 경우는 변비도 심해진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되어야 몸이 긴장을 푼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잠이든 배변활동이든 활발해진다. 이게 인간의 생리인 것 같다. 유약한 인류가 험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해왔던 방식이다. 이런 긴장 상태에서 웬만한 무리는 몸이 잘 느끼지 않는다. 이게 부지불식간에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쌓일 게다. 하지만 버티던 우리 몸이 갑자기 긴장이 풀어지거나 혹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상태에 직면하면 문제를 폭발적으로 들어낸다. 침대 신세이거나 심하면 병원 신세. 골로 갈 수도 있다.

 

 

 

 

좀 옆길로 빠지는 이야기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 40, 50대 남자 사망률이 세계 최고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40, 50대는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 그간 일해 왔던 직장에서 물러나는 시기다. 일을 하는 동안 극도의 긴장 상태에 있다가 직장을 그만 두면서 갑자기 긴장도 풀린다. 피곤함, 우울함, 무기력함 때론 다양한 몸의 이상 증세로도 터져 나온다. 이게 심해서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다. 그 긴 시간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긴 시간 제대로 쉬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무식하게 참는 것만 배웠지.

 

인생이 여행과 같다면 여행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여행에서 열심히 경험하고 구경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잘 쉬어주는 것이다. 특히, 긴 여행 중에는 더욱 중요하다. 자신의 생체 리듬을 잘 확인하면서 적당할 시간에 적당하게 쉬어주어야 여행 중에 탈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 여행 중에 탈이 나는 경우는 오랜 긴장으로 몸의 생체 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몸이 더 이상 긴장 상태를 지속하지 못하는 한계에 왔다는 것이다. 여행 초짜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나도 물론이었고. 그래서 오랜 기간 낯선 곳에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주변에만 매몰되어서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말 골로 갈 수도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여행에도 해당된다.

 

 

 

 

 

요즘 내 경우는 여행을 시작할 때 첫 여행지에서 며칠 정도 워밍업을 한다. 절대 여기저기 무리해서 돌아다니지 않고 그저 동네 한, 두 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한다. 잘 먹고. 태국이나 중국 같은 곳이라면 마사지도 열심히 받는다. 그렇게 몸을 풀어주면서 천천히 적응한다.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에도 적응을 한다. 현지 사람, 물가, 교통 등등. 내 경우 3, 4일 정도 이렇게 워밍업을 해주면 완전히 적응이 되면서 어디든 움직일 준비가 끝난다. 그때부터 신발끈과 가방끈을 조여 맨다.

 

습관이 무서운 것인가 잠은 잘 안 온다. 730분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난간에 나와서 책을 봤다. 9시쯤에는 신양과 나가서 짜파티와 바나나 그리고 커드를 사와서 정원에서 아침을 했다. 형과 송 선배는 하룻밤을 자고 나니 컨디션을 좀 찾은 것 같다.

 

늦은 아침을 먹고 조금 있으니 방을 바꿔도 된다고 사장님이 말씀을 해주신다. 지금 있는 방이 1층인데 해가 잘 비치지 않아서 방이 나오면 교체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었다. 그러고 보니 매일 이사다.

 

 

 

 

점심은 숙소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포트 길(Fort Road)에 있는 라마유르(Lamayuru) 식당에서 했다. 여기도 여행책에 나오는 식당이다. 나는 인도 백반이라는 탈리(Thali)를 먹었는데 양이 장난 아니다. 이번에도 내가 가장 늦게 나왔다. 양은 많은데 제일 늦게 나오고. 탈리는 큰 접시라는 뜻이란다. 큰 접시 하나에 밥과 짜파티, 그리고 다양한 커리와 달 등이 담겨 나온다. 요즘은 식판 같은 곳에 나온다. 이곳 역시 그렇고.

 

식사를 하고 메인 바자르(Main Bazaar)에 있는 와인샵(wineshop)에 갔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왜 닫혀 있는지는 모르겠다. 시원한 맥주가 간절했는데 실패다. 인도 온 지 거의 열흘이 되가는데 맥주 한 잔을 못하고 있다. 인도, 참 술 먹기 힘든 나라다.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만하다. 돌아오면서 콜라 두 병을 사와서 신양이 가져온 럼과 타서 정원에서 마시며 아쉬움을 달랜다.

 

오늘은 이렇게 하루를 쉬면서 보내고 있다.

참 아침에 빨래도 하고.

우리가 레에 오면서 이곳 날씨도 다시 좋아졌다.

 

 

 

 

 

저녁도 건너뛰었다. 이상하게 인도 음식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가스도 많이 차고.

음식이 문제인지, 고산지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웬만하면 소화를 잘 시키는 체질인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