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터키로 그리고 터키의 국경도시 호파(Hopa)
조지아Georgia에서 터키(Turkey)로 이동한다.
간만에 이동이다. 약간의 긴장과 흥분이 인다. 그래서 일까 잠도 설쳤다. 모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아침 8시 15분쯤 숙소를 나선다. 계획보다 15분 늦어진 것이니 괜찮은 출발이다.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니 국경에 가는 16번 버스도 온다.
버스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다.
바투미(Batumi)도 버스에서 교통카드를 사용한다. 현금은 받질 않는다. 알고는 있었지만 카드를 어디서 사야하는지도 모르거니와 한 번 사용하려고 카드 사고, 현금 충전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현금을 주고 내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종점이니 어떻게 되겠지 싶었다.
중간의 한 정류장에서 웬 제복 입으신 아주머니가 타시더니 기계로 카드를 검사한다. 카드가 찍힌 시간을 확인해서 무임승차를 적발하는 것이다. 검사원 아주머니에게 현금을 낸다고 하니 현금은 안 된다며 바로 내리란다. 검사를 다 마친 아주머니가 마지막으로 다시 나를 보더니 버스에서 내리라는 손짓을 한다.
내려서 다음 버스를 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 카드 살 조지아 현금이 없다. 가진 돈이라곤 2라리가 전부다. 트빌리시에서 보니 카드 가격만 2라리였다. 그 카드 사려고 은행까지 가서 현금을 다시 인출해야 한다. 모든 정류장에서 카드를 파는 것도 아니다.
당황해하고 있으니 한 젊은 친구가 대신 카드를 찍어주겠다고 한다. 그 말에 검사원 아주머니도 두 말 않고 바로 내린다. 카드를 찍어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고 현금을 주려하니 받질 않는다. 고마운 친구다. 이 친구 아니었으면 아침부터 이래저래 생고생할 뻔 했다.
조지아에서 터키 육로로 국경넘기
30분 정도 달린 버스가 종점인 Sarpi 국경검문소에 도착한다.
도착 시간이 9시 8분. 국경에 일찍 왔더니 예상대로 국경검문소는 한가하다 못해 한산하다. 검문소 앞에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더 기다리는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이야기만 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나와 몇 분만 검문소로 들어간다.
사람이 없어서 출국심사도 바로 끝난다.
그런데 지난번 아르메니아 출국장에서부터 내 여권 심사에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는 그냥 도장 꾹이었는데 자꾸 모니터를 확인하고 내 여권에 찍힌 도장을 일일이 확인한다. 전에 없던 모습인데 왜 그러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터키 입국장은 더 한산하다. 이건 뭐, 에스컬레이터도 안 틀어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여기도 사람이 없어서 금방 끝났다. 입출국 심사를 모두 합쳐 채 20분도 안 되어서 끝냈다. 블로그들에 의하면 지옥의 입출국장이라고 하던데 역시 일찍 움직이는 것이 장땡이다.
터키 시간으로 맞춘다.
지난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올 때 그리고 아르메니아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입국장을 나오면서 시각을 확인해서 시계를 맞춘다. 혹시 몰라서 직원에게까지 시간을 확인했다. 여유가 있으니 이런 일도 가능하다. 육로로 국경을 넘다보면 국가 간 시차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으니 국경을 넘으면 항상 현지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입국장을 나오니 택시 기사들이 달라붙긴 하는데 아직 이분들도 예열이 안 되었는지 극성스럽지는 않다. 나 역시 국경 한, 두 번 넘는 것이 아니라서 나도 모르게 여유가 나온다. 눈치 빠른 분들이라 잘 보는 것 같다. 대충 한두 번 말을 거시다가 그냥 가신다.
택시 있는 곳을 빠져 나와서 버스 있는 곳에 가서 ‘호파(Hopa)’를 외친다. 한 기사분이 지금 들어오는 밴을 가리키면서 호파라고 하신다. 바로 타서 가격을 물었다. 7리라란다. 와우, 내가 가진 터키 돈이 정확히 7리라다. 5리라 지폐 한 장과 1리라 동전 2개. 지난번 만난 여행 친구에게 받은 돈이다. 터키에서 온 그 친구는 내가 터키 간다는 말에 가지고 있던 터키 돈을 모두 주었었다. 물론 터키 돈이 없다면 달러도 된다. 여하간 출발이 좋다.
사람이 차지 않았는데도 밴은 바로 출발한다. 참, 터키에서는 이걸 돌무쉬라고 한다. 코카서스 국가에서는 마슈루카라고 하는데. 차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버스로 보인다. 중간 중간 사람들을 태우고 움직인다.
터키의 작은 국경도시, 호파(Hopa)
한 25분 달리니 호파(Hopa)에 도착한다.
시간이 9시 10분이다. 터키 시간이다. 조지아 시간으로 하면 10시 10분이다. 9시쯤에 호파에 도착했으니 계획대로 도착한 셈이다. 이른 시간이라 괴레메(Göreme) 가는 버스표도 있을 것 같다.
내린 곳에서 오토가르 즉, 터미널을 물으니 바로들 알려주신다.
거리가 좀 있다. 가는 길에 보니 은행이 보이질 않는다. 중간에 ATM은 보이는데 은행은 없다. 난 되도록 은행에 있는 ATM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시 반대 방향인 중심가로 이동한다. 돈이 있어야 버스표를 살수가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앞서 버스 내린 곳을 지나 한 2, 3백 미터를 더 가니 은행들이 보이길 시작한다. 그나마 작은 도시라 다행이다. 먼저 보이는 곳이 AKBank인데 블로그에 보니 수수료를 가장 많이 챙긴다는 은행이다.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려고 카드를 넣어보니 수수료를 보여주지 않고 그냥 넘어가 버린다. 돈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젠장. 일단 300리라를 뽑았다.
다시 터미널로 가서 버스표를 확인하니 좌석이 있단다.
가격은 130리라. 버스 회사 홈페이지에서 본 가격이 132리라였는데 오히려 2리라 싸게 부른다. 버스표를 확보했으니 오늘의 일정은 거의 끝난 셈이다. 버스 시간이 오후 3시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가방을 그곳에 맡기고 슬슬 다시 시내로 나간다, 시내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으며 시간을 때울 생각이다.
작은 도시긴 하지만 제법 규모가 있다.
큼직한 건물들도 있다. 그냥 타운(town) 정도의 도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학도 있다. 앞으로는 흑해, 뒤로는 설산이 펼쳐져 있는 도시다. 터키의 골목길은 참 재미있다. 사람들이 많이들 나와서 작은 의자에 앉아 담소하며 차를 마신다. 시골도시라 그런가 어르신들이 많다. 이곳에도 삼성 대리점이 있다. 세계 속의 삼성. 없는 곳이 없다.
얼떨결에 유심도 싸게 산다.
중심거리를 지나가는데 통신사 대리점이 보인다. 유심 가격이나 물어보자는 생각이 든다. 터키 유심 가격이 비싸고 바가지도 많이 씌운다고 하는데 여행객들이 거의 없는 시골 도시이니 바가지는 안 씌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격이 나쁘지 않다면 여기서 사는 것이 최선이다.
들어가서 가격을 물으니 9기가 96리라란다. 블로그에 의하면 6기에 보통 120에서 150에 샀다고 하던데 감사한 가격이다. 바로 산다. 괴레메 근처까지 가는 버스표도 사고 여기에 유심까지 사니 갑자기 든든해진다. 바로 형과 페이스톡을 했는데 인터넷 속도도 나쁘지 않다.
터키 은행들의 ATM 현금 인출 수수료
300리라를 인출했는데 버스표 사고 유심을 사니 금방 나가버렸다. 돌아다니다 보니 중심가에 여러 은행들이 모여 있다. 터키의 ATM 수수료가 은행마다 차이가 크다고 하던데 돈도 찾을 겸 확인해 보기로 한다.
일단 처음 돈을 300리라 인출한 은행은 AKBANK다. 어떤 블로그에 보니 가장 수수료가 비싸다고 들었던 은행이다. 그리고 300리라씩 다른 두 곳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보기로 한다. 한 은행은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출 수수료가 가장 싸다고 알려져 있는 GarantiBank, 다른 하나는 어느 블로그에서 수수료가 거의 붙지 않았다고 하는 Yapikredibank다.
AKBANK와 Yapikredibank은 인출할 때 ATM에서 수수료가 표시되지 않았다. GarantiBank만 2.5%가 붙는다고 나와 있었다. 2.5%는 터키 은행 중에서 가장 저렴한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국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추천하는 은행이다.
나중에 인출된 금액을 확인하니 수수료가 높다고 알려진 AKBANK은 100리라에 63,100원, GarantiBank는 64,689원, 그리고 Yapikredibank은 63,116원이 인출되었다. 수수료가 가장 낮다고 알려진 GarantiBank에서 가장 많은 돈이 인출되었다. 나머지 두 은행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AKBANK가 가장 저렴했다.
GarantiBank가 ATM 수수료는 다른 은행보다 낮게 책정한 대신 환율을 다른 은행보다 훨씬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낮은 수수료로 낚시를 한 것이다. 망할 놈의 은행. 어느 블로그에서도 터키 은행들의 수수료를 비교했는데 여기서도 GarantiBank에서 가장 많은 돈이 인출되었다.
결론적으로 GarantiBank만 조심하면 된다. 다른 은행들은 대충 비슷한 것 같고. 내 경우는 AKBANK가 가장 저렴했으니 이번 터키 여행 중에는 이 은행을 주로 이용하고자 한다.
규모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골도시는 시골도시다. 중심가는 한, 두 시간 돌아다니니 더 이상 가볼 곳이 없다. 예레반처럼 뷔페식 식당이 있어서 치킨 요리에 볶음밥을 주문해서 점심으로 먹었다. 가격은 23리라. 싸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나라에 가면 처음 2, 3일은 좀 비싸게 먹는다. 물가와 상황을 모르니까.
바닷가에도 가본다. 여기는 바닷가를 바위로 사방공사를 해나서 운치가 없다.
터키에 왔더니 안 좋은 게 있다.
모든 화장실이 유료라는 것. 이곳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식당도 자체 화장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있는 유료 화장실을 사용하란다. 화장실 가격도 1리라. 항상 드는 생각하지만 화장실 사용료는 정말 아깝다.
호파(Hopa)에서 괴레메(Göreme)로
시간이 두어 시간 남았지만 일단 터미널로 간다.
터미널 카페에서 터키 홍차인 차이(cai)를 마시면서 노트북 작업을 한다. 근데 이놈의 차이 잔은 너무 작아서 금방 마셔버린다. 한 잔에 2리라. 세 잔을 마셨다. 글을 쓰니 시간이 금방 간다. 버스 시간이 다되어 간다. 찻값을 내고 화장실을 물으니 이곳도 터미널 유료 화장실을 가리킨다. 망할. 이곳은 1.5리라. 2리라짜리 차 마시고 화장실은 1.5리라.
버스는 3열이 아니고 4열이다. 우리 우등과 같은 3열 버스가 많다고 하던데 이곳은 일반버스다. 그래도 표 있는 것이 어디인가. 좌석은 복도 쪽이다.
버스는 오후 3시에 출발해서 내일 아침 8시에 네브셰히르에 도착한다.
장장 17시간 버스를 타는 것인데 슬리핑 버스가 아닌 일반 좌석으로 이렇게 오랜 시간 타는 것은 오랜 만이다. 버스는 정확히 오후 3시에 출발했는데 빈 좌석이 많다. 아마 다른 도시들을 들릴 것이다.
이 버스가 흑해 연안을 계속 달려서 트라브존(Trabzon)에 간다.
지금 보니 트라브존에서 네브셰히리에 간다는 오후 6시 버스가 이 버스다. 트라브존을 나온 버스는 흑해 연안의 또 다른 도시 삼순(Samsun)까지 간다. 삼순이면 방금 넘어온 국경과 이스탄불 중간쯤에 있는 도시다. 어이가 없다.
이 버스 고속버스가 아니라 그냥 시외버스다. 대충 도시 몇 군데 들리는 것이 아니라 흑해 연안의 온 동네를 다 돈다. 그것도 터미널에 들릴 때마도 짧게는 5분에서 큰 도시의 터미널은 기본 20~30분씩 정차하다가 출발한다. 이러느라 17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덕분에 터키의 흑해와 흑해 연안 도시들, 리제(Rize), 트라브존, 삼순 등을 모두 본다. 다만 하도 많이 터미널이나 휴게실에 쉬면서 가니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된다. 화장실이 모두 유료인데.
터키의 외진 지역인 줄만 알았는데 흑해 연안을 끼고 도시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제법 규모 있는 도시들이다. 트라브존도 작은 도시로 생각했는데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트라브존은 부산과 많이 닮아 보인다. 해안을 따라 도시가 길게 이어져 있고, 해안가 뒤로는 바로 산들이 이어진다. 이 산들에 빼곡히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딱 부산의 모습이다.
해안선을 따라 예쁘게 잘 정리된 도시들도 많이 보인다.
확실히 코카서스 국가들과는 그 규모를 비교할 수 없다.
삼순까지 해안을 따라 가던 버스는 삼순에서 내륙으로 접어든다.
그나저나 잠이 오질 않는다. 어제도 잠을 설치고 일찍 움직였기 때문에 잠이 잘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20~30분마다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가 사람을 태우고 내리니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엉덩이에 오는 고통만 느껴진다.
버스에서는 백발이 정정하신 할아버지 차장님이 커피를 가끔 타 주신다. 다른 여행자들 말에 의하면 터키 버스에서는 생수와 과자를 한 번에 준다고 하던데 이곳은 비행기처럼 할아버지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묻고 타 주신다. 참 부지런한 양반이다. 힘도 들겠고.
덕분에 오줌만 더 마렵다.
by 경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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